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끊고 가기를 올린 후에 일주일 만에 사무실에 등장했다.
내가 기억하는 사무실 사람들은 추석 명절을 앞두고 분주한 사람들이었는데, 나만 빼놓고 벌써부터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제각기의 일상으로 돌아가 있었다.
생각해 보니 제주도에서 보낸 4일간의 (모처럼 긴) 휴가를 포함해 일주일을 내리 쉬어본 적은 내가 회사 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러니 15년 만에 나에게 준 큰 선물이기도 하다.
태풍 언저리에서 지낸 덕에 내내 일기가 고르지 못했다. 덕분에 몇 군데를 놓치고 말았지만, 몇몇의 장소들은 내게 주는 이미지가 너무도 좋은 것이어서-예를 들면 폐교를 개조한 김영갑 갤러리 같은 곳-시간을 내 관련 글을 포스팅할 계획이다. 제주의 이름난 풍광을 둘러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겠지만, 소박한 해안가 구석의 작은 빵집과 숨바꼭질하듯 숨어있는 자그마한 갤러리들이 오히려 마음에 와닿는 것은 그런 것들에 너무도 익숙지 않게 살아온 탓일까?
그래도, 15년 만에 '한 번 끊기'를 제대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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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2024.2.19.
제주도의 관광지들을 중심으로 오밀조밀 카페들이 들어서 있긴 했지만 저때만 해도 지금의 제주도는 아니었다. 주변과의 어울림은 생각지 않은 기업형 카페가 세련되게 생겨나고 관광지 식당마다 눈퉁이 치기에 혈안이 된, 그런 욕먹는 제주도는 적어도 아니었다.
이젠 출입국 수속의 번거로움만 빼면 일본이나 동남아 국가를 방문하는 것과 비용적으로 큰 차이가 없어졌고 코로나 기간 중에 억눌린 해외로의 수요까지 얹어졌으니 핑계가 필요했던 해외 관광객에게 제주도가 대신 욕받이 무녀가 된 이유도 있다.
다시 한번 꼭 와 봐야지하는 그런 곳이 있기 마련이다. 맛있는 식당도 그렇고 적어도 실패하지 않을 곳으로 기억된 그런 곳 말이다. 과거의 제주는 분명 그런 곳이었는데 아직도 그러냐고 묻는다면 자신이 없다.
팬데믹 기간 중 마지막 제주방문이었던 21년에 '처음으로' 나즈막한 오름을 오르기 시작했다. 오름은 산이나 봉우리를 말하는 제주도 말이다. '오르다'의 의미이니 산을 뜻하는 말 치곤 대단히 직설적이다.
제주에 등록된 오름은 368개이다. 하루에 하나씩 올라도 1년이 더 걸린다.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의 에트나 화산이 거느리고 있는 소화산 수가 260여 개 정도이니 단일 섬에 있는 소화산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많다. 한라산은 단연 오름의 맹주라 할 만 하다.
그래서 분명한 것이 있다면 제주에 대한 세간의 평가가 아무리 바뀐다해도 다리힘이 남아 있을 때 눈이 올라앉는 한라산을 꼭 올라보고 싶다는 버킷 리스트는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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