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루에 마지막으로 글을 올린 지가 여러 날이 되었다. 이런 경우엔 보통 출장 등으로 업무에 치이는 중이거나 긴 휴가, 혹은 뭔가 다른 일에 몰두해 있다는 뜻이다. 이번엔 후자의 경우로 몇 달 목이 빠져라 기다린 '아이폰4'에 며칠 분주했다.^^
지난 10일 공식 출시 전날 저녁에 개통도 안 된 녀석을 보쌈해 왔으니, 국내에서 적어도 몇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정발폰' 사용자가 된 것이다. 웃기는 말이지만 시스템적으론 아이팟이나 아이폰3Gs와 그리 다를 것이 없어서 너무나 기다린 것 치고는 생각보다 체감하는 만족도가 그리 크지 않았다. (소문난 잔치^^)
말로만 듣던 '데스그립' 역시 현실로 다가오다 보니, 멀쩡히 4~5개의 안테나가 떠 있다가도 손으로 쥐는 순간 한 개 정도로 급하게 떨어진다. 적어도 '전화기'의 기능만을 볼 땐 낙제에 가까운 제품이다. 범퍼케이스를 사용하면 나아진다지만 적어도 이번 제품의 소구점은 레티나로 불리는 '액정의 화질'과 강화 유리로 무장된 '미니멀한 디자인'이다. 따라서 이 둘을 포기한다면 아이폰4의 전부를 잃는 것이 된다. 그래서 결정한 삽질이 있는데, 일체의 보호 필름과 케이스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예전부터 PDA를 사용했던 경험상 늘 보호 필름을 사용했지만 정작 보호 필름을 자주 교환하지 못하다 보니 사용하는 내내 흉터 가득한 액정 필름 화면만을 보고 살았다. 그럴 바에야 아이폰4의 강화 유리를 믿고-어차피 깨질 상황이면 필름과 상관없이 깨질 것이고-그냥 사용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물론 작은 흠집이 날 수도 있겠지만 필름의 흉터를 보면서도 무덤덤하게 살아가는 것과 까짓 다를 것도 없다.
쌩폰을 사용하면 화질의 100%를 끌어냄은 물론이고 유리 특유의 부들부들, 쫀득쫀득한 느낌 때문인지 터치 반응도 더 좋아진다. 알루미늄으로 밴딩처리된 외관 역시도 이것을 가리면 디자인의 거의 대부분을 잃는다. 범퍼를 보고 이쁘다고 하는 사람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ㅠ 통화의 질 때문에 범퍼를 사용할 것인가 하는 고민은 좀 해봐야겠지만, 안테나 하나로도 통화는 끊기지 않는다고 하니 가능하면 쌩폰으로 가봐야겠다.
두 번째의 삽질은 교통카드를 아이폰의 뒤판 속에 이식하는 일이었다.
여기에 한 가지 문제가 있는데 아이폰의 뒤판이 너무 두껍다는 점이다. 케이스 자체가 두꺼운 데다 한쪽으로는 보호패널이 덧대어있고 강화유리로 마감이 되어 있어서 교통카드의 작동거리가 너무 짧아진다. - 다른 분의 의견으로는 뒷 판의 두께와 교통카드의 작동거리는 무관하다고도 하는데...... 글쎄. 해 보고 말씀하시는 건지? 신호가 상대적으로 강한 지하철에서는 겨우 작동하는데, 마을버스나 버스 등에선 애로가 있다. 그러니 혹시 따라 하실 분은 고려해 보시길.
오늘 점심시간에 사용하던 '옴니아 2'를 중고로 팔았다. 10개월 가까이 나름 정이 들었는데 이걸로 인연은 끝이다.
전화기로써 보다 진정한 스마트 폰으로서의 아이폰을 기대하며 남은 약정기간을 살아야 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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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5.3.10.
15년 전 아이폰을 기억 못 하는 사람들은 본문의 글을 읽고 '데스그립'이 무슨 말인가 할 거다. 스마트폰 테두리를 최초로 금속으로 둘러 일부를 안테나로 활용하게 되었는데 손으로 잡는 순간 전파 방해물 역할을 하게 되어 통화를 위한 수신감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상황을 말하는 단어였다.
획기적이고 얄상한 외모로 출시되었지만 기본이 되는 통화기능에 하자가 있는 제품인데 아직 통화를 메인 기능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제법 치명적이었다. 부랴부랴 테두리 범퍼케이스를 하나씩 주는 걸로 생색을 부리며 일단락되었지만 애플이 공식적으로 대국민 양아치 짓을 한 첫 사례이기도 했다.
가끔 Back to The Basic, '기본으로 돌아가자'란 말을 쉽게 한다. 여러 부가기능이나 외모로 치장해 봐야 결국 승부는 기본을 제대로 해 냈느냐에 갈린다는 말인데 당시 기본은 지금과는 달리 여전히 통화 기능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당시의 아이폰 성공은 분명 기이한 사회현상이었다.
하긴 외모가 모든 것을 다 용서하는 세상을 살고 있는 지금엔 이해가 될 듯하기도 하다. '기본' 역시 늘 시대를 두고 바뀌는 법이다. 예전의 기본이 지금도 그렇다는 말이 아니다 보니 과거의 전문가라도 지금은 아무 소용이 없어진다. 기본이 달라진 요즘이어서 그런지 당시 하자품이었던 아이폰4의 중고가 고가에 거래된다고 한다.
어째 뭔가 하자 같은 망한 인생이라도 버텨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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