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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하다 가랑이 찢기/오디오 음악감상

[2008.9.3] 책 한권 소개 - 오디오 도락(道樂) 입문

by 오늘의 알라딘 2024. 2. 7.

오래간만에 오디오 관련 포스팅이다.

아침저녁으로 느껴지는 가을의 기운 탓인지 요즘은 오디오 못지않게 책 읽기에도 열중이다.  물론 그중에는 업무상 억지로 읽는 책도 있지만 짬짬이 읽는 몇 권의 책들은 바쁜 하루의 일과를 정리하기엔 제 격이다.

주로 경영/마케팅/리더십 관련 서적들을 한꺼번에 여러 권을 구입하는 일이 많은데 어제 우연히 손에 쥐게 된 책이 매력이 있다.


일본인 수필가/번역가/음악평론가인 '이시하라 슌'의 신간 '클래식 애호가를 위한 오디오 도락(道樂) 입문' 이 그것이다.
 
고상한(?) 취미에 빠진 남자들의 말로가 대부분 그러하듯 이 양반도 오디오/카메라를 통해 음악과 사진에 대한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다. 비슷한 병에 걸려있는 나를 포함한 많은 남자들이 공통분모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식도락'이라는 말 이외에 처음으로 듣게 되는 전형적인 일본풍 조어의 '도락(道樂)'이라는 말에서 느껴지듯,  한 일본인 개인의 시각에서 글을 풀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어제저녁에 집어든 책이라 내용을 그대로 전하기에는 무리다.)

특이하게 10명의 작곡가(말러, 베르디, 비발디, 바흐, 바그너, 모차르트, 베토벤, 브람스, R. 슈트라우스, 브루크너)들의 음악을 선택했으며 각 장마다 이들과 적합한 특정 오디오 시스템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물론 저자 본인의 경험에서 우러난 다양한 기기간의 매칭도 소개되고 있으니 참고할만하다.

하지만, 일본인 특유라는 표현을 앞에서도 썼지만 거론되는 기기의 종류가 한쪽으로 편향되어 있다는 이미지를 지울 수가 없다.
 
'스테레오 사운드'와 같은 일본 잡지에서 유독 영국제가 별 볼 일 없이 거론되고, 'What! Hi-Fi'로 대변되는 영국 잡지에서는 역시 일제기기가 푸대접받는 것처럼 이 책 역시 기기 편식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물론 철저히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내용이니 모든 기종을 두루 섭렵했다 하기엔 애초부터 무리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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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4.2.7.
 
오디오처럼 고가의 취미 영역에선 매번 기기를 바꾸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나마 중고가 방어가 되는 상황이면 큰 손해 없이 비슷한 체급의 다른 제품을 사용해 볼 기회가 되지만 이것도 한계가 있고 동급들이라 그놈이 그놈인 경우가 많아 힘만 빼는 경우도 많다.
 
그러니 오디오 장비 대신 음반 같은 콘텐츠 쪽으로 관심을 갖거나 이도저도 아닌 어중간한 상황에선 오디오 관련 잡지나 책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오디오를 보며 대리만족으로 취미를 연장하는 수밖에 없다.
 
본문의 책도 그 정도의 느낌으로 집어든 수필 같은 책이다.
 
맛난 음식과 어울리는 소스를 소개하듯 작곡가별 대표곡과 이와 어울릴 오디오를 소개하는 방식인데 실용적 측면에선 작곡가마다 오디오를 바꿔가며 들을 순 없을 테니 무의미한 내용이겠으나, 매일 잡문을 쓰는 입장에서 보면 '도락'이란 표현의 차용과 함께 제법 신선한 접근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 좋은 법이다. 잘 플레이팅 되거나 적절한 식기의 사용이 음식의 맛 자체를 바꿀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면 허황된 생각이지만 '도락'에 어울릴 발상이다.
 
뭐든 가끔은 '데코'와 포장이 중요한 법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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