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열에 따라 쓰다 보니 생각보다 문장이 장황하고 길어졌다. 글쓰기의 시작은 8월 23일이었지만 여행 후에 몇 달에 걸쳐 틈틈이 추가하며 적다 보니 일이 커진 이유이기도 하다. 이해를 부탁드린다. 숨 한번 크게 쉬고 따라오시길.
아내와 아이와 함께 나가는 첫 해외여행이다. 요 몇 해동안 출장을 핑계로 나만 몇 차례 미국을 다녀오게 되어 미안한 마음이 없지 않았는데, 이번 여름만큼은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해외여행을 가리라 마음먹고 몇 달 전부터 '괌'으로 여행지를 결정했다. 아직 명승지를 찾아다니고 그 의미를 이해할 만큼 아이가 크지 않은 데다, 여름의 한 복판에 떠나게 되는 여행이라 물놀이를 겸할 수 있는 장소면서도 문화적 이질감이 덜한 장소를 찾다 보니 괌이 제격이었다. 하지만 성수기에 가려다 보니 비용이 만만치 않다. 괌이 연중 성수기이다 보니 다른 여행지에 비해 가격차가 심한 편은 아니지만 비수기에 비해서 30% 이상은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내 업무일정 때문에 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나마 휴가 사용이 자유로운 회사분위기이니 다음에는 꼭 비수기를 택해서 여행을 나갈 생각이다. 또한 여행사마다 인당 10만 원가량 차이가 있는데, 미리 계획을 세우다 보니 조금 비싸더라도 사전 프로그램이 몇 달 전부터 확정되어 있는 하나투어로 결정했다.- 이 역시 조금 여유가 있다면 삼성 임직원 할인혜택이 있는 세중 여행사를 이용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8월 15일]
드디어 출발하는 날이다. 전날 늦게까지 미처 꾸리지 못했던 여행 가방을-짐이래야 갈아입을 옷들이 대부분이다-챙겨놓고 아침 늦게 까지 여유 있는 늦잠을 즐긴 후 가벼운 브러치 후에 워커힐행 택시를 탔다. 워커힐 언저리에 사는 관계로 공항으로 출발하는 리무진 버스는 이곳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비행기는 저녁 8시 반이나 되어야 출발하는데, 낮 12시 넘자마자 집을 나섰으니 무척이나 서두른 편이다. 하긴 광복절 휴일에 딱히 집에 있어봐야 할 일도 없거니와 이런 날 기분 좋은 공항 나들이를 마다할 이유도 없다. 12시 반에 호텔을 떠난 리무진은 두 시가 조금 못되어 공항에 도착했다. 대한항공을 이용하게 되어 가족들의 스카이패스 카드를 먼저 만들고-이전에 내가 이용한 항공들도 모두 대한항공이라 마일리지 적립을 위해- 공항 4층에 조선호텔에서 운영하는 한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했다. 아내는 딸아이와 같이 먹을 생각으로 두 가지 음식만 시켰는데 하은이가 지나치게 잘 먹는 바람에 모두들 조금 부족한 듯 점심을 때웠다. 5만 원 가까운 비용으로 먹은 점심치곤 빈약^^ 공항 내부를 둘러보며 카디건 하나를 사고 비행기에서 읽을 하은이 책 한 권을 사고, 환전을 마친 후 하나투어 데스크로 가서 비행기 티킷을 받았다.
대한항공은 클래스별로 통합 보딩을 하고 있으므로, 성수기인 요즘은 항상 수속창구가 붐빈다. 거의 한 시간 줄을 서고 나서야 보딩패스를 받고 짐을 부칠 수 있었다. 출국심사장을 통과하고 면세 구역으로 들어오니 또 다른 세상이다. 사실 이곳에만 들어오면 벌써 해외여행의 절반을 온 듯한 착각 때문에 늘 기분이 좋다.
미리 신라 면세점에서 주문한 물건들을 면세구역 창구에서 찾았다. 내 돈 내고 구입한 물건이지만 마치 선물을 받은 느낌이 있어서 역시 기분이 좋다. 뭐 구입한 물건이라야 화장품 몇 가지와 하은이 G-Shock 손목시계 정도이지만. 아직 시간여유가 있어 면세구역 내에 위치한 KTF 라운지를 찾았다. SK텔레콤은 VIP 등급 회원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용이 어렵고, 삼성 라운지는 임직원 본인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500점의 포인트 차감에 동반 2인까지 이용할 수 있는 것을 감안하면 KTF라운지는 무척이나 후한 편이다. 하은이는 앞으로 며칠간 못해볼 인터넷에 열중할 수 있고 나는 마사지 기계에 올라 고단할 비행을 대비할 수 있어서 좋은 장소이다.
