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4.1.8.
연말연시다 보니 세무 관련한 안내를 위해 회사에서 고객들에게 단체문자 메시지를 보냈는데 이게 읽는 이마다 달리 해석하는 통에 문제가 생겼다.
"2023년 이전에 개설한 계좌의 경우 어쩌고 저쩌고.." 뭐 이런 내용이었는데 글쓴이의 의도와 상관없이 23년 '이전'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가 갈렸기 때문이다. 23년 이전이니 22년까지를 의미한다는 사람과 23년을 포함하는 말이다로 의견이 나뉘었다.
용례가 비슷한 '이상/이하'는 국어시간이 아니라 수학(산수) 시간의 문제로 나오는 바람에 그나마 의미를 분명히 알고 있다. 예를 들어 '10 이상/이하'는 10을 포함하는 말로 알고 배웠고 그렇게 문제를 풀었다. 10을 포함하지 않는 의미로 쓸려면 10 초과/미만으로 써야 한다는 것도 함께 말이다.
하지만 이전/이후는 이상할 정도로 명확히 개념을 잡고 쓰지 않았다. 전후가 주는 어감상 오히려 기준을 포함하지 않는 의미로도 자주 사용했다.
결론적으로 답은 한자어 이(以)에 달려있다. '이'라는 문자가 붙은 경우에는 이의 기준점이 되는 수량 또는 시간을 포함하고 이(以)라는 문자가 붙지 않는 경우에는 기준점을 포함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예를 들어 "지금 이전의 나는 많이 달랐다"라고 자주 쓰곤 하는데 지금이라는 현재를 포함하는 말이라 앞뒤가 모순이 된다. 차라리 그냥 "예전엔 지금과 많이 달랐다" 정도로 두루뭉술하게 표현해야 한다.
결국 '23년 이전에 개설된 계좌'의 의미는 23년 12월 31까지 개설된 모든 계좌를 말하는 것이었다. 결국 글 쓰는 사람이 23년 '이전'이라고 쓸지 23년 '전'이라고 쓸지 엄밀히 판단해 써야 한다.
따라서 읽는 사람의 혼돈을 최소화하려면 차라리 이전/이후를 '까지/부터'로 바꿔 쓰는 것이 배려가 될듯하다. "8일 이전에 오세요"를 말하고 싶으면 "8일까지 오세요"로 "내일 이후 영업합니다"는 "내일부터 영업합니다"로 라고 바꿔 쓰는 게 보다 직관적이다.
한자어가 너무 많은 우리말의 타고난 숙명이다. 그래서 아직 훈장이 필요하고 훈장질이 유효하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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