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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하다 가랑이 찢기/오디오 음악감상

[2008.3.24] 지난 주말동안의 삽질 - 오디오 재배치

by 오늘의 알라딘 2023. 12. 21.

늘 쌍코피를 달고 사는 약골의 남자라 하더라도 오디오에 미치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이상 증세가 있는데,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괴력이 나온다는 점이다. 평소엔 5kg의 마트표 쌀포대 하나도 들기 버거워하던 사람들도 장터에 나타난 40kg짜리 파워앰프를 집에 들이는 데는 헐크 부럽지 않은 힘을 낸다.

지난 토요일 아침. 눈뜨자마자 찜찜했던 스피커의 재배치에 들어갔다. 거실이 좌우로 넓은 형태여서 소파에서 스피커까지의 거리보다 스피커 좌우가 지나치게 벌어져있는 문제가 있었다. 그런 이유로 소리가 가운데로 모인다기보다는 좌우로 흩어져있어서 스피커의 존재감만 더욱 부각되는 구조였다. 게다가 부밍을 해결하고자 스피커를 벽면에서 30cm 정도 띄우다 보니 청자와 스피커 간의 거리는 더욱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이동전의 베치상태. 기기는 모두 바닥에 내려왔고 스피커는 한껏 벌어져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LCD TV를 중간에 위치했을 때 앰프와 CDP, 차폐트랜스까지 모두 바닥에 일렬로 내려놓다 보니-기기들을 모두 그냥 바닥에 내려놓았을 때의 이점은 구태어 설명하지 않는다-스피커의 좌우 폭을 줄일 방법이 도저히 나오지 않는다.  해결방법으로는 모두들 제각기 한 떡대씩 하는 녀석들을 결국 탑으로 쌓는 방법밖에는 없다. 

첫 번째 이동.
제일 덩치가 나가는 럭스만 인티앰프를 밑에 깔고 CDP를 올렸다.  안정적이고 보기도 나쁘지 않다.  일전에 마란츠 CDP를 튜너 밑에 깔았다가 진동으로 인해 CD를 인식하지 못했던 경험이 있어서 CDP를 탑으로 쌓을 때는 반드시 맨 위로 올리는 편이 좋다는 '생활의 지식'이 있는데 그것과도 일치한다.


두 번째 이동.

이왕 옮기는 바에 차폐트랜스를 TV 뒤의 빈 공간으로 숨겼다.  약간의 뽀대도 있는 것이 사실이나 전면의 레이아웃이 갑갑해지는 것을 방지해 줄 수 있어서 시도! 앰프셀렉터만 덩그러니 밑으로 내려와 좀 허전하다. 황소 인형으로 약간의 커버를 하니 그나마 좀 낫다.  

 

이 정도 세팅에서 다시 음악을 올렸다. 확연하다고까지는 어렵지만 제법 음상이 잘 맺힌다.  (물론 고질적인 한 가지 문제가 느껴지는 것이 있다.  이건 세팅의 문제가 아니라 집안의 구조 혹은 내 귀의 문제인데, 좌측 스피커의 볼륨이 보다 크게 들린다는 점이다. 주로 귀에 거슬리는 바이올린 파트가 왼편에 배치되는 이유가 클 것으로 추정해 본다)

 


세 번째 이동.

A급 앰프의 문제가 드디어 생겼다.  앰프 특성상 엄청난 발열이 있는데 달궈진 열기가 온전히 앰프위쪽으로 올라오게 만들어진 구조 때문에 앰프 위에 올려놓은 CDP로 열이 몰리면서 CDP몸통이 만질 수 없을 정도 뜨거워졌다. CD를 굽는다는 말이 여기에서 유래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CDP가 폭발 직전이다. 어쩔 수 없이 앰프를 위로 보내고 CDP를 밑으로 깔았다. 상대적으로 자그마한 CDP를 엄청난 크기의 앰프가 깔고 앉은 격이라 모양의 불안함을 어찌할 수 없으나 다른 방법이 없다. 다행히 저가 SACDP에서 일어날법한 진동이나 인식불량은 없다.

 

네 번째 이동.
TV 뒤에 숨겨놓은 차폐트랜스를 다시 전면으로 꺼내 놓았다. 가뜩이나 불안한 탑 쌓기를 하고 있는 와중에 옆공간이 허전해 위태해 보이기까지 한 데다, 숨겨놓은 차폐 트랜스가 더욱 볼썽사납게 잘 보인다는 집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여서-사소한 건 들어줘야 편안하다-원위치시켰다.

덕분에 심심치 않게 토요일을 보냈지만, 생각지 못했던 '괴력'을 쓰느라 손 발이 후들거린다. 분명한 것은 오디오질을 하려면 금전적 능력과 음악을 감상할 식견과 여유로운 시간, 그리고 가끔이지만 폭발시킬 수 있는 '체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 추가 : 다섯 번째 이동.

아무래도 불안해서 안 되겠다. 연약(?)해 보이는 CDP를 덮치고 있는 모양이라니 참을 수가 없는 미묘한 불안감이다. 하지만 바닥에 모두 내려놓자니 공간이 안 나오고.... 마지막 잔머리로 차폐트랜스 네이처를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TV 왼편으로 보내고 갖고 있는 전원 케이블을 최대한 용도변경해 트랜스와 앰프를 연결시켰다. CDP는 앰프에 무리가 있을 것으로 추정이 되지만 앰프 뒷 편의 보조 전원 아웃렛을 이용해 연결하니 그나마 겨우 공간이 된다. (전원의 중요성을 익히 아는 바이나 더 이상은 할 수 없다)

결국 TV를 정확히 정가운데가 아니라 약간 왼편으로 10cm 정도 이동해야 했지만 그나마 봐줄 만하다.

오석이 있다고는 하나 스피커와 앰프가 같은 목재 받침 위에 있는 상태라 적지 않은 진동이 앰프나 CDP에 전달될 것으로 예상된다. 적어도 매직헥사정도는 구해서 깔아줘야 하겠다. 

아마 이 정도 배치가 당시 최종 버전인 것으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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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3.12.21.

 

오디오질에서 기기 교체만큼 재미있고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는 것이 있다면 기기의 위치를 조정하는 것이다. 정확히는 다른 기기보다도 스피커의 위치를 바꾸거나 스탠드나 바닥재를 바꿔 주는 작업이다. 크게 보면 청음 공간의 반사/흡음재 조정을 포함하는 말이다.

 

오감이 다 그렇지만 그중 귀는 컨디션에 따라 이명, 환청 등이 동반될 정도로 예민하기도 해서 단순히 집음 뿐 아니라 위치감과 평형을 동시에 관장하다 보니 피로도도 심한 기관이라 조그마한 변화에도 제법 민감히 반응한다.

 

따라서 볼륨과 공간감에 차이를 줄 위치 변경이 오디오쟁이에겐 제법 가성비 좋은 활동이다. 가볍게는 토우-인 만으로도 더 나아지는 것은 없어도 달라지는 건 있어도 뭔가 바꾼 느낌이 확실하다. 

 

그러니 무얼 듣느냐 보다 어떻게 (놓고) 듣느냐가 중요하단 건 여기에도 통하는 말이다.

같은 소리도 어떤 마음가짐과 자세로 듣냐에 따라 약이 되기도 독이 되기도 한다. 

 

옛말 하나 그른 것이 없다.

개떡 같은 소리도 찰떡 같이 듣는 팔랑귀만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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