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를 취미로 하는 사람들의 언쟁거리 중에 늘 빠지지 않는 주제가 '실용'과 '비실용'이다.
또 그 주제의 중심에는 항상 '케이블'의 무용론이 있다. 뭐 이야기의 골자를 보자면 불량 수준의 케이블만 아니라면 케이블의 교체는 무의미하다는 것. 여기에는 늘 갖은 전기 이론과 음향학이 동원되기 마련이고 이와는 별개로 오랜 경험과 현란한 표현력을 무기로 적극적으로 케이블 유용론의 손을 들어주는 부류와 패가 나뉘기 마련이다.
'바꿈질' 자체가 취미의 본질인 오디오쟁이에게는 당연히 케이블 교체 유용론 쪽으로 판정이 기우는 것은 자명하다 하겠다.
긍정의 의미만을 갖는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나 역시 케이블 교체에 따른 분명한 음질 혹은 음색의 변화가 있다는 쪽에 한 표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소스 쪽 인터 케이블의 변화를 제일 크게 느끼고 있으며 오히려 파워 케이블의 차이는 잘 감지하지 못한다. 이것은 일반적으로 파워 케이블의 차이가 제일 크다고 주장하는 다른 오디오파일이 많다는 것과는 꽤 다른 경험이다.
이제껏 전기 사정이 나쁘지 않은 곳에서 오디오 생활을 한 것이 이유가 될지 모르겠으나 CDP와 연결된 '인터 케이블'의 변화에 제일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스피커 케이블은 가급적 중립적인 별 특색이 없는 것을 좋아하고-특색이 있어봐야 잘 모른다ㅠ.ㅠ- 대신 인터케이블로 오디오의 양념을 대신하고 있다.
Pantheon으로 앰프를 바꾸면서 제작사에서 함께 들어온 인터케이블(Silver Tention)이 며칠 동안 마음에 걸린다. 뭔가 메마른 소리. 고음역이 시원하게 뻗어 나오지 못한 느낌. 25만 원이라는 시중가에 비해서 싼 티 나는 단자의 역시 싼 티 나는 터미네이션. '디자인에서 소리가 난다'는 막귀 신공의 나로서는 구린 외모에 벌써 밉상의 점수를 줘서 그런지 내내 못마땅하다.
PC-Fi용으로 밀려났던 Wire World의 'Atlantis5'로 바꾸어 들어 본다.
Wire World의 초고가 케이블에 비하면 입문기에 해당하는 15만 원 정도의 저가(?) 케이블이지만 기본기가 좋다. Silver Tention과는 같은 은선 계열임에도 무엇보다 대역 간 밸런스와 넉넉한 배음을 만들어내는데 장점이 있다. 가격 차이가 조금 있으나 이 정도면 동급의 케이블이라고 봐야 한다.
장점을 더욱 강화하는 쪽으로 세팅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누누히 말하는 나의 생각이다. 해상도보다는 부드러운 음색과 공간감이 특징이라면 그쪽을 강화시켜야지 어쭙잖게 반대 성향의 케이블이나 튜닝으로 가다가는 이도저도 아닌 시스템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Atlantis5가 가격만 볼 때는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따뜻한 음색의 Pantheon과 탄노이와의 상성이 훨씬 좋다.
역시 오디오에 가격은 큰 의미가 없다. 오직 '매칭'만이 있을 뿐.
혹시 몇 종류의 케이블이 있다면 가끔 위치를 서로 바꿔서 들어보는 것도 재미있는 시도가 될 것이다. 생각하지 못한 조합으로 여러분의 음악 생활이 풍요로워질 수 있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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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6.7.1.
그걸 꼭 찍어먹어봐야 아나? 너무 자명해서 확인할 필요조차 없는 경우에 자주 사용하는 말이다. 하지만 남들이 다 좋다고 하는 것도 내게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처럼 그 좋다는 것이 내게 별로인 경우에도 아무 의미가 없어서 결국 확인해 봐야 하는 일들이 있기 마련이다.
오디오에서 매칭이란 것이 결국 그런 영역이다. 유튜브만 봐도 가격대별로 앰프와 소스 그리고 스피커 조합을 맞춰 이것 이상은 없다면서 침을 튀겨가며 소개하는 내용이 넘쳐난다. 대개 그런 사람들은 소개된 제품의 수입사로부터 이미 리뷰어란 이름으로 이런저런 보상을 받았거나 아예 그 제품을 판매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장사꾼의 소리란 말이다.
물론 시행착오와 불필요한 선택지를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것은 인정한다. 뭔가 테스트와 조합을 해 보려 해도 해당 제품이 내 예산 범위 내에 들어야 하고 유통되는 제품이어야 하는데 그럴 때 다양한 최근 제품의 소개와 리뷰가 도움이 된다. 하지만 뭐든 맹목적 맹신은 그만한 배신을 만나는 법이라 경계가 필요하다.
귀만큼 간사스러운 게 없다. 결국 꼭 찍어 먹어봐야 안다. 게다가 시시때때로 맛도 달라진다. 그래서 어렵고 재미있는 일이다.
조언을 한다면 적어도 케이블은 무조건 '중고'로 다른 메이커의 두 조를 들이자. 들어보고 보다 좋은 것은 남기고 나머지는 다시 방출하는 방식이다. 중고이니 적어도 가격방어는 되고 얼마간 후에 다른 것을 또 중고로 들어 계속 서바이벌 게임을 시키는 식으로 제짝을 찾는 방식이다. 비슷한 가격대로 진행될 경우 택배비 말고는 추가적인 비용 지출 없이 바꿈질의 즐거움과 비교테스트 능력까지 함께 얻을 수 있다.
하긴 써놓고 보니 이것도 부지런 하고 열정이 넘칠 때가 가능한 말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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