요즘 들이는 CD들은 전부 컴필레이션 음반 아니면 오디오 파일용이라고 불리는 음질 테스용 CD다.
지금 가지고 있는 음반들 외에 더 듣고 싶은 레퍼토리가 구입을 결정할 타이밍에는 잘 생각이 안 나기 때문이다. 뭔가를 한 장 구입하려고 하면 꼭 이미 집에 있는 CD 같은 '친숙함'이 느껴져서 구입을 망설이게 된다. 실제 집에 떡하니 있는 CD를 추가로 구입한 적이 한두 번 있은 후로는 망설임이 더 심해졌다.
그러다 보니 '안전빵'으로 최근 나온 첼로 중심의 짜깁기 앨범이나 황인용 '귀 CD'같은 음질 테스트 CD가 손에 잡힌다.
얼마 전 콘트라베이스와 첼로를 주로 한 '저음왕' CD가 몇 장 유행한 적이 있다. 우퍼를 움직임을 극대화한 저음을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다는 음반.
하지만 이제껏 '저음왕'류의 음반을 애써 외면하다가 결국 한 장 구입한 것이 '저음 베스트 Bass Best'
실제 사무실에서 컴퓨터에 걸어 이어폰으로 들었을 뿐인데도 대단하다. 사실 콘트라베이스의 다소 거친 음색의 저음을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한 번쯤 온 바닥의 진동을 체험하는 경험은 재미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터져 나오는 저음이 벅찬 음반이다.
탄노이 캔터베리가 연주할 중후한 저음을 하루 내 기대하다가, 어제 퇴근해 집에 오자마자 앰프에 전원을 넣자마자 CD를 올렸다.
허걱....... (말문은 막히고, 어디다 따로 내색은 못하겠고...ㅠ.ㅠ)
이게 모야?
정확히 발목이 잘려 나온다는 느낌 바로 그것.
콘트라베이스가 아니라 첼로만도 못한 저음이 나온다. 그냥 기타의 6번 줄을 장난스럽게 퉁겨대고 있는 수준의 저음이다.
너무 놀라서 황급히 정지. 그리곤 트랙을 넘겨 다른 곡도 들어 본다. 마찬가지.
다시 시도할 엄두가 안나 일단 트레이에서 음반을 내렸다.
왜 이럴까? - 기기에 문제가 있나?...... 다른 음반을 걸어보니 정상!
어딘가에 무슨 에러가 있었던 것이 분명한데, 아직 딱히 적절한 답을 못 찾고 있다.
스피커가 낼 수 있는 저음의 한계를 벗어난 저음을 담고 있는 것일까?
아닐 것이다. 이어폰이 낼 수 있는 소리를 캔터베리가 못 낼 리 없다.
혼자 몇 가지 자문자답을 해 보지만 점점 미궁에 빠진다.
오늘 다시 한번 진지하게 들어보며 답을 내 봐야겠지만 어젠 정말 이상한 경험을 했다.
※ 사족 1- 퇴근하자마자 같은 CD를 걸어 보고 글을 추가합니다. 어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오늘은 우퍼가 터질 듯 저음이 쏟아져 나옵니다. 그것도 아주 만족스럽게. 참으로 신기한 노릇입니다. 어제의 변비는 도대체 뭐란 말입니까? 알다가도 모를 신비한 오디오의 세계군요...ㅠ.ㅠ
※ 사족 2-개인적으로 이 앨범을 추천하고 싶진 않습니다. 일본에서 몇 해 전에 나온 앨범인데 연주의 질이 최고라 하긴 어려워 보이는 데다, 특히 7번 트랙 중간쯤의 고음부가 깨진 녹음 상태도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PC와 서브 시스템으로도 확인한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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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4.7.3.
모든 일이 생겨난 이유를 다 알고 살 수는 없다. 그럴만한 지식과 능력이 안 될뿐더러 이유를 굳이 알아서 별 도움이 안 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세상에 어디 궁금한 게 한 두 가지 일라고. 역시 저 날 오디오에 저음이 통 안 나다가 그다음 날 멀쩡히 나는 이유는 찾지 못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스피커에 문제가 있는 상태란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들인 지 얼마 안 되었는데 엣지가 한 번 교환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제조년월을 알 수 없는 출생의 비밀에다 필시 엣지와 함께 다른 네트워크 어딘가에도 문제가 있어 접속 상태가 불량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저 사단이 이유가 되어 더 큰 고장으로 확대되기 전에 방출을 결정했으니 모든 원인과 이유는 결국 바꿈질의 이유가 된다.
이유를 다 알 필요는 없지만 하는 일에 이유는 다들 하나씩 필요한 법이다. 그러니 바꿈질은 무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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