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4.1.24.
지난 주말 어머니 생신이라 댁 근처 식당에 가족들이 모여 점심을 함께했다. 얼마 전 동생네가 오래된 K5를 처분하고 전기차를 샀다길래 테슬라를 산건가 했는데 주차장에 선 녀석을 보니 폭스바겐의 ID4였다. 출시된 지 제법 되었으니 그간 신뢰도가 있을 모델이긴 하지만 디스크가 아닌 드럼 브레이크 채용으로 호사가들 사이에 왈가왈부가 있긴 했다.
운전석에 잠시 앉아보니 고급감은 덜 하지만 깔끔한 실내 레이아웃과 시원스러운 파노라마 선루프가 개방감이 좋았다. 배터리가 60% 정도 남은 상태였는데 잘못 본 것인지 모르겠지만 주행가능거리가 500킬로 가까이 떠 있어서 방금 고속도로 주행을 마치고 돌아온 높은 전비 상태를 반영하고 있는 것같다. 보조금도 받았고 앞으로 저렴한 충전비용으로 오랫동안 동생네 발이 되어 줄 것 같은데 어제오늘 같은 영하 15도 추위에 잘 버틸지 모르겠다.
오늘 울산에서 안타까운 전기차 사고가 또 있었다. 처음 있는 일은 아니지만 출근길 회사원 한 명이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영하의 기온에 미끄러져 교각을 들이받은 것 같은데 바로 폭발로 이어져 미처 탈출을 못한 채 그리된 것이다.
울산사람들 말로는 사고지점이 소방서에서 불과 1분여 거리라 정신을 잃었다 하더라고 내연기관 차량이었으면 분명 살릴 수 있는 사고라 하니 안타까움이 더 하다.
보통 전기차엔 4~500kg에 해당하는 막대한 양의 고밀도 배터리를 싣고 다닌다. 차량무게의 압도적 비중이다. 여러 보완책이 있긴 하지만 무슨 이유로 배터리 셀 한 개라도 내구 한계를 넘어 폭발이 시작되면 소위 열폭주가 일어나고 순식간에 전체 배터리로 번지며 큰 폭발과 화재로 진행되어 전체를 다 태울 때까지 달리 끌 방법도 없다. 수조에 담그는 진압 방법 역시 안전하게 전부를 다 태우는 방식이지 끄는 방법이 아니다.
슈퍼카 수준의 제로백이 누구나 필요한 것은 아니니 구동능력 보다는 대부분 저렴한 충전비용과 유지비용에 끌려 전기차를 택하게 되는데 심심치 않게 반복되는 전기차 화재는 우습게 볼 내용이 아니다.
한 번의 주행거리로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나가 아니라 안전한 배터리의 등장 이전까지는 전기차의 말로가 그다지 밝지 않은 이유이다. 내연기관 차량도 불 잘 나지 않냐 하지만 화재의 진행과 대응 방법 그리고 시간여유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차라리 폭발에 상대적으로 안전한 수소차가 대안일 수 있겠는데 발전 속도가 너무 더디다.
최근 우리 아파트에도 전기차 충전인프라가 속속 늘고 있다. 전용 충전 구역에 택시 몇 대 말고는 늘 자리가 있는 걸 봐선 그리 차량이 많지도 않은 것 같은데도 여기저기 충전 아웃렛 설치가 붐이다. 집과 사무실 모두 100% 지하주차장을 이용하다 보니 지나친 노파심이고 한 번 일어나면 크게 차이가 없을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파란색 번호판 주변엔 절대 주차하지 않는다.
어디 부상을 입는 정도가 아니라 미사일을 맞는 수준이니 전기차 모시는 분들. 제발 안전히 다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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