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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하다 가랑이 찢기/오디오 음악감상

[2012.3.11.] 업그레이드를 끝내고 돌아온 판테온

by 오늘의 알라딘 2025. 5. 13.

내가 세운 오디오 업그레이드의 철칙 하나가 있다면 '한 번에 한 가지씩'이다. 오디오라는 것이 All in One 시스템이 아니다 보니 스피커, 앰프, 각종 소스기기, 케이블의 종합예술이다. 그러니 이 중 두어 가지 이상을 한꺼번에 바꾸게 될 경우 궁극적으로 어떤 기기의 변화에 의해서 만들어진 소리인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늘 철칙은 현실을 외면한다. 판테온을 업그레이드하느라 삼사일 집을 비운사이 활용도가 떨어지는 것중 케이블을 중심으로 바꾸어 들이는 바람에 정작 판테온이 제 자리에 돌아왔을 때 극적으로 변해버린 소리결을 앰프의 공로로만 돌리는데 인색하게 만든다.

기다림(?) 끝에 돌아온 판테온.  수술실(?)에서 묻어 온 기름때와 그간 닦아주지 못한 관 표면을 윈덱스를 이용해 반짝반짝 닦아줬다.
이왕 손 댄 김에 접점보호제로 온 시스템과 케이블 단자를 코팅했다 .
면봉에 제법 때들이 묻어 나온다. (반드시 유아용 면봉을 사용해야함!)

어찌 되었건 트랜스를 제외하고는 '판테온 Mk4/a'와 동일한 회로를 갖춘 녀석이 돌아왔으니 당분간 '앰프 업글병'은 또 한 번 한 고비를 넘기게 되었다. 하드와이어링된 내부 회로 전체를 바꿨다고 하는 이번 업그레이드에서 외견상 제일 눈에 띄는 것은 초단관의 변화이다. 이제까지는 프리앰프 쪽 드라이브관으로 6922 진공관 두 개를 사용해 왔는데 초단관 전부를 12AU7으로 통일했다. 결론적으로 눈에 보이는 전면 제일 앞 줄에 도열한 진공관 6개 모두가 12AU7이다.

6922 두 개가 12AU7로 변경 - EH(일렉트릭하모닉스) 금핀으로 교체해 주셨음^^

이번 업그레이드를 한 마디로 말하라고 한다면? - 그럴 사람도 없지만- 나는 '정숙성'이라고 말하고 싶다. 진공관 앰프란 태생적 한계 때문인지 몰라도 자잘한 전기적 소음은 그러려니 하며 받아들였다. 음압 높은 스피커의 미세한 화이트 노이즈와 파워케이블로는 어쩌지 못하는 포노단의 전기 노이즈로 이제껏 제법 시달렸다. 혹시나 해서 새로 들인 포노 전용 앰프도 전혀 도움이 되질 못했다. 그러던 것이 이번 업그레이드를 통해 극적으로 조용해졌다. 덕택에 약간은 볼륨을 잡아먹어서 평소보다 조금 더 많이 볼륨노브를 올려야 하지만 볼륨의 처음과 끝 어디에서도 노이즈를 찾을 수 없다. 파워 케이블들이 여럿 들고나갔는데 이것 때문인지는 앞서 말한 대로 확인하기 어렵다...ㅠ

특히 턴테이블과 맞물려 나던 전기 노이즈가 거의 제로에 가깝게 사라졌다. 심지어 턴테이블 암대 리프트에 손만 가져가도 증폭되어 나타나던 전기 노이즈가 완전히 없다. 이전 회로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었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이번 업그레이드 회로에선 전기적으로 완전체에 가까워졌다.

 

대신 소리결에 있어서도 소스의 특징을 더 그대로 드러낸다. 원본이 제대로 된 녹음의 경우 윤기 있는 소리를 내주지만 원체 형편없는 음원의 경우 다신 듣기 힘든 소리로 구별하는 것으로 보아 원음 해상력은 극한에 와 있는 것은 아닌지? 코타로 오시오 Kotaro Oshio의 기타 연주에도 프렛에 닿아 미세한 버징이 일어나는 것조차 놓이지 않고 잡아내는 해상력이면 믿어도 좋다.

두어시간 구동 후 집 전기 사정에 맞추어 테스터로 바이어스 전압을 0.4mV로 미세조정했다.  이전 버전까지는 0.35정도 사용했는데 업체 가이드라인을 따라야지모^^

스피커 메이커에서 저음은 흔히 풍성한 울림이냐 단단한 순발력이냐 둘 중 하나를 추구하기 마련이다. 스피커 본연의 성격을 앰프가 돌려놓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판테온의 이번 업그레이드에선 전자에서 후자로 다소 성향을 돌려놓았다. (이 부분은 호불호가 있을 수 있겠다. 풍성한 울림을 중시하는 분이라면 아니올시다 할 지도)

 

이미 알려진 바이지만 Tone의 앰프들이 구형 진공과 보다는 현대적 TR앰프 쪽에 가까운 성향과 구동능력을 보인다. 이번 업그레이드 이후로 그 경향이 한 걸음 더 하이앤드 쪽으로 가 있을 뿐. 덕택에 10인치 우퍼 두 발에서 어느 정도 배음이 가미된 두리뭉실한 저음을 쏟아내던 아틀란티스가 제법 냉정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울림은 적지만 단단하고 스피디한 저음이다.  단단하지만 질감 있는 소리여서 중역대의 소리 하나하나에 기름기-그렇다고 느끼한 것은 아니다-가 흐른다. 탱글탱글. 적절한 비유일지 자신이 없지만 소스만 제대로이라면 단정하고 고급스럽다!라고 느낄만한 소리를 목도하게 된다. 공교롭게도 스피커 토우인 각도까지고 손을 대는 바람에 음장감을 논하긴 좀 어려운 상황이지만 배경의 정숙함을 바탕으로 악기 배치를 훨씬 손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업그레이드 후 늘 겪게 되는 앰프 구동으로부터 몇 시간 동안의 다소 '뻑뻑함'을 이겨내야 하는 에이징이 좀 필요하지만 한 번 달궈진 진공관을 하루 종일 끄지 못하게 되는 변화된 '판테온/a버전'을 다들 만나 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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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5.5.13.

 

지금은 방출한 앰프의 오래전 업그레이드 후기를 올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 망설였지만 그대로 가져와 남겼다. 적지 않은 시간을 함께한 동료에 대한 예의이자 어딘가에서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혹시나 참고할 사람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다. 구입 후 반기에 한 번 정도는 꾸준히 업그레이를 해 왔지만 이번엔 회로 전체를 손을 본 제법 큰 대수술이었기 때문에 당시 적지 않은 기대감과 함께 꽤나 길게도 뭔가를 적었었다. 

 

조금 더 나이가 먹었겠지만 나와는 달리 여전히 꼬장꼬장하게 제소리를 내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살면서 갑자기 오랜 친구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적이 별로 없는데 이 친구는 아직도 눈에 어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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