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끊고 가기'.
써놓고 보니 웃긴 제목이다. 마치 화장실에서나 쓸 것 같은 문장이니 말이다.
아무튼 추석 명절을 앞두고 마지막 출근하는 날이다.
주말로 구성되어 있는 짧은 추석명절에 이어서 3일간의 휴가를 내놓았다. 변변한 여름휴가를 다녀오지 못한 탓에 제주도로의 가을 여행을 계획 중이다. 결국 일주일 이후에나 사무실로 돌아올 계획이니 오늘은 제법 바쁘게 하루를 보내야 한다.
지금껏 진행해왔던 업무들을 정리해서 후배들에게 업무 인수인계도 하고, 사무실 책상도 정리한다는 의미에서 '한 번 끊고'가기가 필요한 상황이다.
늘 사람이 사용하는 공간이지만 책상 위는 언제나 정신이 없다. 이 것 저 것의 필기도구들과 황급히 적어 내려 간 포스트-잍, 언제 받은 것인지 기억도 안나는 거래처 명함들, 보지도 않을 책들 그리고 귀퉁이의 먼지들.
한 번 쯤 버릴 것은 버리고. 정리할 것을 정리하는 것이 꼭 연말 연초가 아니어도 좋을 것이다.
지금은 한 번 끊고 갈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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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4.2.16.
15년은 더 지난 오늘은 책상 위가 좀 나아졌을까?
모니터 가격이 저렴해진 탓인지 일거리가 늘어난 이유인지 알 수 없지만 주식이나 외환 트레이딩을 하는 직원에게만 허락되었던 여러 대의 모니터를 이제는 본사 직원 모두가 사용한다. 거기에 한 두대 씩의 노트북이나 모바일 장비들 때문에 오히려 복작복작하다.
어디서 생겨나 들고온 물건인지 알 수 없는 사물들과 보다만 책들, 유통기간이 2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쓰고 있는 핸드크림까지. 버려야지 하면서도 어느덧 애착인형이 되어버린 그런 것들이 여전하다.
책상밑도 마찬가지. 일년 내내 돌리고 있는 선풍기와 어지러운 전깃줄과 헤드폰, 수시로 신었다 벗었다를 반복하는 크록스 쓰레빠, 마음의 짐인 수험서로 가득한 백팩.
나이 들어 비루해져 가는 신세를 붙잡고 싶은 것인지 새것으로 교환할만한 여유가 없어진 것인지 예전보다 쉬 버리지 못하는 손때 묻은 것들이 많아진다.
얼마 전 '나 혼자 산다' 프로그램에서 이주승이 조부모댁을 방문해 92세 조모의 오래전 사진들을 추려 앨범을 만드는 장면을 봤다. 신기할 정도로 정정하신 노부부의 모습이 놀랍기도 하지만 이제와 지난 사진들의 정리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했다. 떠날 이 보다는 남겨진 이를 위한 아카이브겠지.
생각해 보니 딸아이의 결혼도 8개월이 남았는데 (필요로 할지 모르겠지만) 넘겨줄 사진의 지분 정리를 해야 할 때가 온 듯하다.
이제 정말 '크게' 한 번 끊고 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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