얼마 전 비행기 테러범이 영국에서 검거되는 바람에 보안 검색이 심하다. 특히 미국이나 미국령을 향하는 항공기가 심한데 괌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령이다 보니 비행기로 연결되는 브리지 앞에서 개인 소지품을 하나하나 전수 검사를 한다. 면세품으로 구입한 집사람의 스킨로션의 기내 반입이 안되어하는 수 없이 별도 탁송화물로 보낸 후에야 항공기에 오를 수 있었다. 괌행 대한항공 KE805 편의 항공기는 보잉 747-400 기종이다. 좀 구형이긴 하나 엔진이 4개가 달려있고 객실이 2층 구조로 되어있는 대형기로 현재 대한항공의 주력기 이기도 하다. 한쪽 엔진 하나가 정지되더라도 반대 편 동일 위치의 엔진을 끄면 정상 비행이 되는 안전성이 높은 기종이다. 선체가 넓은 편이라 창가 쪽이 3열로 세팅되어 있어서 우리 가족이 한꺼번에 창가 쪽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보안 검색으로 예정 이륙시간인 저녁 8시 20분을 거의 한 시간을 초과해서야 하늘로 올랐다. 이미 한 밤중인 탓에 창밖의 야경만이 우리를 배웅해 준다. 고공비행 시 귀가 멍해지는 증상이 간혹 있는데 유독 아내와 하은이가 심한 편이라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엔 별 이상무. 4시간 정도의 단거리 비행이다 보니 스튜어디스들이 바쁘다. 음료서비스, 기내식서비스, 면세품 판매, 괌 입국 서류배부 등을 연이어 진행하고 나니 거의 괌 도착이다. 아마 그네들도 시간이 잘 가는(?) 비행코스 일 것 같다. 하은이는 미리 키즈밀로 자장면을 예약해 두어서 저녁식사로 먹을 수 있었다. 예약 식사라 그런지 다른 사람들 보다 미리 식사가 제공되어 나왔고 기내에서 즐기는 자장면 특식의 맛은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다. 혹시 아이를 동반하고 나가는 여행객이라면 키즈밀을 꼭 예약하고 나가기 추천한다.
외국 공항들이 다 그렇지만 별다른 치장이 없는 시골 역 대합실 같은 괌 '아가나 공항'에 도착한 것은 이곳 시간으로 거의 새벽 2시 반 (이곳의 시간은 한국보다 한 시간 빠르다). 서둘러 입국 수속대 앞에 줄을 섰다. 괌은 미국령인 탓에 미국비자가 없는 경우 기내에서 비자 면제 신청서를 써야 하고 이 경우 15일간은 무비자입국이 가능하다. 우리 가족은 모두 미국 비자가 있는 경우라 이 서류를 작성하지 않고 바로 입국심사를 받았다. "왜 왔느냐?", "얼마나 있을 거냐?" 딸아이를 보고는 "네 이름이 뭐냐?" 외국 사람의 질문을 처음 받는 딸아이는 내 등 뒤로 거의 숨다시피 하다가, 겨우 "윤 하 은"이라고 대답한다. 비자가 있는 탓에 내년 2월까지 머물러도 좋다는 6개월짜리 B2 승인 스탬프를 받았다. 비자 덕분에 생각보다 빨리 수속을 마치고 짐도 찾아서 나왔지만, 결국 하나투어를 통해 입국한 다른 일행을 기다려야 하는 탓에 그냥 한참을 로비에 대기해야 했다.ㅠ
원주민 보다 더 검은 덩치 좋은 가이드를 따라 후텁한 아열대 지역의 새벽을 느끼며 15인승 코치 차량을 타고 PIC에 도착했다. 함께 도착한 한국인 관광객으로 호텔 로비는 왁자하다. 종업원 몇 명만 빼놓고는 모두 한국사람인 셈이다. 가이드로부터 간단한 시설안내를 받고-이미 인터넷을 통해 다 알아둔 내용뿐이지만- 객실로 올라갔다. 로열타워 939호실. 인터넷상의 사진으로 예감은 했지만 PIC의 객실은 그리 화려한 편은 결코 아니다. 물론 지저분하거나 좁아서 불편하진 않았지만, 건축된 지 좀 되었다는 느낌이 확연하고 국내의 5성급 호텔처럼 화려한 조명도, 럭셔리한 비품이나 침대라기보다는 수수하다는 말이 딱 맞을 정도의 시설이다. 그나마 뒤에 올려진 로열타워(객실 전체가 디럭스룸 이상)를 사용했는데 이 정도 느낌이니 오세아나 A, B동의 시설은 기대를 크게 하긴 어려울 것 같다. PIC가 이름 그대로 호텔로 보기보다는 리조트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기 때문에, 시설 부분은 그냥 휘닉스 파크 정도 왔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다. 