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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의 오늘

[2008.4.18] 아, 짜증난다. 옥션 해킹 당하다.

by 오늘의 알라딘 2023. 12. 29.

최근 옥션에서 가입자 이름, 옥션아이디, 주민등록번호, 이메일주소, 주소, 전화번호가 포함된 자료가 해킹되어 누출되었는데 재수 없게도 나의 정보가 포함되어 있다.

다행인 것은 해킹된 자료에는 금융관련 결제정보가 포함되어 있지는 않았고, 옥션의 아이디는 그나마 잘 사용하지 않는 데다 비밀번호 역시 아이디/주민번호와는 무관한 값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주민번호와 이메일이 노출되었다는 것이 여간 찝찝하지 않다.

게다가 어떤 대책과 보상이 있다는 내용이 없는 '공지문' 수준의 안내를 보면서 최대 경매 포털인 '옥션'에 제대로 짜증이 난다.

 
회사 변호사 말로는 판례상 200만원 상당의 보상을 기대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는 하는데 그래서인지 벌써 옥션을 상대로 한 소송을 대행해 줄 카페까지 생긴 모양이다. 잠깐 접속을 시도해 보았는데 워낙 많은 사람이 접속하는지, 상태가 고르지 않다. 웃기는 건 이들 소송을 대행해 주면서 약간의 소송비용(1만 원~3만 원)을 요구하고 있으니 이런 돈벌이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사람들의 기발함에 다시 한번 놀라음을 금할 수 없다. 

아무튼 옥션, 큰 일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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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3.12.29.
 
뭐든 처음이 어렵지 반복은 쉽다. 적어도 익숙해 진다. 하도 빈번하게 당하니 이제는 뭐 그러려니 하지만 저 때만 하더라도 제법 초창기에 털린 개인정보 유출이라 사회적 파급이 제법 있었다. 유출된 규모도 그렇거니와 누구나 들으면 알만한 대형 쇼핑몰에서 사고를 친 경우라 나름의 공분이 일었다. 당시에 실제 소송과 배상 등이 이루어졌는지 모르겠지만 집단소송 관련 배상규정이 없는 우리나라에는 그저 솜방망이 처벌이 준비되었을 뿐이고 소송을 부축이는 변호사들의 배만 불리는 경우가 보통이다. 옥션도 그리 큰일 나지도 않았다.
 
그 후론 여기저기 통신사, 홈쇼핑 등등이 번호표를 끊은 듯 순서대로 털렸다. 대응방식도 그저 털렸다고 공지 후 비번 변경 등을 안내하는 것이 전부다. 그러니 주민번호, 휴대폰 번호를 포함해 어지간한 개인정보는 그저 누구나 서로서로 나누어 쓰는 '공공재'가 되었다.
 
자주 활동하는 자동차 카페에 내 차의 사진을 올린 적이 있다. 많은 댓글들이 달렸는데 상당수가 '번호판 가리세요' 같은 나의 정보 유출을 걱정하는 내용이었다. 의외다. 어디 모텔의 불륜현장에 세워둔 차량도 아니고 내차를 내가 올리는데 번호를 가리는 수고를 할 이유가 뭘까? 오히려 차량 번호란 것은 동네방네 이 차는 내차란 것을 식별시키는 명찰이다. 지금도 지하 주차장에 내려가면 수백 대의 차량의 번호판을 얼마든지 찍고 번호를 얻을 수 있다. 그런데 그게 무슨 문제라고.
 
정작 중요 정보는 여기저기 쓸데 없는 곳에서 다 털리고 다니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면서도 굳이 부끄러워(?)할 이유가 없는 건 애써 가리려 한다. 뭔가 이중잣대가 여기에도 존재한다. 아니면 이미 털린 것들에 대한 피해의식에서 발로한 방어기제라면 한편 이해가 될 듯하기도 하다.

하긴 세상이 험악스러워 댓글 하나도 익명으로 숨지 않으면 하고 싶은 말을 못하는 시대다. 다른 생각의 다른 사람들의 손가락질에 언제든 로그아웃 하나로 도피할 방법이 필요하니 그런 생각들도 무리는 아니다.
 
스마트폰 하나에 모든 정보가 집중되는 세상. 여기까지 온 마당에 지킬 것은 지키되 어쩌면 '실명'의 당당함도 필요한 것 아닐까? 
 
생각보다 온라인 세상도 많이 좁다. 숨을 공간이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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