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서 애플의 미니 키보드를 사용한 지도 벌써 3년이 넘었다. 미니 키보드라 숫자패드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윈도용과는 키배열이 달라서 얼핏 보아도 한자 변환키부터 시작해서 안 보이는 키가 많아 애초부터 사무실용으로는 그리 적당한 녀석은 아니었다.
하지만 후배들이 많이 생기다 보니 엑셀 작업에선 손 놓은 지가 꽤 되어서 숫자패드가 없는 것은 그리 문제가 안 되었고, 키맵핑 유틸리티를 통해 애플에 없는 기능은 적당히 오른쪽 커맨드키나 옵션에 할당하니 그럭저럭 해결이 되었다.
반면 미니멀한 흰색 키버튼의 디자인과 낮은 Key 높이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키감을 제공하는 등 애플만이 줄 수 있는 높은 만족도 때문에 지난 3년이 즐거웠다. - 생각해 보니 근무시간 중 제일 많이 손이 간 녀석이다.^^ 집에서는 로지텍의 무선 키보드와 마우스를 사용하고 있는데 건전지가 오래가는 것을 빼고는 가격만큼 만족도도 절반에 불과하다. 가끔씩 윈덱스를 묻힌 헝겁으로 키 표면을 닦아주면 늘 새것 같아서 생각보다 관리도 편하다.
이 녀석을 오늘 뉴아이패드에 페어링 시켜봤다. 전에 아이폰에서도 시도해 봤지만 너무 작은 액정에 키보드를 쓴다는 게 마치 손바닥만 한 수첩에 굵은 유성매직을 들이대는 꼴이라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게다가 차분히 글을 쓸만한 적당한 아이폰용 App도 찾을 수가 없었다. - 사실 아이폰은 잠깐 떠오른 아이디어를 메모하는 곳일 뿐 작문용으론 애초부터 용도가 아니다.
하지만 아이패드에는 좀 사정이 다르다. 아이패드의 내장 터치 키보드만으로도 아이폰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속도의 오타 없는 타이핑이 가능하지만 여기에 외장 키보드까지 붙는다면 적어도 워딩에는 보통의 울트라북 환경과 비슷해진다. 9.7인치의 넉넉한 레티나 디스플레이로 적당히 떨어져서도 시인성이 확보된 타이핑이 가능하고 무엇보다도 '에버노트'나 iWoks 시리즈의 'Pages'와 같은 워딩 전용 App들이 애플 키보드와 환상의 궁합을 보인다. 물론 컨탠츠 소비용 기기이다 보니 PC와 같은 완전히 파워풀한 워드프로세싱을 기대하는 것은 다소 무리다.^^
주의 사항이 있다면 (특히, 잠금화면에 따로 비밀번호를 걸어놓지 않은 사용자의 경우) 키보드를 누르면 휴면상태인 패드가 바로 깨어나 직전 사용화면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문서작업 중이었다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오타가 작렬한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을 상황이면 전원키를 길게 눌러 키보드를 완전히 종료시킬 필요가 있다.
가끔씩 스타벅스에서 (무슨 작업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맥북프로나 맥북에어 시리즈를 펼쳐놓고 키보드를 또각거리는 부러운 청춘들을 보게된다. 사무실에서 이동할 일이 거의 없고 출퇴근 지하철 안에서 노트북을 켜는 것은 지나친 오버라 나에겐 거의 무용지물이지만 어쩌다 한 번 급하게 문서작업을 하려면 별 방법이 없었는데 이제 생각해 보니 '아이패드와 애플 무선 키보드면' 해결이 되겠다.
애플 무선 키보드는 직전에 패어링 된 두 개까지의 기기 정보를 기억하고 있으므로 사무실 PC와 아이패드 간을 오가는데도 별 문제가 없다. 어차피 늘 가방을 휴대하고 다니니 키보드 무게가 더해지겠지만 이 역시 큰 문제는 아니다.
늘 무언가를 긁적거려야 직성이 풀리는 글쓰기 마니아나 업무상 할 수 없이 문서 작업을 하긴 해야 하는데 노트북의 크기나 무게가 짐이 되는 사람이라면 아이패드와 애플 무선 키보드를 권해 본다.
아주 많이 뽀대는 안 나지만 적어도 빠른 부팅 하나는 보장되니, 가난한 자의 '맥북 에어' 기분은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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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5.6.25.
딸아이와 아이패드 맞교환(?)으로 진행되어 의도된 바는 아니지만 최근 몇 년간 아이패드는 '미니'를 사용하고 있다. 손바닥만 한 작은 화면이라 다시 말해 이젠 더 이상 아이패드를 이용해 글을 쓰거나 할 일은 없는 그저 화장실용(?) 동영상 유튜브 전용기가 됐다. 펜을 이용해 필기를 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일이 아니라면 어쩌면 아이패드의 용도에 제일 잘 맞는 콘텐츠 소비기기의 역할이다.
어차피 전업작가가 아니다보니 실제 아이패드에 키보드를 물려 글을 쓰는 일은 생각보다 없었다. 모든 시스템이 갖추어진 사무실 혹은 집에서 주로 생활을 하니 굳이 뭔가를 적겠다고 바리바리 싸들고 카페를 전전할 일이 전혀 없었다. 다만 가끔씩 사용하면서 아이패드에도 마우스가 지원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했던 상상은 몇 년 후 애플을 통해 실현이 된 것까지는 확인을 했으니 나의 '필요'가 뭔가의 개선을 이뤄낸 것 같은 효능감 착각의 기억이 있을 뿐이다.
하나 더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젠 더 이상 사무실에서 애플 키보드를 이용하지 않는다. 정확히는 블루투스를 이용한 키보드 사용을 회사가 차단하면서 애플은 물론이고 PC 본체와 모든 '블루투스' 통신이 안 된다. 동료들은 동글이를 이용한 무선 키보드를 사용하는데 난 집에서 아이맥용으로 사용하던 '해피해킹 프로 2' 유선 버전을 이용한다. 디자인은 물론 키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보니 이리되었다.
몇 년 남지 않은 회사생활은 이모양대로 마쳐질 것 같은데 함께 마무리 잘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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