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생활을 한다는 것은 좋은 의미이기도 하지만, 하루하루를 어느 순간부터 프로그래밍된 기계적 삶을 살고 있다는 느낌 때문에 그리 즐겁지만은 않다. 게다가 그 조차도 계획들 사이에 어느 순간 엉켜버려서 더 이상 달력 귀퉁이에 적어 놓는 것 만으로는 관리가 어려운 지경에 이르고 나면 다른 궁리가 필요하다.
크게 보면 다른 사람들과의 식사나 회의 등 같은 약속들을 정리할 필요가 있고, 업무적으로나 개인적인 해야 할 일 등 To Do List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
회사 인트라넷에서도 충분히 지원이 되는 기능이지만 회사 밖에서는 그리고 인터넷이 안 되는 곳에서는 관리가 불가능할뿐더러 수시로 사내 보안지침에 노출되어 있어 맘 편한 관리도구가 못된다.
하는 수 없이 추가적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아웃룩'을 쓰고있다. 필요한 기능 대부분이 구현되고 있고 사내메일을 연동해 저장할 수 있어서 파워풀하다. 하지만 이 역시도 PC를 벗어나서는 무용지물이다.
결국 구시대의 산물인 수첩을 병행해 사용하는 수 밖에 없다. '플랭클린 플래너'라는 멋진 이름의 신식(?) 수첩이지만 결국 과거의 메모장과 다를 일이 없다.
하지만 웃기는 건 이것도 부족해서 수첩과 모니터에 덕지덕지 '포스트잇'을 붙여놓고 사용하는 걸 보면서 과연 이걸 일정관리라고 하고 있는지 실소를 멎을 수 없다.
일정도 과잉이지만 일정관리도 과잉인 우스운 시대를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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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3.12.27.
'소중한 것 먼저하기'라는 온라인 학습 프로그램의 부록으로 지급되기도 했고 뭐랄까 시간에 쫓기는 차도남의 이미지 때문인지 그 후로도 여러 해 동안 사진 속 플랭클린 플래너를 사용했다. 아웃룩의 일정관리 외 메모에 필요한 수첩 하나는 별도로 필요한 법이었고 한번 쓰다 보니 관성적으로 그리됐다.
얼마 후 주력 필기구가 만년필이 되었다. 플랭클린 플래너는 적합한 용지가 아니라 자연스레 하드커버형 무제 다이어리로 바뀌었으나 여전히 일정관리 방식은 '시급함과 긴급함'을 구별해 우선순위로 정하는 그때 그대로였다.
이제는 자기통제 가능한 루틴한 일정뿐이고 가끔의 점심약속 외에는 크게 일정을 관리할 일은 없어졌다. 정확히는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구글 캘린더 하나로 충분한 상황이 된 것. 그러면 이젠 버거운 시간과의 힘겨루기가 끝나야 할 텐데 실상 아직 그렇지도 않다. 눈 뜨자부터 잠들 때까지 여전히 종종걸음이고 쪼개어진 단위가 커졌을 뿐 그 루틴한 일정조차 여전히 마감이 존재한다. 굳이 구별해 관리하지 않아도 어느 때보다 시간도 빨라서 잠시 짬을 내어 글을 쓸 시간도 버겁다. 매일 새로운 해가 뜨는 것 같지만 달리 보면 늘 준비된 해가 쉬 저문다는 말이기도 하다.
겨울이라 그런가? 아님 23년 달력에 매달린 날짜가 얼마 남지 않아서일까?
이젠 관리도 필요없는 시간들이 결혼 전 전여친-아내-에게 전화하던 공중전화 카드의 잔액처럼 무섭게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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