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익 정치 성향을 나누는 것도 아니고 겨우 핸드폰 하나에 어느 줄로 설까를 결정해야 하는 지금의 상황이 안타깝지만 세상의 판이 이미 이렇게 짜졌다.
스티브잡스 사후, 잠시 애플이 어물쩡거리는 사이 안드로이드 진영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은 데다 그중 '삼성'의 독보적인 성장세는 가히 무섭다. 온갖 송사로 삼성의 발목을 잡고 싶어 하는 애플의 심정도 이해가 갈 정도다.
며칠 전 삼성의 갤럭시 S3 LTE버전의 출시와 동시에 아내의 스마트폰을 바꾸어 주었다. 아이폰3로 2년 반 정도를 잘 버텨왔지만 iOS를 5.0X로 업그레이드 한 이후로는 거의 반병신(?)이 되었었다. 무거운 OS를 구닥다리 사양의 하드웨어로 버텨내야 하다 보니 속도가 사람의 인내심을 테스트하기에 이른 데다 종종 제 멋대로 먹통이 되어 옆에서 보는 사람이 오히려 참을 수가 없을 정도라 내가 나서서 기기를 교체했다.
기기를 받아보니 이번엔 정말 제대로 만들었다는 생각이다. 쿼드코어의 심장으로 돌아가는 통에 같은 무선 환경의 아이폰4(현재 내 기기)와 비교해도 눈에 띄게 쾌적하게 반응한다-물론 아직 깔려있는 앱이 적어서 더욱 그렇게 느껴질 것이다. 안드로이드 특성상 점차 느려질 것으로 예상!
특히 액정의 터치감은 완전히 애플을 따라잡았다. 안드로이드는 리소스를 제일 먼저 응용 프로그램에 할당하기 때문에 터치에 대한 반응이나 화면 이동은 우선순위에서 밀려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버벅거림이 있기 마련인데 갤럭시 3은 그 버벅거림을 잉여스러울 정도의 가공스런 하드웨어 스펙으로 커버하고 있다. 이를 OS적으로도 해결한 '젤리빈'이 나와 적용된다면 갤 3의 위력은 더욱 막강해질 전망이다.
내장된 카메라의 성능이나 편의성도 이 정도면 어느 누구나 만족시킬 것이다. 순식간에 신호를 잡아내는 GPS는 물론이고 이 크기의 단말기가 이렇게 가벼울 수가 없다.
하지만 2년여를 함께 '애플 신도'로 살았던 나의 입장에선 삼성 갤럭시로의 개종이 쉽지 않아 보인다. 어딘가 아직도 애플만의 '감성'을 따라잡기엔 멀어보이는 그 2% 때문이다. 정확하게는 우열이 있다기보다는 피차간에 넘기 힘든 개성의 차이가 너무나 확연하다. 특히 여전히 본체 뒷편에 투박하게 달려있는 '스피커'를 보면서 휴머니티를 강조한 이번 삼성의 디자인 철학이 무색해진다. 내가 오디오쟁이라 더욱 삐딱한 시선으로 봐서 그럴 것이지만 뒤를 향해 스피커 구멍을 내놓은 것은 누구를 위한 배려인 것인가? 전면이 힘들다면 애플처럼 적어도 아래나 위 그것도 어려웠다면 옆이라도 향해 구멍을 냈어야 했다. 거기에다 안드로이드 특유의 개방성 때문에 통제된 느낌의 어플 간 통일성 역시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구석구석 따로 노는 느낌을 역시 지울 수 없다.
아이튠즈에 묶여있고 동영상 하나도 인코딩을 새로 해야 하는 불편함에 욕을 욕을 하면서도 선뜻 갈아탈 용기가 안 나는 것은 나는 아직 애플 쪽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것인가?
액정 크기만 좀 시원하게 나와준다면 주저없이 애플 라인을 유지할 텐데, 아이폰5가 아직도 미궁이다.
※ 추가(2012.7.28) - 이제는 뉴아이패드까지 쓰게 되는 바람에 애플을 더욱 떠나기 어렵게 되었다. 이메일을 포함한 클라우딩 서비스며 아이폰과 연동되어 있는 App..... 발목을 잡고있는 것이 너무 많다. 사람이 무엇인가에 '구속'된다는 것이 이렇게 우습게 진행될 수도 있다니!
[글 더하기]
오늘은 2025.6.23.
아이폰4에서 한 번쯤 더 아이폰으로 갈아탔는지 모르겠지만 그 후로 내내 휴대폰은 갤럭시만을 사용 중이다. 결국 다른 쪽줄에 선 셈이다. 아이맥과, 맥북프로, 아이패드를 사용하면서도 결국 폰은 갤럭시를 쓰는 뭔가 언밸런스가 되었었지만 교통카드조차도 안 되는 스마트하고는 거리가 먼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삼성밥을 먹고 있다 보니 출시 때마다 아이폰과는 비교할 수 없게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당근을 뿌리칠 수가 없었고 iOS과 갤럭시의 One UI를 둘 다 다룰 수 있는 기술적 효능감도 제법인 데다 의외로 둘 간의 OS를 오가는데 별 불편함이 없도록 앱들의 지원이 잘 되다 보니 갤럭시를 쓰는데 딱히 불만이 없다. 가끔씩 안드로이드의 개방성을 이용해 만들어진 앱들이 상대적으로 더 존재하다 보니 이 역시 갤럭시 손을 들어주게 된다.
본문의 글을 쓴 지 10년이 훌쩍 넘어서다 보니 이제 아이폰과 갤럭시는 구동방식이나 주요 성능이 서로를 닮아가고 있다. 조만간 아이폰에도 교통카드가 탑재된다고 한다. 참 빠르기도 하다.
페이 기능만 삼성페이처럼 비슷한 수준이 된다면 또 그때는 혹시 아이폰으로 갈 기회가 되려나? 하지만 굳이 줄을 갈아탈 선택의 이유가 모호해진다. 이유가 있다면 그저 낯선 것에 대한 끌림? 그것뿐이다.
❤️ 수익을 위한 글을 쓰고 있지 않습니다. 공감하트/구독하시면 그저 조금 더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
'이 남자의 오늘'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2.8.2.] 아이패드에 블루투스 키보드 - 가난한 자의 맥북에어 (5) | 2025.06.25 |
---|---|
[2012.7.31.] 누구든 타고난 수명이 있는 법이겠지만 (2) | 2025.06.24 |
[2012.6.24.] 더워도 이럴수가 없다 - 여름 한탄 (5) | 2025.06.20 |
[2012.6.2.] 오늘은 자동차에 시간도 돈도 썼다 (4) | 2025.06.19 |
[2012.4.30.] 새로운 네트워크 세상 - NAS를 고민하는 분들께 (7) | 2025.06.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