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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의 오늘

[2011.4.3.] 새로운 것에 대한 공연한 열등감에 관하여

by 오늘의 알라딘 2025. 3. 31.

신제품이 출시된다 하면 그보다 바로 앞 디자인을 갖고 있는 소비자 입장에선 그리 마뜩한 일이 아니다. 봄이 되면서 개인적으로 몇 가지 소유물에 대한 다음 버전 출시 소식이 들리는데 공연히 심통이 난다. 먼저 SM7이 그렇다. 지난 여러 해 잘 타고 다녔고 슬슬 소모품들의 교환 주기가 돌아오고 있긴 하지만 세차만 깨끗이 해놓으면 아직은 꽤 그럴싸한데 새롭게 나온다는 버전의 콘셉트 디자인을 보고선 공연한 부화가 치민다. 

이쁘다. 국산 디자인으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잘 나왔다. 기아의 K7이 나왔을 때도 나름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이상이다. 뭐 새것이 더 좋아 보이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차를 바꾸기엔 아직 한참을 더 타야 하는-그리고 어디 차 값이 한 두 푼이냐?- 오너 입장에선 괜히 배가 아프다. 어떤 파워트레인이 채용될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나름의 선전을 보장한다.

 

그 다음이 지금부터 말하려는 톤코리아의 진공관 앰프 '판테온'이다. 내가 사용하고 있는 Mk3의 후속으로 최근 Mk4와 스페셜 버전인 Mk4se가 줄줄이 출시되었다. 솔직히 전작과의 차별을 위해 일부러 검게 테두리를 두른 모양이나 공연한 뻘건 조명으로 이름을 밝히고 있는 '중국풍' 디자인보다는 오히려 Mk3가 디자인의 정점에 와 있다고 생각하는데도 공연히 불만인 유일한 이유는 그저 더 '신제품'이 세상에 있다는 거다.  

주로 트랜스부를 중심으로 한 파워부가 자잘하게 바뀌었기 때문에 더 구동력이 좋아지고 대역폭이 넓어졌다고는 하나 적어도 구동력에 대해선 '불만제로'인 상황에선 그리 신경도 쓰이지 않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더 잘난 놈이 있다고 하는 것이 신경이 쓰인다. (솔직히 Mk4se버전의 경우 골드라이온 복각 KT88이 채용된 이유인지 모르겠으나 훨씬 소리가 쫀득하게 들린다는 것은 인정!ㅠ)

 

오늘(4/2) 오전에 아내와 함께 나들이 겸 톤코리아에 방문해서 리모컨 수신에 대한 점검을 받으면서 마지막 업그레이드 작업을 함께 받았다. 공식적으론 Mk3는 단종이니 '마지막'이란 말이 정말 맞을지 모르겠다. 보다 개선된 바이어스 자동 조정장치를 교체하고 몇몇 회로를 바꾸는 작업이었는데 스피드가 더 붙게 되고 저역에서는 진공관 특유의 질감이 강조된다 하니 기대가 크다. 하지만 이런 업그레이드 때마다 다시 적응하는데 한참을 애먹는 타입이라 며칠 진득하게 들어봐야겠다.

 

나이가 먹고 직급이 올라가고 하는 세상의 '에이징' 속에서 더 어리고 싱싱한 녀석들을 보면서 공연한 부러움과 질투를 느끼거나, 혹은 되지 않을 흉내내기로 열등감을 달래는 것은 오디오에서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공연히 오디오파일의 '춘정'을 핑계 삼아 장터를 힐끗거리는 것을 보면.

 

얼른 맘을 다스리고 다시 강화된 회로로 돌아온 판테온 Mk3에 더 정을 쏟아야겠다. 좀 여력이 되면 출력관이나 한 번 바꿔주는 것으로 이번 봄맞이 바꿈질은 끝을 보기로 한다.

 

그럼 내년 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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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5.3.31.

 

일부러 그러는 것도 아닌데 핸드폰과는 달리 자동차를 구입할 때면 해당모델이 거의 단종되기 직전에 구입을 했다. 벌써 몇 번째다. 모델이 새로 바뀌고 나면 초기에 불량도 심하고 해서 안정화 후에 구입하는 게 맞긴 하는데 늦어도 너무 늦다. 특히 자동차의 경우 완전한 풀체인지 중간에 기존 디자인이 주는 피로감을 덜기 위해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한 번 나오기 마련인데 내 경우 이 페이스리프트 모델의 끝쯤에 차량을 구입한다.

 

페이스리프트를 포함해 하나의 차종 주기가 6년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모델이 출시되고 4~5년이 흐른 이후에야 구입하는 셈이다. 공교롭게도 그 정도가 되어야 사용하던 연식이 무르익는 데다 한 번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차 오르면 몇 년을 더 기다려 신형 모델을 구입한다는 인내력은 도저히 생겨나지 못하는 '조급증' 때문에 그리되었다.

 

다행인 건 요즘은 잘 관리된 오래된 차가 주행 중인 걸 보면 오히려 좋아 보이는 그런 생각이 점점 커진다. 최근 유지관리를 위해 정비도 자주 하고 계절마다 맞는 타이어를 교환하면서 그렇게 잘 관리하기가 쉽지 않고 그만한 노력의 결과물이란 걸 새삼 깨달아 그런 것 같다.

판테온 신형이 그렇듯 지금 타고 있는 BMW G30 후속 G60의 디자인이 생각보다 별로인 것도 다행이다.
나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조금 더 오래 정을 붙일 이유를 찾는 중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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