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그리고 자주 보면서도 늘 관심 있는 내용 중에 하나가 '혈액형으로 알아보는' 뭐 이런 기사이다.
사람을 몇 종류의 타입으로 구별해 말한다는 것에 그리 동의하진 않는다. 특히 같은 해에 태어난 사람을 띠로 묶어서 싸잡아 말 띠는 어떻고 뱀 띠 사람들은 어떻고 하는 것은 거의 코미디에 가깝다. 그런 의미에서 사주팔자라는 것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통계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던데 어떤 통계학을 썼는지 들은 바 없으며 통계가 쓰였다면 전형적인 통계의 오류다.
하지만 혈액형의 경우 조금 생각이 다르다. 물론 이 역시 사람을 네 종류의 범주로 나누어 생각하는 구조는 같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혈액'이라고 하는 쉽게 호환되지도 변하지도 않는 철저히 유전에 의존하는 바이오 아이덴티티를 그룹핑하는 것은 사주팔자나 띠로 사람을 묶어 생각하는 그것과는 분명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분석하는 사람에 따라 어쩌면 이리 잘 맞을까 싶기도 하고, 이건 좀 아니다 싶은 내용도 있다.
오늘 서핑중에 읽은 역시 '혈액형별 어쩌고'의 내용이다. 무려 십여 가지 이상의 관점에서 본 혈액형별 차이점이라는 내용인데 아래는 그중 정말 맞다 싶은 내용이다.
6. 시간을 지키는 태도
(1) 시간을 잘 지키는 O형
O형은 대체적으로 시간을 잘 지키는 편이다. 그러나 늦게 가도 괜찮다고 생각하면 한없이 늦어진다.
(2) 시간을 엄격하게 지키는 A형
A형은 약속시간에 늦겠다고 생각하면, 뛰어서라도 도착한다. 시간을 엄격하게 지키는 A형은 친구가 약속 시간보다 늦으면 화를 내기도 한다.
(3) 시간을 잘 지키지 않는 B형
약속시간에 늦게 가는 일이 많다..
(4) 시간을 정확하게 지키려는 AB형
AB형은 시간을 매우 정확하게 지킨다. AB형은 약속한 시간보다 빨리 나오는 사람이 많다.
이런 혈액형별 특성이 생겨난 이유들을 혈액형이 생겨나게된 조상의 기원이 다르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 유전에 의존하는 혈액형이다 보니 조상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고, 실제로 특정 지역과 시대별로 혈액형의 구성비가 차이가 있다.
역시 재미의 수준을 넘을 수 없지만 혈액형의 조상을 통해 이들의 성격적 특질이 왜 다를 수 밖에 없는지 이해해 보자.
■ 혈액형의 조상
(1) 전사의 피를 받은 O형
아메리칸 인디언, 태평양의 원주민 등은 거의 O형인데, 이들은 다른 부족과 싸움을 하며 긴장 속에 지내 왔기 때문에 전사가 조상이었으리라는 가정을 할 수 있다. O형은 목적이 정해지면 기회를 노리는데, 이것은 전사가 지는 특징이다.
(2) 농경민족의 특성을 받은 A형
농경민은 집단생활과 정착을 전제로 하여 질서를 중요시하며, 농업을 위한 자연 관찰을 정확히 하므로 A형의 성격과 비교해 조상으로 가정해 볼 수 있다. 집단 속에서 질서를 지키며 살아가는 A형의 성격은 농경민의 생활에 적합한 것이다.
(3) 초원의 유목민을 조상으로 하는 B형
대초원에서 수렵이나 유목을 생업으로 하던 사람들은 자유롭게 살 곳을 정해가며 살았던 것 같다. B형의 틀에 박히지 않는 성격등으로 이들이 조상인 것 같다.
(4) 인류 성장에 따라 발달한 AB형
인간의 본능적인 기질을 탈피해, 보다 인간적이고 문화적인 기질을 숭상하는 AB형은 인류의 발달과 함께 성장해 왔다. 사회성이 부족한 아메리칸 인디언에는 AB형이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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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4.1.19.
