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어느 웹사이트 게시판에 추천도서로 올라왔던 책이어서 사무실 후배에게도 권해줬는데, 그 후배는 그날로 구입해 버리고 책에서 호평한 맥킨토시 인티앰프로 바꿈질로 감행하는 등 나보다 빠른 진도를 냈다. 결국 추천한 사람이 책을 나중에 구입한 보기 드문 경우가 되었다. 오전에 잠시 외출을 했다가 나도 책 한 권을 사서 들어왔다.
다른 블로그에 올라가 있는 책의 소개이다. 아직 오디오에 미치기 전의 사람이라면 일독을 권한다. 하지만 이미 미쳤다면?
미쳤거나, 빠졌거나, 불치병이거나.
“오디오 마니아가 되지 않게 해주는 책”
황준의 <오디오 마니아 바이블>
♬ 오디오 전문가도, 평론가도 아니다! 그래서 더 정확하고 더 솔직하다!
저자 황준은 오디오 전문가도, 평론가도 아닌 건축 설계가이다. 하지만 이사 전날 가족 몰래 자신의 차에 오디오를 고이 모셔두는 오디오 마니아이다. 건물을 짓기 위해 벽돌 하나하나를 신경 쓰는 것처럼 저자의 꼼꼼함은, 오디오에 대해 세세하고 자세하게 설명하게 하는 가장 큰 장점이다. 오디오 관련 서적을 뒤적이다 보면 새로 나온 것은 언제나 최상급이며, 좋다는 말로 가득하다. 과연 그럴까? 저자는 초보시절 잡지 속 전문가들의 말을 믿었다가 실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리저리 눈치 보지 않고 솔직하고 담백하게! 오직 좋은 소리만을 추구하는 사용자의 입장에서 오디오에 대해 전한다. 좋으면 ‘좋다’는 물론! 나쁘면 ‘나쁘다’라는 말을 주저 없이 말해주어 그 솔직함에 오히려 더욱 신뢰감이 든다.
♬ 좋은 소리를 만들어갈 수 있는 전문 안내서
저자는 어떤 앰프에 어떤 케이블을 연결해야 하는지, 한 번의 매칭이 아닌 여러 가지를 연결해 보고 직접 듣고 느낀 것을 비교하여 어떤 매칭이 가장 좋은지, 각 기기별로 소개했다. 예를 들어 M 6200과 L-65는 엄청 좋은 스피커와 엄청 좋은 앰프인데도 엄청 이상한 소리를 내며, JBL L-65는 구동력 있는 파워로 매킨토시 40, 240, 크렐 KSA 50, 100 등에 물려보면 아주 훌륭한 소리가 난다. 이처럼 수많은 매칭을 통해 다른 이들이 손쉽게 최고의 소리에 다가갈 수 있도록 실패와 성공의 경험이 담겨 있다.
♬ 기초 지식부터 차근차근 단계별 접근
오디오 마니아를 위한 전문서적이라해도 손색없지만, 저자는 오디오 초보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책을 펴는 순간, 기초 지식부터 차근차근 단계별로 접하는 방법을 전해준다. 오디오의 선택, 듣는 법, 교환하는 법 등 소리의 취향에 따라 수많은 오디오의 매칭을 통해 좋은 소리를 찾아가는 즐거움의 길을 알려준다.
♬ 기기별 특징을 다룬 ‘좋은 오디오 100선’
<오디오 마니아 바이블>은 ‘바이블’이라는 것에 어울리게 방대한 자료를 지니고 있다. 오디오 마니아라면 누구나 한 번은 들어보았을 메이커들의 소개와 연보가 수록되어 있다. 또한 각 기기별 특징을 다룬 ‘좋은 오디오 100선’과 어떤 장르의 음악에 어떤 오디오가 어울리는지 등의 오디오를 통해 즐길 수 있는 모든 것을 담아냈다.
♬ 오로지 발로 뛰어다니며 소리를 찾는다
“이 정도면 난 최고의 정상에 있는 거야!”라고 자부할 오디오 마니아가 과연 있을까? 아는 만큼 들리는 바람에 오디오 마니아들은 꾸준히, 열심히, 오로지 발로 뛰어다니며 소리를 찾는다. 저자 또한 주말마다 세운상가를 돌아다니며 듣기를 일삼았다. 좋은 소리를 들으면 바꿈질을 하고 싶은 충동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새롭게 매칭하고 싶은 구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다면, 다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닌 오로지 자신을 위해 발에 땀이 나도록 일구어낸 저자의 비밀스러운 바이블을 만나보자.
