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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의 오늘

[2012.7.31.] 누구든 타고난 수명이 있는 법이겠지만

by 오늘의 알라딘 2025. 6. 24.

한 때 '소니 타이머'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었다. 소니는 제품을 만들 때 타이머를 내장해서 무상 AS기간이 끝나면 고장 나도록 맞춰져 있다는 뭐 그런 농담이다. 소니 제품에 대한 내구성을 비아냥 거리는 말이겠지만, 비단 소니가 아니더라도 실제 무상 AS 기간 동안에는 멀쩡히 잘 돌아가다가도 그 기간이 끝나면 신기할 정도로 문제가 생기는 제품을 여러 개 경험하게 된다. 자동차가 그랬고 냉장고가 그랬다. 꼭 소니가 아니어도 말이다.

 

요즘 '스마트폰'이 또 그렇다. 생각해 보니 내 명의의 핸드폰이 생긴 이래 평균 교체 주기가 1년 남짓이었던 것을 생각해 보면 (노예계약 때문이지만) 현재의 스마트폰을 2년씩 채워 썼으면 많이 쓴 것이고 이 정도면 감사하다 해야 할 판인데도 약정기간 2년이 다 되어가니 슬슬 문제가 생기는 것에 짜증이 난다.

 

아내의 '아이폰 3s'도 2년을 넘어가니 문제가 생겨서 갤럭시 S3 LTE로 교체했는데 내 것(아이폰4)도 2년을 목전에 두고 애를 먹이기 시작한다.  듣던 노래에 버퍼링이 발생한다든지 터치나 어플 구동 속도가 터무니없이 느려졌다던지, 홈버튼을 몇 번이나 눌러야 겨우 한 번 반응하는 것들이 대표적인 증상인데 안 그러던 것이 그러니 영 불편하다.

 

아이패드를 함께 사용하고부터는 큰 화면의 스마트폰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고 아이폰5의 출시 예상 스펙이 별로 매력적이지 않아 지금의 폰으로도 한 1년 정도는 더 써볼까? 하는 생각도 있는데 자꾸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중이다. 

게다가 급기야 어제는 아이폰의 충전 케이블 옆구리가 터졌다. - 김밥만 옆구리가 터지는 것이 아니다.

 

중국산의 한계인지 이 역시 예정된 타이머의 동작인지는 몰라도 정말 아직도 이런 제품이 있을까 싶은 그림이다. 케이블 표면이 전체적으로 누렇게 변색된 것으로 보아 그동안 고열로 인한 경화가 일어난 것 같은데, 까딱했으면 충전기에서 불이 나든 단말기에서 불이 나든 했을 상황이다. - 이걸 계속해서 써도 괜찮긴 한 건지?????

 

그래도 버리지도 못하고 급하게 검은색 절연 테이프로 둘둘 감아놓은 케이블을 보고 있자니 오만정이 떨어진다. 이것들이 '정 떼기'를 시작하는 것일까? 하지만 아직 널 버릴 생각이 없다.^^ 

 

추가: 갈아탈지 모르겠으나 아이폰5부터는 케이블 어답터의 형태까지 변경될 것으로 보여 이제 와서 같은 규격의 케이블을 새로 장만하기엔 여러 가지로 적절하지 않은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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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5.6.24.

 

예전글을 옮기다 보면 그때와 오늘에 비슷한 이슈의 사건이 공교롭게도 평행이론처럼 반복된다는 것을 느낀다. 이번엔 아이폰이 아니라 세탁기인 게 좀 다르지만.

 

며칠 전 2008년 모델의 LG 드럼세탁기의 배수펌프 고장으로 기사를 불렀는데 수리비용도 제법 나오는 데다 몸체가 다 삭아서 분해 조립을 하다 보면 몸체가 부서질 지경이라 차라리 새로 구입하는 게 낫겠다는 판정을 받았다. 15년을 넘게 사용했으니 천수를 누린 셈이라 지금쯤 고장이 난들 전혀 이상할 게 없어 보인다.

 

백색가전이 한 번 구입하면 십 년은 우습게 사용하는 것에 비해 가격이 참 저렴하다. 본문의 아이폰의 절반 가격이면 된다. 제임스 킹이 발명할 때나 지금이나 로직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 없는 로우테크놀로지인 탓도 있지만 스마트폰이 그만큼 비싼 제품이란 걸 말한다.

 

시장이 포화된 마당이라 이제 스마트폰이 새로 출시되어도 심리적 가격저항선인 백만 원대 초반을 유지한 지가 꽤 되었다. 메이커에선 이런 저항선을 무력화할 새로운 폼팩터인 폴드모델 같은 신기종의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도 낯선 환경에 노출시켜 정상적(?)인 판단을 고객이 할 수 없게 만들어 이윤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이유다.

 

이제 옷이 해어져 버리거나 신발에 구멍이 나 새신을 사거나 하는 경우가 없다. 적절한 가치가 남아있을 때 중고로 판매하고 효용감 있는 신제품으로 대체하는 게 합리적인 소비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가끔씩  제 수명을 다하고 폐기장으로 보내지는 반려제품들을 보면서 새삼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폭삭 솎았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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