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달의 공사 끝에 지난 27일(금), 교보문고가 다시 문을 열었다.
어제 오후(29일)에 찾아간 교보빌딩은 아직 건물 내외부에 공사의 흔적이 남아 있고 여기저기 새집 냄새로 보아 공사 일정에 맞추느라 어지간히 서둘어 재개장했구나! 하는 인상이다.
기존의 시원시원한 넓이의 복도가 아니라 좁은 '골목'의 형태로 레이아웃이 되어 있어서 가뜩이나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는데 더욱 비좁은 인상을 주었다. 체리, 오크 등의 나무목을 인테리어 콘셉트로 사용해서 고풍스러운 맛은 있었지만 세련되거나 현대적이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푸드코트로 꾸며진 '멜로디스' 역시 지나치게 협소한 공간에 너무 많은 메뉴와 인원을 수용하려 욕심을 내다보니 참을 수 없이 번잡하다.
그나마 제일 관심 있었던 '음반 매장'은 별도 구역으로 꾸며서 제법 공간을 많이 할애했고, 클래식 코너는 따로 룸 형태로 별도로 만들었다.
그릴의 제작사 로고는 없었지만 'ATC' 스피커로 보이는 대형기가 클래식 매장에 따로 소리를 담당하고 있었다. 적은 음량으로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을 연주하고 있었는데 제 성능을 낼 수 있는 음량과 배치는 절대 아니어서 아쉬움이 많다. 운용하기 쉽지 않은 스피커 중의 하나인데 저 음량으로는 일단 어림도 없다. 따로 앰프가 노출되어 있지 않아 어떤 앰프로 구동되고 있는지는 상상만 할 뿐이다.
방앗간을 그냥 나오기 뭐해서 엘리자베스 조이로(Elizabeth Joy Roe)의 DG 데뷔 앨범 'Images Poetiques'를 구입해 나왔다. 헤드폰으로 청음했을 때만큼 잔잔하기만 한 곡들은 아니었지만, '시적영상'이라는 앨범 타이틀처럼 어렸을 때부터 나타낸 그녀의 천재성을 청각적 영상으로 확인하는 데는 충분한 피아노 소품들이다.
재개장을 오래 기다렸지만, 오래 머물기는 힘들었던 '교보문고'의 오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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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5.3.7.
푸드코트 등이 변경되었지만 얼마 전 광화문 본점을 방문했을 때도 큰 구조적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봐선 15년 전 리노베이션 이후 추가적인 큰 공사는 없었던 것 같다. 당시 재개장 직후이기도 했으니 번잡스러웠던 것이 당연한 그런 공교로운 시점의 방문이었다.
아이가 어릴땐 핑계 삼아 저렇게 가끔은 들렀는데 이제는 죄다 인터넷 세상이 되다 보니 서점방문이 낯설다. 다행히 사무실에서 몇 걸음이면 교보문고 '강남점'이 있다. 지난겨울 아내의 생일카드와 자격증 준비서를 사기위해 한 번 방문하긴 했는데 집 근처라 익숙한 광화문 본점과는 달리 출입구 찾는 데부터 헤매다 볼일만 보고 서둘러 나왔다. 강남은 여러모로 나랑 잘 안 맞는다.ㅎ
교보문고. 그나마 건재하게 오프라인 서점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는 점에서 세상을 살며 느끼는 여러 다행한 것들 중 하나이다. 모기업인 교보생명에도 들어준 보험 하나 없지만 공연히 감사하다. 어린 시절 꿈이었던 서점 주인의 대리만족 대상으로서 여전히 잘 되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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