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나의 메인 스피커였던 PMC 복각을 처분했다. 중국산이라는 오명 속에서도 탄력 있는 음색과 현악기의 질감을 잘 표현했던 것으로 기억될 녀석이다. 복각이라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몸통 어디에도 자신 있게 자신의 이름을 내걸 수 없는 사생아였지만 5.1 채널의 AV용 프런트 스피커로써의 꿋꿋한 자리매김을 한 녀석이다. 박스도 안 뜯은 트라이앵글 신품을 너무 좋은 조건에 들이게 되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친 것이 내내 마음에 걸리지만 말이다.
카바쎄(Cabasse), Focal-JMLab과 함께 트라이 앵글은 흔히 프랑스 3대 스피커 메이커를 거론할 때면 빠지지 않는 브랜드이다. 그 연륜이 일천하다 할지나 소위 나름의 콘셉트를 가지고 스피커의 라인업을 가지고 있는 몇 안 되는 회사이다. 또한 최신의 AV 트렌드를 따라 2 채널 하이파이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5.1 채널 라인업을 유지하면서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취할 수 있는 브랜드이다. 아마도 하이파이의 무게감이 있는 5.1 채널의 스피커 라인업을 가지고 있는 메이저로는 B&W, Focal JMLab, 다인오디오 와 트라이앵글 정도일 것이다.
그중 내가 구입하게 된 셀리우스는 트라이앵글의 상급라인인 Stratos 바로 아래 중급 라인인 Esprit 라인의 프런트 스피커 이름이다. 이것이 버전에 따라 구형과 신형 ES모델, 얼마 전 출시된 Esw모델 등이 현역에서 활약 중이다. Esw의 W는 우퍼를 의미하는 것으로 내가 가지고 있는 ES모델의 우퍼 부분을 강화한 것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그런데 왜 구형모델을 들였냐고? 앞에서 말했지만 우연치 않은 좋은 기회를 통해 스피커를 들이게 된 경우라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게다가 최신 버전 모델은 아니지만 박스도 개봉되지 않은 신품이었다는 점이 내겐 큰 매력이었다. 최신 모델 역시 소비자가 동일하게 출시된 것을 보니 광고와는 달리 그리 개선점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도 한 몫했다.
셀리우스는 독특한 모양의 날카로운 금색 돔을 가진 트위터(TZ2400)와 우퍼와 거의 구별 안 갈 정도의 모양과 크기를 가진 미드레인지 드라이버(TI6PE110o), 동일한 우퍼(TI6DE160c) 두 개로 구성된 바이와이어링이 가능한 전형적인 3 웨이 구성의 중형기다.
개당 무게가 23.5㎏에 키가 115㎝ 이르는 거구의 붉은 원목 베니어 캐비닛-무늬목이 아니다-이 잘 포장된 상자에서 빠져나올 때의 손 맛이란 쉬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특히 독특한 모양의 알루미늄 스탠드를 포함하고 있어서 조립이 쉽지는 않았지만 오디오를 단순히 선만 연결해 듣는 게 아니라 오너가 직접 인스톨했다는 뿌듯함까지 함께 주는 모델이다.
SPEC(Single Point Energy Conduction)이라고 부르는 트라이앵글만의 독특한 음향공학 때문에 모든 스피커의 바닥 앞부분에는 큼직한 스테인리스제 스파이크가 달려있다. 이론적으로는 캐비닛에서 발생한 모든 에너지는 이곳 스파이크 한 곳을 통해 바닥으로 연결된다는 설명을 하는데 모르긴 해도 저음부의 단단함을 강화하는 데는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설치 후 느껴지는 첫인상은 만듦새가 가격대비 무척이나 훌륭하다는 점과 현대적이면서도 너무 튀지 않는 디자인이 어느 가정에서나 잘 어울리겠다는 인상이다. 와인 빛의 캐비닛과 전면의 검은색은 가히 예술이라 할 만하다. 아직 몸을 푼 지 얼마 되질 않았으니 에이징의 여력은 더 있을 것이나 음색은 전반적으로 어느 대역에 치우치지 않은 느낌이지만 키에 비해서는 얇게 느껴지는 외양 때문의 이미지 인지는 모르나 중고역이 특히 매력적으로 들린다. 가정에서의 저음이라는 것이 어느 수준이상을 허용할 여건 안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2% 부족해 보이는 저역이 그리 단점으로만 치부하긴 어렵다. - 신형 Esw에서는 바로 이 저역을 특히 개선했다 하니 기대할 만하다.