제주 신라호텔 수준의 기대는 버리라는 말이다.^^ 객실 내에 커피메이커가 보이지 않아 프런트에 연락을 했더니, 새벽 4시가 다된 시간임에도 바로 오긴 했는데 커피메이커 여분이 없다며 커피 포트를 들고 왔다. 사소한 것이긴 했지만 첫인상을 구길 수 있는 일이다. 한 참 졸릴 시간인 새벽에 웃는 얼굴로 찾아온 이곳 원주민 종업원 때문에 그냥 웃고 넘겨야겠다. 그나마 물 두병이 무료로 제공되는 게 물 인심이 안 좋은 이곳에서는 기대 밖의 서비스다. 또한 새벽의 풍경이긴 하나 필리핀 바다와 PIC의 자랑인 워터파크가 바로 내려다 보이는 전망은 정말 기가 막힌다! 아침에는 괌의 투어가 예정되어 있어 모닝콜을 요청하곤 바로 잠에 들었다. "I'd like to get a wake-up call at 7:30 in the morning"지난 5월에 뉴욕에 간 이후로 몇 달 만에 가동(?)하는 생활영어인데 다행히 술술 잘 나온다^^ 오히려 이곳 사람들이 척박한 일본인들 발음에 익숙해 있어서인지 뉴욕보다 잘 알아듣는다.
[8월 16일]
아침부터 워터파크에서 새어 나오는 물놀이 소리에 잠이 깨었다. 불과 몇 시간뿐의 수면시간이지만 들뜬 마음에 그리 피곤치 않다.
화창한 날씨에 벌써 워터 슬라이드를 즐기는 사람이 보인다. 잠에 취한 아이를 깨워 Lower로비에 위치한 메인 뷔페식당인 '스카이 라이트'로 향했다. 우리 가족은 휴가기간 동안 호텔 내의 전 식당을 이용할 수 있는 골드카드 패키지로 갔기 때문에 사실 영어만 조금 된다면 호텔에서 생활하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 이곳 종업원 중에는 한국사람이 몇 명 있는데 이 사람들 빼놓고는 한국어를 전혀 못한다. 반면 일본말은 누구나 잘한다. 상대적으로 일본인 관광객이 많은 건 사실이나 기분 나쁘다. 대학 구내식당처럼 넓은 스카이라이트는 입구에서 카드체크를 하고 인원수에 따라 바로 좌석 안내를 받는다. 워낙 넓은 탓에 전 날 입국한 한국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렸음에도 크게 붐비지 않고 쉽게 자리가 난다. 김치 맛이 썩 훌륭하진 않지만 우리나라 음식을 비롯해, 각국의 다양한 음식을 아침부터 넉넉하게 즐길 수 있는 식당이다. 점심과 저녁엔 더욱 좋다 하니 기대가 된다. 식사를 마치고 양치질을 하고 나니 가이드와 만나기로 한 10시 10분이 다 되어간다. 벤에는 벌써 함께 공항을 빠져나왔던 다른 관광객이 탑승하고 있었고 2시간 남짓의 관광이 시작되었다. 사실 관광이라 하기엔 낯 뜨겁고, 동네 유람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당할 듯싶다. 사랑의 절벽, 주지사관저, 아가나 대성당, 모 이 정도다. 멋진 해변의 풍광이 없었더라면 정말 초라하기 그지없을 그저 그런 지역이다. 심지어 사랑의 절벽이라는 곳은 억지로 만들어 낸 듯한 관광지이다. 종을 쳐서 홀수로 울리면 아들이라는 종탑 역시 사진 촬영을 위해 만들어 낸 것이 분명할 것이다.
채 두 시간이 걸리지 않은 관광(?)을 마치고 내일의 옵션 투어를 결정하곤 서둘러 호텔로 돌아왔다. 요트를 타고 나가서 바다낚시와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는 밀레니엄 크루즈를 선택했다. 어른 $95, 아이 $45... 합계 $235. 할인은 없단다. 비싸다. 혹시 렌터카로 섬 구석구석을 살펴봤더라면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을 것 같다. 괌을 찾는다면 반드시 가이드 투어보다는 직접 돌아보길 권한다. 거제도만 한 땅 덩어리니, 하루면 충분히 구석구석을 볼 수 있다. 또한 괌 관광청 홈페이지를 통해 가이드 북을 구할 수 있는데 전체지도는 없지만 부분 부분 매우 상세한 지도를 담고 있다-물론 한글이다. 꼭 구해서 떠나기 추천한다.
