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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의 오늘

[2009.9.4.] 정말 이러고 싶다

by 오늘의 알라딘 2024. 8. 12.

성격상 무슨 일을 시작할 때는 계획을 꼼꼼히 세우는 것을 좋아한다. 계획하지 않은 일은 하는 것도, 생기는 것도 별로 달갑지 않다. 그런데 문제는 계획의 막바지에 몰려서야 일을 집중하는 일종의 '게을리즘(?)' 때문에 어느 때는 숨도 쉴 겨를도 없이 일에 치여서 산다.

한마디로 계획이 의미가 없어지는 거지. 요 며칠 그랬다.

마감시한이 뒤에 있는 일이면 그동안 시간의 여유가 있었어도 다른 것에 관심을 갖다가 결국은 그 계획의 마지막 날에서야 호들갑을 떨게 된다.

사실 이렇게 일정상 궁지에 몰렸을 때 일의 능률도 오르고 집중도도 높아져서 나름 성과도 괜찮았던 여러 번의 '학습 효과' 때문에 계속 이렇게 살고 있는데 결국 '계획'이라는 것이 시간의 안배를 위한 것이 아니라 '데드라인'의 의미로 전락된 것이다.

이번 주는 피곤했다.  그리고 아직도 진행 중이다.

주말만이라도 정말 쉼을 얻고 싶은데. 그래본 적이 언제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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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4.8.12.
 
본문을 보니 당시 주말에도 제법 버겁게 살았나 보다. 15년 후인 어제(8.11. 일요일)도 사옥이전으로 잠깐 출근을 했다. 역삼동에서 10년을 지냈는데 몇 블록 떨어진 신논현역-행정구역상으론 서초동이다-으로 옮겼다. 모처럼 주말 출근인 데다 새집으로 이사하는 거라 기분이 나쁘진 않았지만 어제도 주말이 그리 지나갔다. 
 
자세한 사연을 적어둔 게 아니라서 추측키로는 그 당시 몹시 바쁜 일정을 살고 있었던 것 같다. 15년 전이면 대충 차장 직급을 막 달고 근무할 때였을 텐데 실무를 총괄하는 책임자로서 이것저것 바쁘긴 했을 거다. 하지만 그 후로 15년을 더 다녀보니 가짓수가 많았을 뿐 중요한 일은 아니었다. 긴급했으니 우선순위가 있었겠지만 의미 있는 일은 아니었던 셈이다. 오히려 이후 부서장이 되고 나서야 가짓수보다는 영향력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았다. 부하직원들의 신상과 팀의 진로를 아예 뒤바꿔 놓을 수 있는 의사결정의 자리에 서게 되고 크게는 회사를 대표하는 정책을 결정해야 했다. 나의 잘못이 나 혼자에게만 영향을 주는 그런 수준이 아닌 소위 판단의 자리에 자주 놓이게 된 것이다.
 
그러니 지금 좀 바쁘고 힘들더라도 나중의 자리를 위한 트레이닝이라 생각하면 못할 것도 없다. 혹시 세상일을 혼자 다 하는 것 같은 생각의 젊은이(?)가 있다면 그저 힘 좋을 때 어울리는 그런 일이었다고 분명 말해줄 수 있다. 나중엔 힘보단 노인네(?)의 지혜가 필요한 시기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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