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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의 오늘

[2008.8.21] 너무 흔해진 USB 저장장치. 이제는 공해다.

by 오늘의 알라딘 2024. 2. 1.

컴퓨터에 USB포트가 등장했을 때 참으로 그 획기적 아이디어에 감복했었다.

동일한 포트를 이용해서도 무궁한 확장을 제공하겠다는 그 선구적인 아이디어야 말로 지금의 컴퓨팅 환경을 한 걸음 발전시키는데 큰 공이 있다. 그 많은 USB 관련제품 가운데 역시 최고의 히트제품은 USB메모리라 불리는 이동식 저장장치이다.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이 얼마였는지 이제는 기억도 안나는 플로피디스크를 사용한 것도 불과 얼마 전의 일인데, 예전 하드디스크이상의 용량을 이제는 휴대폰에 매달아 달랑거리며 들고 다니는 세상이니 변해도 너무 변했다.

게다가 그 용량 역시 불과 몇 백 MB수준에서 1GB짜리가 나오더니 이제는 2GB 제품이 주류이다. 이 정도면 웬만한 영화 두세 편이 충분히 저장되며, 일반의 사용자라면 본인의 거의 모든 개인 자료를 넣을 수 있는 수준이다. 가격도 불과 몇 만 원이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고상한(?) 판촉물로도 바로 이 USB메모리를 주는 경우가 흔하다.


나 역시 열쇠지갑에 매달고 다니는 1GB 메모리 이외에도 늘 가방 안에 2GB짜리 두 개와 함께 20GB짜리 PMP와 120GB짜리 외장하드 디스크를 들고 다니니, 항시 소지하고 있는 메모리만 145GB이다.  아참! 카메라의 메모리(2G)와 MP3(1G)를 제외하고도 말이다.

 

아마 개인이 소지하고 있는 저장장치 용량의 크기가 부의 척도가 된다든지 지식의 보유량으로 평가받는 시대가 올 것이다라고 말한다면 너무 오버일까? - 하긴, 저장장치의 크기보다는 저장된 콘텐츠의 질이 늘 중요하다.

이제는 어디에 저장할 것인가가 문제가 아니라, 어디에 저장했는 지를 찾는 것이 문제이다. 흔해진 USB 메모리, 어쩌면 공해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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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4.2.1.

 

USB 메모리로 통칭되는 휴대용 저장장치들이 이제 한계에 닿은 느낌이다. 보통은 128GB의 용량에 3~4만 원 정도에 판매되는 것이 보통인데 더 큰 용량을 만들려면 왜 못 만들겠냐만 더 이상 용량을 키울 이유가 별로 없다.

 

일상의 영역에서 USB메모리에 많은 용량이 필요한 부분은 내비게이션 맵 데이터나 주행영상, 카메라 메모리 정도인데 임시 저장의 역할을 맡은 이유로 128GB이상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CCTV 같이 그 이상의 용량이 필요한 영역이라면 보존성이 나은 하드디스크 쪽이 유지관리에도 용이하다. 

 

그나마도 이젠 저장장치의 흐름이 클라우드로 옮겨가는 추세다. 임시저장이란 용도에서 인터넷 공간 하에서의 수시저장과 디바이스 간의 공유 극대화를 내세운 저장공간인데 초기 그저 그런 이메일 저장공간 정도의 개념을 뛰어넘고 있다.

 

IT기업에 속한 모든 것이 죄다 '구독형'이란 이름으로 매달 삥을 뜯을 궁리에 몰두하다 보니 맛보기를 조금 던져 준 후 더 필요하면 매달 돈을 내란 식이다. 애플의 iCloud를 필두로 MS, Google 들 이런 데는 모두 한통속이다.

 

문제는 이런 유료구독을 피하기 위해 오만군데 클라우드 서비스며 문서공유 플랫폼을 가입해 자료들을 나누어 저장하고 있다 보니 내가 어디에 저장했더라? 가 늘 헷갈린다. 또 어떤 내용은 이미 저장한지도 모르고 두세 군데에 동일한 내용이 들어가 있기도 하다. USB 메모리를 쓸 때와 한치도 나아지지 않았다.

 

나이가 들수록 뭔가 버리지 못하고 소유한 것도, 여기저기 벌려놓은 것도, 또 어디 두긴 했는데 잊고 지내는 것들이 많아진다. 추억이란 흔적이 묻은 것들이라 내내 보관하지만 정작 다시 들여다보지 않으니 보관으로써 의미도 없고 정작 필요로 할 때 막상 찾아 꺼내기가 쉽지 않다.

 

잊고 지내 방치된 휴면 계좌가 있듯 다들 얼만큼씩은 휴면 저장물들이 있으리라. 이러다 세상을 떠나면 남은 기록들은 과연 쓸만한 유산 혹은 누군가의 소중한 추억정도로나마 활용될까?

공연한 쓰레기만을 또 한 줌 쓰고 있는 건 아닌지 자신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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