점심을 이용한 식당은 역시 스카이라이트. 오전과는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인가 기대반으로 찾았다. 한결 익숙해진 발걸음으로 더욱 풍성해진 메뉴로 점심을 즐길 수 있었다. 정말 여건만 된다면 오래오래 이런 풍요로움을 맛보고 싶다. 아침메뉴와 달라진 점이라면 더 다양한 메뉴가 추가되었고 생맥주와 와인이 무한대로 서비스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사실 아침을 먹은 지 얼마 안 되었음에도 꼭 몇 접시는 가져다 먹었으니 이대로 귀국하면 반드시 불어난 체중이 문제가 될 것 같다. 객실로 올라오는 길에 정통 양식당인 비스트로(Bistro)의 저녁 좌석을 예약했다. 유일하게 드레스코드를 적용하고 사전 예약을 필요로 하는 식당이다. 객실에 들어서니 깨끗하게 정비된 방이 우리를 맞는다. 타월은 물론이고 샴푸며 린스며 면도기까지 써볼 테면 써보라는 식으로 듬뿍 가져다 놓고 갔다. 아침에 필로우 팁으로 얹은 달랑 1달러가 괜히 미안해지는 대목이다. 서둘러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하은이가 아침부터 관광을 마다하고 보채던 워터파크로 갔다. 락커룸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라 수영복 위에 대충 셔츠 한 장 정도를 입고는 벌써 한낮의 땡볕이 내려 쬐는 워터파크로 들어섰다.
시설로만 보자면 한국의 케리비언 베이가 딱 세 배는 훌륭하다. 하지만 이곳은 편안하다. 널려있는 구명조끼를 편한 대로 가져가 사용하면 되고 마른 수건은 무제한으로 교환받을 수 있으며, 수영모를 쓰든 말든 시비 거는 사람도 없다. 안전에만 지장이 없다면 고객은 편안히 자유롭게 쉬도록 허용하는 곳! 이곳의 진정한 매력이다. 크진 않지만 그리 붐비지 않는 느낌의 풀장들과 해변이 바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 새로운 느낌이다. 인공 산호초로 바닷물을 끌어들여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는 스노클링 풀은 사전에 예약을 해야 하는 관계로 다음으로 미루기로 하자.
저녁 식당의 예약시간 때문에 워터파크는 이 정도로 대강 둘러보는 식으로 이용하고 객실로 올라왔다. 가지고 간 옷 중에는 제법 깔끔하고 예의를 갖춘 옷으로 갈아입고 비스트로(Bistro)로 향했다.
다른 한국 관광객의 경우 사전 정보 부족으로 식당의 드레스코드를 몰라 입장이 거절되기도 했다. 슬리퍼 차림이거나 러닝셔츠 바람의 관광객은 영화배우 뺨치게 잘생긴 지배인에 의해 입구에서 바로 입장이 거절된다. 집사람은 약간의 추가 요금이 있는 바닷가재 요리를 나와 하은이는 세트 정식요리로 오래간만의 우아한 저녁을 해결했다. 이 얼마만인가?^^
식사 후에는 이곳의 대형 할인마트인 K마트를 찾아가기로 하고 지도를 확인했다.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진 않아 보이지만 밤중에 한참을 지도를 보고 걸어야 한다. "How long does it take to walk from here to K-Mart?" 호텔 벨보이에게 물으니 15분이 걸린단다. 유난히 조명도 없는 비탈길을 오르려니 집사람이 무섭다며 다음에 가잔다. 난 애써 태연한 척했지만 이곳은 미국령의 외국 아닌가? 솔직히 좀 무섭다.ㅜ.ㅜ 다시 호텔 앞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시내 면세점으로 가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뒤에 안 것이지만 괌은 섬전체가 면세지역이다. 다시 말해 굳이 면세점을 찾아 이용하지 않아도 되며 그래서인지 이곳 면세점 쇼핑 물품은 공항에서 인도해 주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바로 들고 갈 수 있다. DFS 갤러리아 같은 대형 면세점은 그런 이유에서 손님을 붙잡기에 노력이 대단하다. 섬 어디에서 택시를 잡아타든 갤러리아까지 가는 비용은 해당 면세점에서 지급해 준다. 미국의 건물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높기보다는 넓은 쇼핑몰을 두루 둘러보고 인근의 쇼핑센터를 다니며 저녁시간을 보냈다. 어느 관광지를 따라다니는 것보다는 이곳 사람들이 이용하는 쇼핑센터를 둘러보면서 가끔씩 점원들과 몇 마디 나누어 보는 것이 개인적으로 더 즐거운 일인데, 집사람 하루 종일의 일정이 피곤한가 보다. 역시 갤러리아의 셔틀버스를 이용해 호텔로 돌아와서 피곤한 몸을 뉘었다.