요즘은 혈액형이 아니라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가 열풍이다. 내가 처음 MBTI를 접한 것은 약 15년 전이고 회사 지원으로 하루짜리 강사양성 과정까지 다녀왔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몹시' 회의적이었다. 진단을 위해서는 모 협회의 진단지로 부르는 두툼한 설문지를 유료로 구입한 후 장시간의 진단시간을 필요로 했다. 또한 INFJ 뭐 이런 영문조합의 16가지나 되는 패턴으로 결과물이 나오기 때문에 '누가 이걸 이해하고 서로의 성격유형으로 쓸까?' 하는 실용적 측면에서 의문이 있었는데 이젠 어느 정도 해결된 것 같다.
어차피 재미삼아들 하는 진단이라 간편한 몇 개의 질문으로 요약한 진단 앱이나 설문지가 등장했고, 젊은 친구들을 중심으로 성격유형 16가지를 숙지하는 게 유행이 되다 보니 일부러 알려주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들 유형을 이해했다.
'너 T야?'
MBTI 대분류 중 T와 F를 가지고 T의 이성적 사고 선호 성향을 빗대어 원리 원칙과 비평을 좋아하는 사람을 비꼬듯 말하는 '대중적' 유행어가 되었지만 그 쓰임이 적절하지 않은 데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잰 성격이 왜 저리 까칠해?"
"응. T라서 그래" 얼핏 맞는 말처럼 보이지만 사실 똑같은 말로 질문과 답을 반복하는 무한참조의 대화이다.
"잰 왜 부자야?"
"응. 돈이 많아서 그래" 이것과 동일한 말이다.
부자의 여부와 얼마만큼 부자인지가 궁금한 것인데 쥐뿔도 없는 것이 스스로 진단해 '부자'라고 나오면 이후로 그냥 부자로 사는 것과 같다. 즉 남이 보는 내가 아니라 스스로를 판단하는 진단이다 보니 본인이 생각하는 내 성격 혹은 보여주고 싶은 성격이 결과물로 나오게 된다.
대표적으로 연예인 유재석은 스스로를 'I'라고 하지만 적어도 그에게서 보이는 생활 대부분은 누가 봐도 'E'다. 설사 그가 실제 I라 하더라도 그를 만나고 경험하는 사람 모두가 E로 느낀다면 그것은 잘못된 진단이 되고 마는 것이다. 많이 양보해 본인의 선택이 맞다 하더라도 적어도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의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없다. 같은 선택을 하더라도 사람마다 기준이 다른데 기준점 없이 양자택일만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부자 혹은 거지 양자택일 밖에 없는 질문에서 유재석에게 '당신은 부자인가요?' 란 질문을 하고 그가 '아니요'를 답한 후 이후 "난 가난한 사람입니다"라고 말하고 다닌 들 누가 그를 가난한 사람으로 보겠는가? 결국 원인과 정도를 측정하는 '진단'이 아니라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다 보니 진단이라는 말부터 난센스가 된다. 아픈 사람에게 설문을 하고 스스로 병명을 정하게 하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글이 돌아왔지만 그래서 MBTI가 왜 만들어졌는지 시대적 배경에서 시작해야 한다. 개발자인 마이어스(딸)와 브릭스(어머니)는 둘 다 소설가로 심리학과는 관련이 있는 사람들도 아니었고 2차 대전 중 군수산업 등 여성노동 수요가 커지자 그들에게 적절한 직업을 연결할 목적으로 1944년 개발되었다. 즉 (내가 생각하는) 성격은 이러하니 적당한 직업을 추천해 달라는 어필용 '자기 보고형' 검사일뿐이었다.
한때 관심이 있어 남들보다 일찍 접했으나 실익이 없다 판단해 놓았던 분야가 요즘 들어 갑자기 붐을 일으킬 때의 당황스러움이 제법 있다. 여전히 농담 따먹기 수준의 영역에서 오고 가는 용도로 쓰일 것이라 큰 문제는 없지만 혹시나 자녀의 적성을 판단하거나 하는 일 같이 중요도 있는 지점에 쉽게 오남용 되지 않기 바란다.
차라리 유전으로 고착된 혈액형이나 태어난 시기에 따라 운명적으로 결정되는 띠나 별자리가 차라리 더 주술적(?)으로나마 쓰임이 높을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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