♬ 유쾌하고 재미있는 문체
힘든 일상에서 오디오바꿈질 한 번에 세상을 다 가진 듯한 오디오쟁이라면, 저자의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속 깊게 다가올 것이다. 저자는 평론가들처럼 고상하고 어렵게 전하지 않는다. 마치 친구와 대화를 하듯이, 친절한 상담가와 같이 천천히 그리고 자세하게,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를 전한다. 저자의 이러한 문체는 자칫 어렵게 다가갈 수 있는 오디오에 대한 전문 지식을 쉽게 다가가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이 책은 오디오에 애착이 없으면 전혀 동요할 수 없다. 그러나 음악을 듣는 즐거움, 소리를 찾아내는 즐거움을 알고 있다면, 혹은 알고 싶다면 꼭 한 번 읽어야할 ‘바이블’과도 같은 책이다.
♬ 저자 소개 |황 준
1966년에 서울에서 태어나 1989년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였다. 대학 시절, 우연히 오디오라는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된 이후, 국내에 유통되는 모든 오디오를 직접 들어보고, 성능에 대한 ‘기기별 점수’를 매기고, ‘기기간 매칭표’를 만들겠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 <오디오 매칭표>와 같은 애당초 불가능한 목표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꿈을 가진 사람이 아릅답다’라는 신조로 8, 90년대 오디오 시장의 주무대였던 세운상가, 대림상가, 용산전자상가를 누비고 다닌 덕분에 얻게 된 경험들로 오디오 지침서를 만들어, 많은 오디오 애호가들이 진정한 마니아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 본문 중에서
마란츠 7의 경우 명기로 소문났지만 타 앰프와의 매칭이 까다롭지요. 프리뿐 아니라 파워(스피커)도 마찬가지입니다. 소리의 경향은 한마디로 다소곳합니다. 온도감, 음악성도 풍부합니다. 요즘 앰프에 비유한다면 섬세한 선비와 같은 마크나 첼로 계열이라고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생김새도 샌님같이 깔끔합니다. 오디오 주인에 따라서 소리가 많이 달라집니다. 여자에 비유하면 신경질이 좀 있는 여우 같은 미인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듯합니다. 동물에 비유하면 고양이 같은 성질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에 비해, 매킨토시는 반대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매킨토시의 프리(파워 포함)는 한마디로 매칭에 있어서 포용력이 큽니다. 타 기기의 단점은 숨겨주고, 장점은 부각시키는 신기한 재주가 있습니다(반면에 마란츠는 매칭이 조금만 이상해도 상대 기기의 단점을 속속들이 드러나게 해 줍니다). 매킨토시는 마란츠에 비해 소리의 경향도 호방한 쪽입니다. 요즘 앰프에 비유한다면 힘 좋은 마당쇠와 같은 크렐, 오디오 리서치 쪽입니다. 24시간 켜 놓아도 문제가 생기지 않을 정도로 내구성이 좋습니다(동물에 비유하면 고양이보다 개 쪽이라고 생각됩니다). -본문 ‘마란츠와 매킨토시 프리 비교’ 중에서
‘마크 레빈슨(Mark Levinson)’은 오디오쟁이들이 매킨토시와 언젠가 더불어 한 번쯤은 가져 보았거나, 가지고 싶어 하는 앰프입니다. 저는 No.29, No.27, No.23, ML-3 파워 앰프 4종과 No.26, No.28 프리 2종을 사용해 본 경험이 있습니다. ‘마크 레빈슨’은 사람에 비유하면 영화배우 이소룡이나 슈가레이 레너드 같은 복서입니다. 스피드를 주 무기로 사용하는 아웃복서 타입입니다. 링을 넓게 사용하고 스탭이 경쾌합니다. 스트레이트가 주 무기로 잽이 빠르고, 더블펀치, 콤비네이션 블로우도 매우 정확합니다. 공격 후, 제 자리에 주먹을 복귀시키는 속도가 빠릅니다. 어느 각도에서나 주먹이 나오고, 어퍼컷도 꽤 위력이 있습니다. 항상 15라운드까지 체력을 안배하고 펀치를 뻗습니다. ‘크렐(Krell)’은 영화에서는 람보, 권투선수로는 타이슨과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제가 일정 기간 이상 써본 것은 KSA 100, KSA 50(2개), KSA 150 Signature, KSA 80 등의 구형이고, 신형 측에 드는 FPB200도 잠시 사용해 보았습니다. 전형적인 인파이터입니다. 스트레이트보다는 훅이 주 무기입니다. 이 훅에 걸리면 말 그대로 ‘스쳐도 한 방’입니다. 연타공격도 좋지만 첫방 하나로 경기 종료시켜 버리는 타입입니다. 이런 타입의 선수가 그렇듯이 공격을 하는 순간이나 공격 후, 가드가 비워지는 것이 단점입니다. - 본문 ‘마크 레빈슨과 크렐(구형을 기준으로)’ 중에서