몸은 피곤했지만 흥분되고 즐거운 하루였음에 틀림없다. 이제 슬슬 하루하루가 가는 것이 아깝기 시작한다.
[8월 17일]
언제나 화창한 아침의 괌이다. 처음 한국을 출발할 때엔 이곳이 요즘이 우기라 하여 걱정이 조금 있었는데 아직 까지 비 소식은 없다. 이젠 제법 익숙하게 스카이라이트 뷔페식당으로 발이 옮겨진다. 간단한 골드카드 체크 후에 식사를 시작했다. 뭐 어제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메뉴지만 여행 와서 뭐 먹을까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이곳 시스템은 정말 맘에 든다.
어제와는 달리 아침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올라왔는데도 객실이 정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뭐 좀 있다가 낮에 올려나 보다' 벌써 워터파크 쪽에는 물놀이하는 사람들의 왁자한 소리가 우리를 부른다. 조금 늦을 경우 썬텐베드를 차지할 수가 없다. 워낙 한국사람이 많아 한국에서 하던 버릇으로 자기 물건을 하나씩 얹어놓고 모두 자기 일행들이 사용 중이라고 하기 때문에 아쉽지만 우리도 서둘러야 한다. 대강 수영복을 챙겨 입고 나갔는데도 벌써 자리 잡기가 쉽지 않다. 어차피 1시 반이면 밀레니엄 크루즈를 위해 로비에서 가이드를 만나기로 했기 때문에 몇 시간밖에 수영장에 있을 시간이 없는데도 썬텐베드가 없으면 조금 불편하기 때문에 겨우 겨우 자리를 잡았다.
사실 오늘 오전에는 PIC의 아이들 놀이 프로그램인 Kids Club에 하은이를 맡기고 부부만의 오붓한 물놀이를 즐길 예정이었는데 아침부터 아이가 변덕을 부린다. 낯선 상황을 유독 못 견뎌하는 아이인지라 외국 아이들과 섞여 반나절을 보내는 것이 마냥 신나는 않은 눈치이고, 여기까지 와서 이산의 아픔을 나누어야 하나? 하는 생각에 억지로 강제하지 않았다. "그래! 그냥 아빠랑 놀자^^"
이젠 제법 익숙하게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화장실이 어디에 있는지도, 튜브 대용으로 사용하는 비치매트도 어디에서 집어(?) 오면 편하게 이용하는 지도 알게 됐으니 이만하면 적응이 된 것인가? 어제는 나가 보지 못한 바다에도 잠깐 다녀왔다. 산호 가루로 되어있는 바다라 자칫 발에 상처를 입을 수 있다. 마린센터에서 아쿠아 슈즈를 빌려 잠시 거닐어 봤는데 오후에 실컷 바다구경을 할 예정이니 바닷물에 잠시 발을 담가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워터파크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스노클링 풀에 들렀는데 이곳은 오늘도 예약자가 많아서 이용이 어렵단다. 잠깐이지만 강습을 받고 참여하는 탓에 한 번에 많은 인원이 이용하지는 못하기 때문인 것 같다. 내일 오후 2시 반으로 가족 세명을 모두 예약해 놓고 점심을 먹으러 일어났다. 이곳에선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ㅜ.ㅜ 점심은 워터파크에서 바로 입장 가능한 '하나야 & 도류'로 향했다. 원래는 각각의 일식과 중국식당인데 점심시간의 경우 연결된 두 식당을 개방하여 뷔페식으로 운영한다. 그러니 빈자리 어느 곳에 앉아서든 일식과 중국요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셈이다. 일식 요리를 좋아하는 집사람이 특히 좋아한 곳이다. 일식당에서는 원하는 재료를 골라 즉석에서 철판구이를 해주는데 이 역시 별미이고 초밥과 튀김, 메밀등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 일식에 비해 중국식은 상대적으로 기름지고 낯선 음식들이라-자장면 이런 건 없다ㅜ.ㅜ-손이 갈 것이 많지 않다. 음료로는 물과 홍차 음료가 제공되기 때문에 따로 음료수를 시킬 필요는 전혀 없다.
