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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의 오늘

에버노트, 이제 놓아줄 때가 되었다.

by 오늘의 알라딘 2024. 1. 4.

오늘은 2024.1.4.

문서공유 플랫폼 서비스인 '에버노트'를 꽤 초창기부터 사용했다. 웹은 물론 OS를 가리지 않고 준비된 앱에 무엇을 작성하든 순식간에 서로가 연동되어 필요할 때마다 디바이스를 가리지 않고 조회할 수 있어서 뭔가를 늘 끄적거리고 정리하고 계획하고 들여다보는 것을 좋아하는 내게는 딱 좋은 어플이었다. 빠르게 노트북으로 타이핑하고 회의 때는 정리된 내용을 바로 스마트폰으로 자료를 참고하고 수정하는 식이었다.

 

다양한 첨부가 가능했고 브라우저마다 확장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어서 검색이나 웹서핑을 하다 관심 있는 내용은 문서 전체나 필요 내용만을 스크랩해 바로 저장할 수 있었다. 만들어진 각 페이지는 별도 주소가 부여되어 굳이 에버노트 사용자가 아니라도 공유를 통해 정보를 나눌 수도 있었다. 또한 에버노트를 지원하는 앱도 상당해서 어지간한 문서작성 관련 앱들 간에 모두 호환을 보장할 정도다. 한마디로 인터넷만 연결된다면 미친듯한 호환성을 경험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이제껏 '무료사용자'로서도 크게 불편함이 없었다-제일 중요!

무료사용자는 한 달에 올릴 수 있는 문서 용량에 제한이 있었지만-60MB 정도 기억한다-장문의 글이나 사진을 저장을 굳이 에버노트에 할 필요는 없고 자주 검색이 되거나 아이디어로 남길 개인정보나 토픽들이 주로 저장되다 보니 전혀 아쉬움 없이 사용했고 매달 새롭게 그만한 용량이 늘어나니 사실상 무제한의 저장이 가능했다.

 

그러다 2016년 6월부터 무료사용자는 연동되는 단말기 수를 2개로 제한하기 시작했다. 수시로 뭔가를 생각날 때마다 입력하고 조회해야 하니 스마트폰과 맥북에서만 사용하도록 설정했는데 여기까지는 그나마 참을 수 있어서 지금까지 왔다.

 

그러던 것이 이탈리아계 앱 개발사인 Bending Spoons가 22년 에버노트를 인수하면서 뭔가 사달이 나기 시작한다.

 

미국에 뿌리를 둔 회사였음에도 미국 주재 종업원 전체를 해고하고 유럽 인력만을 남기더니 연이어 몇 차례 요금제를 급격히 올렸다. 개인요금의 경우 월 1만 원 정도를 부담해야 한다.

 

어째 요즘 자꾸 상위 요금제 안내를 수시로 팝업으로 띄우는게 수상하다 했더니만 이젠 한 술 더 떠 올해부터 무료사용자는 노트의 숫자를 '50개'로 제한했다-500개도 아니고 50개다!!! 나만해도 10년 넘게 사용하면서 이미 몇천 개의 노트가 있는데 이젠 더 이상의 노트 추가가 불가능하다. 유료 개인구독자가 되던가 싫으면 나가란 말이다. 더러운 이탈리아 놈들 같으니라고..ㅠ

차라리 비싸더라도 한방에 큰비용을 받는 구조면 고민해 볼 텐데 어쩌다 몇 개의 정보를 올리거나 이미 쌓인 데이터를 검색만 하는데 매달 1만 원은 오히려 부담이다. 스크리브너 같은 장문의 저작도구를 이미 갖고 있고 애플 메모나 MS의 원드라이브, 드롭박스 같은 클라우딩 서비스도 충분하고 무엇보다 그사이 생겨난 비슷한 기능의 유사 문서공유 플랫폼이 넘쳐난다.  

어제 잠시 옮겨갈 곳을 고민하다 'Notion'으로 결정했다. 이것도 언제 또 안면을 바꿀지 알 수 없지만 현재까진 위에 언급한 에버노트의 장점을 거의 다 갖고 있다. 무엇보다 손쉽게 에버노트의 기존 노트들을 옮겨올 장치까지 이미 준비되어 있다. 등을 떠밀며 나가라는데 더 이상 미련이나 망설일 이유도 없다.

에버노트의 노트들을 열심히 Notion으로 옮겨오는 중

분명한 것은 나같은 이탈자가 제법 나오고 있다.

 

에버노트. 그동안 잘 사용했으니 고맙기도 하고 큰 불만은 아니지만, 어디 얼마나 잘 되나 보자.

오늘부턴 내겐 '네버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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