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시어터를 시작한 후론 어떤 식으로든 두 조의 시스템을 서로 조합해 사용해야 하는 일이 생겨난다. 때로는 스피커를 번갈아 사용해야 했고 어떤 경우에는 앰프와 AV 리시버 사이를 오고 가야 했다. 때문에 할 수 없이 등장한 것이 셀렉터다.
여러 셀렉터 메이커중에서 자그마한 크기에 은선으로 배선처리를 한 FineAV의 제품을 선택해서 이제껏 사용했다. 전형적인 2:1 셀렉터였는데 때로는 앰프 셀렉터로, 때로는 스피커 셀렉터로 지난 몇 년 동안 제 몫을 다해줬다. 그러다 오디오를 심각하게 시작한 요즘, 바로 이 셀렉터의 존재에 갈등이 많아졌다.
셀렉터를 사용하려면 할 수 없이 사용하는 연결 케이블이 많아 질 수밖에 없다. 셀렉터 내부의 배선은 물론이고 앰프와 스피커로 이어지는 여벌의 케이블들이 할 수 없이 들어간다. 연장 길이가 늘어남은 당연하다. 또한 아무리 좋은 스피커 케이블을 새로 들여도 이들 중간 중간의 케이블도 동일 재질로 통일할 수 없다면 그 고가의 케이블 효용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거기에 더해서 각 접점 사이사이 연결을 위해 추가되는 별도의 단자들까지 고려한다면? 아! 이건 정말 아닌 게 된다.
단자 하나를 닦아 놓고도 해상도를 논할 뿐 아니라, 나무 조각 하나를 CDP 위에 달랑 올려놓고 음질의 변화를 논하는 게 오됴쟁이들이다. 케이블 하나에 수 백 수 천을 아낌없이 쏟아붓는 것 역시 오됴파일의 미덕이다. 그런데 하물며 몸 좀 편하자고 사용하는 셀렉터가 과연 내 시스템에 도움이 될 것인가 하는 대목에 와서는 자신이 없다.
현재 사용하는 셀렉터의 용도는 앰프 셀렉터이다. 그런데 만약 이걸 포기하려면 AV리시버를 사용할 때마다 별도의 케이블을 스피커에 바꾸어 연결해야 한다. 당연히 불편한 일이다. 하지만 음악 듣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영화 보는 일이 많지 않고, 앰프와 함께 들인 고가의-내게는 아직 이 정도가 고가이다ㅠ.ㅠ-스피커 케이블을 진공관 앰프와 직결해 성능을 뽑아내기 위해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가뜩이나 더웠던 어제 토요일. 드디어 셀렉터를 치워 버렸다.
벽체를 통해 뽑아 놓은 AV 리시버의 프런트 스피커 라인을 셀렉터에서 분리해 별도의 단자 작업을 했다. 어차피 AV 쪽은 막선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거창한 단자 처리는 필요 없었다. 이제 앞으로 영화를 보려고 프로젝터를 구동할 때마다 케이블 단자를 교체하는 새로운 작업이 필요하다.
앰프와 스피커를 직결한 이후의 변화는 느낌뿐일지 모르겠지만-틀림 없이 느낌 뿐일 것이다-소리가 단정해졌다.진공관의 열기가 바로 스피커로 전달되어, 가뜩이나 덜 풀린 우퍼가 내는 가끔의 벙벙한 소리가 작아졌다. 무엇보다도 앰프와 스피커 사이의 여러 종류의 케이블과 접점들 때문에 전전긍긍하던 '심리적'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작업이었다.
얼마지 않아 이사를 예정하고 있다. 그때는 지금과 또 다른 환경에 직면할 것이다. 스크린을 전동식으로 교체하고 오디오 랙을 들여야겠다고 생각 중이라 새로운 세팅을 예상하기 어렵다. 아마 그때의 필요에 의해서 다시 셀렉터를 사용해야 할 일이 생겨날지 모르겠지만 제대로 된 오됴파일의 기본은 분명히 '셀렉터 치우기'이다.^^
와인오디오의 오됴칼럼니스트인 주기표님의 셀렉터 관련 글을 링크한다. 셀렉터에 남아있는 쓸데없는 정(?)을 떼는데 도움이 될 좋은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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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4.7.19.
지금와서 생각이지만 셀렉터는 굳이 안 없애도 될 법했다. DVD의 몰락과 함께 지금은 치워버린 홈시어터용 AV 앰프를 별도로 사용해야 하는 형편이라 셀렉터가 꼭 필요했다. 접점 포인트 한두 군데가 더 늘어나니 전보다 더 좋아질 일은 없겠지만 그렇다고 심각하게 훼손할 일이 있을까?
앰프며 스피커 네트워크 안의 납땜과 그 허다한 접점을 생각하면 외부 셀텍터의 추가가 별 일도 아닌데 좀 호들갑을 떠느라 사서 고생을 자초한 셈이다.
정작 나의 필요가 확실한데 공연히 남의 말을 듣고 선택을 포기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자.
정답이 없는 오디오 내 멋대로 하는 맛이라도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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