객실로 올라와서 갈아입을 옷을 챙겨서 서둘러 로비로 내려왔다. 어제 입국한 관광객들이 첫 번째 나들이를 나오는 시간인지 로비는 사람들로 초만원이다. 약속된 1시 반이 지나도 그 큰 등치의 가이드를 찾을 길이 없다. 10여분을 더 기다렸을까? 미안하다는 말을 연신하며 준비된 대형버스로 우리를 안내했다. 예상은 했지만 이미 함께 크루즈는 떠날 다른 관광객들로 버스 안은 거의 만석이다. 물론 죄다 한국인이고 외국인이라곤 일본인 아가씨들 몇 명이 보일 뿐이다. 이 친구들은 아마 싼 맛에 한국인 관광객 틈에 끼었나 본데 그리 즐겁진 않을 것 같다.ㅎ
할머니에게 한국말을 배웠다는 혼혈 2세인 가이드를 따라 해변 부두로 20여분을 버스로 이동했다. 아내와 하은이는 혹시 모를 뱃멀미를 대비해 씹어먹을 수 있는 멀미약을 받았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던가? 그동안 잠잠했던 소나기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하더니 부두에 도착했을 즈음엔 꽤 강한 비로 바뀌어 있었다. 잠시 기다려도 그칠 기미가 없자 비를 맞아가며 요트로 이동했다. 사실 관광용 요트라곤 하지만 40여 명이 한꺼번에 이용하긴 탈의실이나 세면장이 비좁다. 뱃멀미가 덜할 거라는 생각에 배의 2층에 자리를 잡고 한참을 달렸다. 그리 자주 배를 이용할 일이 없었지만 난 뱃멀미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제법 배가 많이 출렁거린다. 무게 중심이 위에 있으니 더 흔들리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바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비가 그친 지금은 날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데 왜 이리 출렁이는지 모르겠다.
선상에서 바다낚시와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다는 이번 옵션 투어는 어디 인근의 무인도에 내려서 해변가에서 하는 걸로 상상했었는데 완전히 나의 착각이었다. 섬이라고는 어디도 찾을 길 없는 남태평양 한 폭판-그나마 수심이 낮고 파도가 덜한 지역이라고는 하지만-에 닻을 내리고 구명조끼하나 달랑 걸치고 뛰어드는 것이다. 가뜩이나 물에 공포증이 있는 나로선 감히 엄두가 안나는 일이다. 첨벙거리고 배 주위에 뛰어든 다른 관광객들을 내심 부러워하며 배 난간을 붙잡고 겨우 바닷속에 얼굴을 담갔다 들었다 하는 나로선 다른 한쪽 손으로 잡고 있는 하은이를 놓일까 봐 마냥 걱정이다. 하은이는 내 손을 잡고는 있지만 겁 없이 바다에 둥둥 떠서 아름답게 펼쳐진 바닷속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런데 아뿔싸! 하은이한테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 사이, 집사람이 언제 물에 들어갔는지 저쪽에서 허우적거리며 점점 배에서 멀어진다. 이미 수경은 벗어졌고 파도 때문에 얼마간의 바닷물을 먹어가며 떠내려 가고 있다. 사색이 된 집사람이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의 소리로 겨우 "살려줘!"를 내뱉는다. 뭔가를 하고 싶은데 능력이 안될 때의 고통이 이런 것인가? 멋지게 수영을 해서 집사람을 데려오면 좋을 텐데 한쪽 손으론 배의 난간을 다른 한쪽 손으로 딸아이를 붙잡고 있는 지금의 형편으론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다. 영어고 뭐고 "사람 좀 살려주세요!"라고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원주민 선원이 금세 도와줘서 불상사는 없었지만 역시 물은 무서운 곳이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딸아이는 재미있다며 바다 위에 계속 떠 있고 싶단다.ㅜ.ㅜ
배가 바다 위에 정지해 있는 동안은 흔들림이 점점 더 강해진다. 한번 물에 혼이난 아내는 겨우 배 난간에 앉아있는데 이번엔 배 멀미가 문제다. 제법 뱃멀미는 없다고 생각했던 나도 슬슬 속이 불편해 오는 상황인데 유독 멀미가 심한 아내는 참기 힘든 시간이었을 것이다. 배로 올라오기 싫다는 철없는(?) 딸아이를 겨우 설득해서 바다낚시 시작했다. 제법 옆의 일행들은 하나 둘 고기들이 낚여 올라오는데, 아! 이건 아니다 싶다. 미끼만 따 먹고 도망가는 태평양물고기 앞에 헛손질만 실컷 하고 단 한 마리도 못 건지고 포기...ㅜ.ㅜ 잠잠했던 소나기가 다시 시작되나 싶더니 파도도 제법 일렁인다. 난간에 걸터앉아 겨우 몸을 추스르고 있는 아내는 금방이라도 토사물을 쏟아낼 표정이다. "이제 나 돌아갈래!" - 설경구의 외침이 생각난다. 돈들이고 무슨 짓인가 싶다. 차라리 잠수함 투어나 뭐 이런 소프트한 것을 선택하는 것이 나을 뻔했다는 생각이다. 하긴 이럴 때 아니면 또 언제 이런 경험을 해볼까 싶기도 하지만 말이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호텔로 돌아오니 오후 5시가 다 되어간다. 객실로 올라오니 오늘은 객실정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점심때 올라와서 옷만 겨우 갈아입고 나간 탓에 온통 어지러운 채 그대로다. 어제의 서비스에 감복(?)해서 필로우팁으로 2불을 올려놓았는데 가져가지 않은 걸 보니 오늘 우리 방을 빼고 지나간 것 같다. 특별히 청소를 요청할 필요는 없는데 정작 젖은 몸을 닦을 마른 타월이 부족하다. 바로 프런트에 전화해서 타월 여러 장을 부탁했다. 타월을 가지고 올라온 원주민 직원은 객실이 메이크업되지 않았다고 불평하니 매우 미안해하며 지금이라도 해주겠다고 하는데, 내일 부탁한다고 말하고는 돌려보냈다.
