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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하다 가랑이 찢기/오디오 음악감상

[2009.8.8.] 칼라스 아틀란티스 1주일 사용기

by 오늘의 알라딘 2024. 7. 18.

마지막 스피커라는 비장한 결심 끝에 입양한 금잔디음향 칼라스 '아틀란티스'. 그러니 이제껏의 스피커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의 기대가 있음은 두 말하면 잔소리가 되겠다.

마치 아이를 키우는 심정으로 하루하루 에이징에 공을 들이고 있으니 갓난아이의 사진을 남기듯 가끔의 사용기를 남기려 한다.

오늘로 거실에 '아틀란티스'가 버티고 선지  정확히 1주일이 되었다.
그 사이 3일간 집을 비웠으니 정확히는 채 4일을 사용하지 않은 셈이니 소리결보다는 '아틀란티스'를 구입해서 세팅한 이야기부터 풀어가는 게 맞겠다.

 

아틀란티스를 선택한 이유가 있었는데 그것은 철저한 '중립성'이다. 흔히 무색무취라고도 말하고 색깔이 없다라고도 말한다.

사실 이제껏 사용한 스피커들은 무색무취라기 보다는 어느 한쪽 끝단에 가 있는 스피커들이었다. 

JMLab, 트라이앵글, 모니터 오디오, 크레모나가 예리한 고음역의 해상력과 똘망한 저음을 기본으로 어떤 음악이든 밝은 색감으로 그려내는 파스텔 같은 느낌이지만 늘 2%의 음악성이 부족했던 소편성 전용(?) 스피커 계열이었다면 탄노이는 그 정반대 편에 서 있는 스피커였다. 통울림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홀톤의 음악성으로 중저음의 호방한 스케일을 보여주는 찐득한 유화와 같은 스피커가 바로 탄노이다. 하지만 음상이 굵고 곡에 따라서는 앞으로 불쑥 튀어나오는 동축 유니트의 특징에다 도대체 스테이지가 그려지지 않는 단점이 있다.

각 각의 장점이 결국엔 단점으로 돌아오는게 스피커의 세계이다. 따라서 이들 성향이 사용자의 취향에 잘 맞으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어떠한 소스의 교체나 케이블 신공만으로는 해결책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  

'아틀란티스'는 그런 면에서 자유롭다. 소스나 앰프의 성향을 그대로 잘 보여준다. 케이블이나 액세서리의 무용론자에 가까운 나로서도 작은 변화의 디테일을 바로 체감할 수 있도록 보여주는 그야말로 거울 같은 스피커이다. 중량재를 채운 백로디드혼의 반밀폐형 우퍼모듈인 탓에 통울림도 거의 없고 공간을 크게 의존하지 않는 그야말로 방해 없는 소리를 내 줄 기본기가 있다.

따라서 외람된 말이지만, 아틀란티스의 경우 일정 수준 이상의 사용자 취향에 잘 부합하는 소스나 앰프, 케이블이 필수이다. 물론 이는 스피커를 울리기 어렵다든가 하는 구동력의 문제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말이라서 웬만한 앰프로도 충분히 구동이 되지만 입 맛에 맞는 제 성능을 뽑을 려면 적어도 각 각 아틀란티스의 몸 값 정도의 앰프와 소스, 그리고 그와 격이 맞는 케이블이 필요하다.

다시 말 해 하이엔드로서 대접을 해 줘야 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현재 사용중인 앰프는 Tone의 Pantheon Mk3 (Ver.KT-88pp)을 물렸다.

진공관 앰프로로는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유수의 앰프들에 전혀 밀리지 않는 앰프라 확신한다. 너무 높은 출시가가 문제긴 하지만 구동력과 진공관 특유의 소리결, 음악성...... 어느 한 구석 빠지는 부분이 없다.  아침저녁으로 덜 풀린 아틀란티스의 우퍼 두 발을 손 봐주는데 열심이다.  마음이 놓이는 좋은 짝이라 앞으로 앰프에 대한 고민은 덜게 되었다.^^

소스는 내 기기 중에서 제일 오래동안 함께 하고 있는 마란츠의 SA11s1.

SACD 플레이어지만 레드북 역시 만족스러운 음질로 들려준다. 다소 음악성이 부족한데 인터케이블에 따른 음색 변화가 심한 편이라 순은선의 다소 경질의 소리보다는 동선계열의 케이블로 매칭해 줬을 때 제일 결과가 좋았다.  현재는 무산소동선에 은도금된 케이블인 Wire World의 'Atlantis5'-공교롭게도 스피커와 이름이 같다^^-가 썩 마음에 드는 포근한 소리를 내주고 있다. 

스피커케이블은 앰프 제작사인 Tone의 은선(외부는 백금도금) 계열의 케이블인 Silver Storm을 쓰고 있는데 왜곡 없는 신호전달이라는 본연의 목적이 충실한 케이블이다. 2.5m 페어에 75만 원이라는 가격에 어울리지 않는 조잡한 터미네이션만 참을 수 있으면 강추한다.

 

현재까지의 소리결 성장을 보면, 1주일이 지난 아틀란티스의 저음은 처음 보다는 획기적으로 나아졌지만 아직 교향곡 총주 부분에서 뭉쳐 나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부드러운 첼로와 콘트라베이스의 거친 찰현을 확실히 구별해 들려준다. 게다가 정확한 좌우의 밸런스 덕에 확실한 무대감이 그려지고 스테이지의 앞 뒤 폭 역시 점차 확장 중이다. 

중음역을 모니터링 하기 위해 연결해 놓은 TV 뉴스 아나운서의 목소리도 아쉽지만 아직은 트여 있지 않다.  현장 뉴스음의 생생함에 비해 아나운서의 소리는 조금 답답하다.

금잔디 시청실의 것과 비교할 때 70% 정도나 몸이 풀렸을까? 아직 유닛을 길들이기엔 너무 시간이 적었으니 당연하다.
외출할 때마다 몇 시간 동안 저음왕 CD나 말러 교향곡을 틀어 놓고 나가고 있고...... 일주일 한 번 정도는 Delicacy의 Burn-In CD를 돌려 에이징에 도움을 줄 생각이다.

짧아야 한 달. 새 스피커에게 이 정도 시간은 줘야 평가에 공정하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아틀란티스'를 보면서, 그 숨겨진 '대륙'의 부상을 기대한다.


[글 더하기]

오늘은 2024.7.18.

 

예전에 썼던 글을 조금 뒤적거려 보니 아틀란티스에 관한 글이 여러 개 더 남아있다. 다시 말해 몇 번 더 글을 더할 기회가 있을 것 같아 이미 충분히 긴 본문에다 많은 글을 얹는 것은 않으려 한다.

 

다만 아쉬운 건 가라앉은 도시 '아틀란티스'란 이름처럼 메이커인 K사운드랩(구 금잔디음향)은 물론 이젠 영영 어디에서도 보지 못할 사라진 물건이 되었다는 것. 

 

하긴 레전드는 그렇게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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