주로 클래식을 듣는 탓에 각 악기파트를 섬세히 그려내는 스피커에 관심이 많기 마련인데 트라이앵글은 적어도 이 범주 내에 들어있다. 일전에 잠시 들었던-정말 잠시였다-풍월당의 소너스 파베르와 비교하더라도 그때의 적은 볼륨치를 고려하면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이다. 특히 바이올린이 끼어있는 소편성 곡이 아주 제격이다. 아직 에이징도 완벽해 보이지 않고 적절한 인터케이블과 스피커 케이블도 찾아진 것 같지 않아서 그 새로운 매칭을 통한 가능성 역시 아직은 무궁하다 하겠다.
다만 음압이 92db에 달하는 고능률 스피커이기 때문에 앰프의 볼륨을 높이 올리기가 전보다 더 어려워졌다. 이전 스피커에서는 두순 V8i인티의 볼륨을 기준으로 2.5~3.5 수준에서 감상이 가능했는데 지금은 1~2.5 사이에서 운용 중이다. 볼륨값이 12까지 있는 앰프임을 감안하면 놀려도 너무 놀리는 모양이다. 하지만 기본기가 있는 앰프이므로 적은 볼륨값에서도 충분히 자기 몫을 다해주는 것이 다행이다.
당분간 스피커의 교체는 고려치 않기로 했으므로 혹시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다소 낮은 출력의 아큐페이즈 등의 인티로의 전환을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겠다. 아무래도 예민하고 내성적인 트라이앵글에게는 변강쇠보다는 나긋한 젠틀맨이 더 어울릴 듯싶다.
[글 더하기]
오늘은 2023.12.5.
이 스피커를 가져온 특이한 경험을 먼저 올렸으니 혹시 바로 오신 분은 그 글을 먼저 보길 바란다.
오디오질이 재미있기도 힘들기도 한 점이 하나를 건드리면 이번엔 꼭 다른 쪽이 문제다. 그나마 하나를 건드린 경우엔 이유라도 찾을 수 있는데 동시에 두세 개 장비를 교체한 경우 문제 상황이 어디로부터 발생한 것인지 그야말로 미궁에 빠진다. 그러니 오늘의 팁. 한 개씩 바꿔라.
저 경우엔 스피커만 교체이니 과거와의 차이점이 있다면 전부 여기에서부터 출발해야 하는데 한 번의 청음도 없이 덜컥 들어온 경우라 본문의 글을 올린 후에도 한동안 고민의 영역에 빠져있었다. 모든 오디오 기기들이 적정 볼륨을 상정해 제작하기 마련인데 앰프 최대 볼륨의 1/12 밖에는 올릴 수 없는 무지막지한 앰프와 전기냄새만 맡아도 소리를 지르는 과민성 고능률 스피커의 환장의 콜라보였다.
선입선출. 저 글 이후로 힘으로만 밀어붙이는 중국산의 앰프를 정반대 성향의 A클래스 앰프로의 교체를 모색하는 것으로 일단락된 것으로 기억한다.
제법 유명한 조합의 기기를 풀세트로 신품구입할 수 있으면 이런 사달이 없을 텐데, 죄다 중고로 '드래곤볼'을 해야 하는 오디오파일들에게는 기기를 매번 바꿔가며 매칭을 조합하기란 영 지난한 순례의 길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돌아보면 신품구입보다 몇 배의 수업료를 들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런 것을 보면 싼 게 비지떡이란 말이 늘 진리일지도.
명심하자. 조급함을 이겨낼 수 있으면 때론 좋은 선택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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