샤워를 마치고 바다에서 놀랜 마음을 어느 정도 진정한 후에 스카이라이트 뷔페식당을 이용하기 위해 내려갔다. 내일 저녁은 야외 원형극장에 마련된 공연을 보며 저녁을 할 예정이니, 뷔페식당을 이용하는 저녁으로는 오늘이 첨이자 마지막이 돼버리는 셈이다. 아침 점심과는 달리 다소 낮은 조명에 테이블마다 붉은 테이블보와 양초가 세팅되어 제법 분위기가 있다. 식단도 주로 육류와 정찬 중심의 메뉴로 구성되어 뷔페식당의 푸짐함과 나름의 분위기가 있는 저녁이다. 뱃멀미 직후의 속이 좀 불편하다는 것만 빼면 말이다.^^
식사 후에는 어제 방문하려다 실패한 K-Mart에 재도전해보기로 했다. 다행히 오늘은 다른 한국인 관광객으로 보이는 젊은 남녀가 앞서 걷고 있어서 조명 없는 이국 땅의 밤 길이 한결 덜 두렵다. 조금은 비탈진 도로변을 따라 20여분을 걸으니 언덕 위의 작은 다운타운이 보인다. 얼핏 보기에도 엄청나게 큰 주차장이 부속해 있는 대형할인마트인 K-Mart에 들어서니 우리네 E-Mart나 롯데마트와 크게 다르지 않은 매장 구성이 편안하다. 관광지에서는 일본사람과 한국사람에 묻혀 도대체 보이지 않던 이곳 주민들을 여기에서는 제법 만날 수 있다. 어제의 면세점이나 시내 한복판의 쇼핑몰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생필품들이 즐비하니 집사람도 편안하게 쇼핑을 즐길 수 있다. 셔츠 몇 벌을 입어보고, 선블록 크림, 마침 다 먹어 떨어져 가는 종합 비타민 몇 가지, 한국의 지인들에게 선물할만한 간단한 기념품 등을 구입했다. 물론 한국에 없는 물건들도 아니고 대부분 중국제들이니 제품의 질이 좋은 것도, 물건이 다양한 것도 아니지만 생경한 물건들에 대한 또 하나의 이문화 체험이라고 생각하고 쇼핑을 마쳤다. 깊어가는 저녁이 마냥 아쉽기만 하지만 내일 마지막 일정을 생각해 오늘은 일찍 잠에 들어야겠다.
[8월 18일]
이젠 밖의 물놀이 소리에 잠이 깨는 것이 제법 익숙하다. 괌에서 마주하는 마지막 아침이라 생각하니 오늘 저녁에 출국해서 새벽에 귀국하는 이번 괌의 일정이 몹시 서운하다. 어젠 하루종일 물놀이를 한 셈이라 제법 살이 타고 고통스러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멀쩡하다. 이곳 날씨의 특징인지, 아님 어제 K-Mart에서 구입하고 온몸에 바르고 잔 알로에 크림 덕분인지 모르겠으나 남태평에서의 일정 내내 피부 대문에 고통받지 않았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이다.
오늘도 변함없이 어제 입국한 관광객들과 섞여 스카이라이트를 이용했다. 자주 이용하는 식당이 되어버린 데다 음식도 그리 변화가 없어서 이젠 좀 지겨워졌지만 이것도 이걸루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역시 아쉽다. 집사람은 물고기에게 소시지를 주지 말라고 쓰여 있는 것을 보았다면 극구 말렸지만 식당에서 나오는 길에 티슈에 소시지 몇 개을 집어넣어 가지고 나왔다. 아침 식사 후 바로 바닷가로 나갈 계획인데 이 소시지가 물고기를 모으는데 큰 약효(?)가 있을 것이다.
