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 남자의 오늘

때로는 그냥 가만히 있는게 좋은데

by 오늘의 알라딘 2024. 7. 17.

오늘은 2024.7.17.

 

때로는 그냥 가만히 있는 게 좋은데 요즘들어 나라에서 하는 일마다 맘에 드는 게 별로 없다 보니 그냥 웃고 넘어갈 일에도 딴지가 생기고 매번 무슨 생각일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경우가 많다.

 

그중 <국립국어원>이란 곳이 있다. 2004년에 문체부 산하에 생겨난 기관인데 표준어 정책을 담당한다. 얼마나 국민적 동의를 얻어 그리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자기들 맘대로 "이제부턴 이것도 표준어입니다" 하면 전 국민이 그런가 보다 해야 하는 정도의 권위가 있다.

 

서울 토박이로 살면서 여지껏 '자장면'을 표준어로 쓰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는데도 그게 맞다고 우기더니만 어느 순간 이제부터는 '짜장면'도 표준어라고 해 버리는 뭐 그런 식이다.

 

그런 국어원에서 하는 일 중에 하나가 외래어를 한글로 순화해 쓸 수 있는 대체어를 개발하는 것이다. 글로벌 지구촌 사회가 된 마당에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음에도 우리만의 단어를 개발(?)하는 일인데 이건 북조선 사람들도 잘하는 일이다.

 

예컨대 '홈페이지'란 단어를 '누리집'이란 말로 대체어를 개발해 KBS 같은 곳에선 제법 자리 잡아 쓰고 있고 이젠 겨우 국민들도 알아듣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이미 외래어가 자리 잡은 마당에 등장한 대체어들로 인해 공연히 의사소통을 방해하기 일쑤다. 그래서 대체 가능한 한글이 있다는 긍정적인 점과 어차피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조어라는 측면에서 요즘 젊은이들이 만들어내는 줄임말 신조어들과 다를 바 없다는 부정적인 점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게다가 표준어의 제정처럼 몇몇 사람이 모여 결정한 '관제(?) 단어'란 것 때문에 굳이 그 의미와 용례를 학습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사용이 불가능하고 공감을 얻기 어렵다는 치명적 한계가 있다.

얼마 전 국립국어원에선 또 새로운 대체어를 발표했다. 그중 한 가지가 또 맘에 들지 않는다.
이미 퍼질 대로 퍼진 외래어 줄임말인 YOLO(You Only Live Once)의 대체어를 '오늘살이'로 발표했다.


우리말의 '~살이'란 표현은 대게 임시적이나 마지못한 상황에 주로 쓰인다.

 

'제주도 한달살이', 곤충 '하루살이' 같이 기한이 정해진 비영속적 경우라 곧 끝이 예정된 상황이거나 '포로살이', '첩살이', '오막살이', '식모살이'처럼 거의 모든 경우에 불우한 환경에 붙여 쓰는 단어이다. 한마디로 긍정보다는 부정적 이미지가 강한 조어라 이걸 국어학자들이 모르지 않을 터인데 이걸 굳이 YOLO에 가져다 썼다. 이해하기 어렵다.

YOLO가 오늘만 살고 말자는 그런 부정적 의미가 아님을 알 것이다. 오히려 미래의 불투명한 희망을 위해 매일을 불행과 고생으로 점철된 고난의 시간으로 보낼 것이 아니라 주어진 하루하루를 긍정적으로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자는 뜻이라 '카르페디엠'과 결이 같은 단어임에도 새로 만들었다는 '오늘살이'는 당최 그 느낌이 없다.

 

YOLO가 지중해 바람을 맞으며 칵테일 한 잔을 할 것 같은 단어라면 '오늘살이'는 어째 지하철 귀퉁이에 신문지를 깔고 소주병을 빨고 있는 그림이다. 아마도 국어원 사람들이 평생 한글만 판 사람들이어서 YOLO의 뜻을 오해했거나 별 생각이 없이 기한이 임박해 오늘살이(?)로 살며 만들어냈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때론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나을 때가 있다. 국립국어원의 YOLO를 권한다.


❤️ 수익을 위한 글을 쓰고 있지 않습니다. 공감하트/구독하시면 그저 조금 더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