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휴가 이후에 연이은 출장을 부랴부랴 준비해 다녀오고, 다시 블로그 앞에 앉기까지 열흘이 걸렸다.
사무실 자리를 비울 때면 늘 나로 인해 부서 업무에 공백이 생기고, 도무지 해결책이 안 보여 결국엔 휴대폰으로 수시로 연락이 오는 귀찮음을 감수해야 할 것 같지만
늘 나의 예상은 빗나간다.
나 없이도 회사는 잘 돌아가고, 날 찾아 안달하는 후배도 없으며 휴대폰은 늘 조용하다.
다시 돌아와 앉은 사무실도 마찬가지.
여기저기 업체에서 보내온 찌라시 몇 장과 쌓인 먼지 이외에는 업무 관련 서류도, 결재문서도 없다. 회사는 역시 나 없이도 잘 돌아간다.
한 두명이 운영하는 구멍가게도 아니니 미리 업무인수인계가 이루어지고 대리 근무자를 지정할 뿐 아니라, 업무 역시 파트너십을 갖고 진행되는 것이 많으니 잘 돌아가야 하는 것이 당연하겠다.
그렇다고 전화 한 통 없는 후배놈들이 괘씸하기까지 한건 환절기를 맞아 우울증에 빠진 중늙은이의 히스테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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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4.2.19.
윗사람들이 자리를 오래 비운다고 후배들이 불안해할까? 천만에 만만에다.
'불안'보다는 급한 결재가 필요할 때 '불편'한 경우가 있긴 하겠지만 그가 없음으로 얻는 효용이 훨씬 크기 때문에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 게다가 요즘은 강제로 결재 대행자을 지정 해야 하기 때문에 그 사소한 불편마저도 이제는 없다.
윗사람이 자주 자리를 비우고 눈에 안 보이는 것은 이제 무조건 절대선이 되었다.
정확한 업무목표와 적절한 납기가 지정된 경우라면 시간을 어찌 사용하든 적당히 눈감아 모른척해주는 것도 윗사람 도리다.
살갑게 자주 아는 척 안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살다보니 루틴이 되어 무심히 연락하는 '고빈도 연락러'들보다 그리 나쁜 경우가 아니란 것도 알게 되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란 선현의 가르침이 세대를 관통해서도 여전히 진리다.
근데 내가 없어도 우리집은 잘 돌아갈까? 그냥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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