괌의 바닷가는 대개 한참을 바닷속을 향해 걸어 들어가도 수심이 허리정도밖에 안 되는 산호초 해변이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낭떠러지가 되어 수심이 급격하게 깊어지게 되는데 안전선을 표시해 놓았기 때문에 이 안에선 무척이나 안전하다. 구명조끼에 의지하여 바다에 둥둥 떠서 머리만 물속에 살짝 쳐박고 유영을 즐기는 스노클링은 무척이나 편안하고 재미있다. 수경에 의해 확대되어 과장되게 깊어 보이는 수심 때문에 가끔 놀라게 되지만 재미있다. 소시지 냄새에 기가 막히게 반응하고 몰려드는 물고기들이 신기할뿐더러 생각보다 큰 물고기-갈치같이 생긴-가 다리를 건드리고 갈 때면 섬뜩한 느낌마저 든다. 아무튼 소시지를 가지고 나오지 않았더라면 무척이나 재미없었을 것 같다. 반드시 바닷가 스노클링 때에는 소시지를 필참 하길 추천한다.
야외 샤워기를 통해 가볍게 소금기를 닦아낸 후 워터파크 이곳저곳을 다니며 마지막 물놀이를 즐겼다. 이곳에선 튜브 대신 비치매트를 사용해서 배처럼 타고 다니기도 하고 슬라이더를 이용하기도 하는데 죄다 사용하지도 않을 것을 식구 수대로 가져다가 자기 짐 있는 곳에 쌓아 놓고는 다른 사람이 이용 못하기 일쑤다. 한국인 종특.ㅠ 그렇게 쌓인 것을 이곳 직원들이 임의로 가져다가 원래 자리로 돌려놓기도 하지만 역부족이다. 겨우 반쪽짜리 매트를 어렵게 구해서 철퍼덕거리며 놀자니 벌써 점심시간이다.
한계효용체감의 법칙? 식당에서도 적용되는 말이다. 아무리 맛있어도 자꾸 가면 별로라는. 어제 집사람에게 호평받았던 일식&중식 식당인 '하나야 & 도류'를 다시 찾았는데 그 느낌이 어제만은 못하다. 어제보다 사람도 많은 데다 안 쪽의 내실로 자리를 배정받았는데 에이콘이 너무 강해서 수영복 차림으로 들어온 가족들이 거의 벌벌 떨면서 식사를 해야 했다. 하지만 여전히 한 끼 점심식사로는 부족함이 없다.
배불리 먹고 바로 물놀이를 하기엔 부담스러운 시간인데 마침 미니 골프장이 보인다. 다양하게 디자인된 18홀의 퍼팅 연습장이라고 생각하면 딱 맞을 게임장이다. 정규 골프퍼터가 아닌 장난감처럼 만든 강화고무 재질의 퍼터를 이용해 퍼팅레인의 벽면을 이용해 쓰리쿠션(?)으로 규정타수 안에 홀인해야 하는 골프와 당구가 결합된 아기자기한 게임장이다. 처음 하는 하은이가 제법 잘도 하지만 무척이나 재미있어해서 몇 홀만 돌고 말려고 했는데 18홀을 다 돌고서야 끝낼 수 있었다. 나중에 아이에게 물어보니 괌에서 재일 재미있었던 것은 바로 이 미니골프였다는 충격적(?)인 말까지 들었으니 가족단위로 찾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돌아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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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3.11.29.
딸아이와 처음 떠난 해외여행이라 아이의 카테고리에 글을 올린다.
내색은 안 했지만 생각보다 무시무시(?) 했던 스노클링 강습과 체험, 원주민 불쇼를 보면서 먹은 야외 BBQ 저녁식사며 늦은 밤 체크아웃 같은 마지막날 일정과 귀국하는 과정이 빠져있어서 나중에 뭔가 글을 더 추가하려다 그만둔 것으로 보인다. 이제와선 어찌할 방법도 없어 아쉬움이 있지만 중요한 내용은 다 있다. 당시 무슨 생각에서 글을 이렇게 '디테일'한 만연체로 썼는지 모르겠다. 지나치게 자세해서 다시 읽어보면 마치 그때로 되돌아간 듯 기억이 회복된다.
그 후 다시는 괌을 찾지 않았으나 느긋한 그 동네 사정을 볼 때 지금도 그때와 크게 달라지진 않았을 것 같다. 아이와 괌을 찾을 분이 읽는다면 이런 느낌으로 하루하루가 지나겠구나 하는 정도의 정보는 될듯하다. (물론 당시에는 일본인이 더 많았지만) 관광지에 한국사람 많은 것에 대한 거부감이 좀 있는 편인데 이런 것에 무신경하다면 아이들과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쉬다 올 곳으로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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