♬ 책 표지 글
음향기기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건축/인테리어 분야의 전문지식을 겸비하고 있는 국내에 몇 안 되는 전문가. 그의 친절한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당신도 근사한 음악공간을 꾸밀 수 있을 것이다 - 정지연 광원건설 CEO, 인천시립교향악단을 사랑하는 모임 회장/ 인천음악애호가협회 부회장
자기주장이 강한 오디오 마니아 세계에서, 각자의 개성과 취향이 서로 다름을 충분히 이해하고 평가하는 모습을 보여준 책입니다. 오디오 마니아라면 누구나 한 권쯤은 소장하고 있어야 할, 바이블이라는 타이틀이 어울리는 책입니다. - 주대원 치과의사/ 가야치과병원 원장
오디오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열정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오디오 매뉴얼! - 문보승 (주)상상이상 대표/ JBL클럽 시샵
음악으로 하루를 열고 싶은 이들은 라디오를 켠다. 음악이 있는 집에 살고 싶은 사람들은 『오디오 마니아 바이블』을 읽는다. - 황정민 KBS 아나운서/ FM대행진 DJ
건축가 황준이 오디오를 통해 들려주는 인생과 삶의 이야기. 오디오에 관한 책이지만 오디오에 관련 없는 사람들도 쉽게 읽혀지는 것이 흥미롭다. - 김동욱 교수/ 경기대학교 건축과
외톨이 스피커에게 짝을 찾아 주던 날의 설렘. 생명이 꺼져가는 순간에 내는 진공관의 간절한 울림… 집 짓는 남자 황준이 세상의 모든 오디오들에게 바치는 사랑의 고백이 아름답다. - 이미애 방송작가 / <TV동화 행복한 세상> 저자
♬ 차례
01_ 취미로써의 오디오
02_ 오디오를 듣는다는 것
03_ 오디오 잡설
04_ 오디오를 통해 배운 삶
05_ 오디오 구입하기
06_ 메이커별 오디오 이야기
07_ 진공관 오디오
08_ 알아두면 도움이 되는 정보
09_ 기타
10_ 좋은 오디오 100선
[글 더하기]
오늘은 2023.12.12.
꽤나 장문의 글 더하기를 다 해놨는데 방금 날려 먹었다. 요즘은 흔한 일이 아닌데 티스토리의 글쓰기 기능 중 '복붙' 로직 쪽에 뭔가 분명히 문제가 있다.ㅠ
아무튼. 소개한 책은 과감히 바이블이란 이름을 붙였는데, 목차 중 '좋은 오디오 100선'이 이제와선 너무 노후화된 정보인 것을 빼면 아직 판매 중인지 모르겠으나 심각하게 오디오를 접근해 보려는 사람들이 한 번은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 내용이 잘 조직화되어 있어 바이블이란 힘만 뺀다면 여전히 추천한다.
본문의 책을 소개할 쯤엔 종로타워에 본사가 있을 때라 지하 2층에 대형서점 서울문고 '반디 앤 루니스'가 있었다. 굳이 서평이나 추천이 없더라도 하루에도 몇 번씩 들락거리면서 다양한 책을 접할 수 있었다. 교육부서에 근무하다 보니 일부러라도 책을 봤고 입주사 할인도 제법 쏠쏠했다. 땡땡이도 서점에서 놀았으며 작지만 음반코너도 있어서 지금 보니 내 문화중흥기였다.
발령 후 하는 일과 근무지가 바뀌다 보니 잊고 살았는데 '반디 앤 루니스'는 16년 종로타워점 폐점 후 21년 6월 최종 부도처리되었다. 그러다 2년간의 여러 회생절차 후 리버파크에 인수되어 올해 8월 온라인 서점으로 변신했다. 숨은 붙어있는 셈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폐점한 '반디 앤 루니스'를 뒤이어 종로타워 지하 2층 그 자리에 추억의 '종로서적'이 그대로 연이어 화려하게 부활했다는 점. 아무런 개인 통신장비가 없던 시절 교보문고와 함께 종로통의 만남의 장소였고 젊음의 거리 초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종로서적은 그 어느 대형서점보다 빨리 부도를 맞았다. 월드컵 열기에 숨어 2002년 조용히 문을 닫은 후 14년 만이니 동면치고는 꽤나 긴 시간 후에 깨어난 셈이었다.
종로타워 반디 앤 루니스가 문을 닫을 때 "건물주가 용도 변경을 원해서 영업을 종료하게 됐다”라고 했는데 결국 용도변경이 아니라 동일한 용도로의 세입자 변경일뿐이었다. 건물주가 속인 것인지 반디 앤 루니스가 속인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어릴 적 서점 주인이 꿈이었던 내게는 생각보다 치열한 대형서점의 부침과 생존경쟁을 보면서 겉으로 보이는 고상한 문화산업으로 쉽게 볼 일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다. 교보문고처럼 교보생명 같은 든든한 뒷배가 없는 한 말이다.
역시 건물주와 금수저는 이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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