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이 종로, 집은 삼선교이다 보니 막히지 않는 길로 차를 움직이면 10분이면 출퇴근이 가능하다.
평일 주차지원이 안 되어 차로 출근하기엔 어려운 여건인데, 아침마다 사무실 앞까지 출근시켜 주고 돌아가는 아내 덕택에 '10분 출근'의 여유를 누리며 살고 있다. 회사생활 15년 중 입사 초기 몇 년을 빼고는 오래간만에 누려보는 호사다. 고마운 일이다.
가끔은 가족이 서점이나 문구점 등 시내에 볼 일이 있을 때면 함께 퇴근을 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많이 막히는 안국동이나 혜화동, 종로 쪽보다는 일부러 조금 돌아서 성북동 쪽으로 차를 돌린다.
경복궁과 주변 화랑들의 나즈막한 조명들, 늘어선 청와대 경비대와 엇갈려 지나가는 젊은 여인네의 분주한 재잘거림, 이제 막 사진을 배우기 시작했을 것으로 보이는 어설픈 그립의 카메라쟁이들, 칼국수 집과 어울리지 않은 멋들어진 카페가 서로 나란히 도열한 그 좁다란 길가가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그러다 얼마전 식객의 촬영지인 고급식당 '삼청각'을 돌아 삼선교 쪽으로 산 길을 내려오다, 왼편에 '간송미술관'이라고 써진 안내표지판을 볼 수 있었다.
"간송미술관?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지 않아?" 조수석에게 물어봤지만 반응이 신통치 않다.
'정말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이름인데 어디더라? 간송?' 어디 북한이나 강원도 지방 이름 같기도 하고 아무튼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는 그 상황 그대로 여러 날이 흘렀다.
그러다 오늘 아침 중앙일보의 기사를 보고서야 작년 이맘 때 재미있게 읽은 소설 '바람의 화원'에 소개된 혜원 신윤복의 그림들이 많이 소장되어 있는 미술관인 것을 알았다. 드라마로도 방송 중이고 영화로도 상영을 앞두고 있는 소설 '바람의 화원'에는 많은 수의 그림이 등장하는데 장면마다 소장하고 있는 곳을 바로 '간송미술관'을 적어 두었던 것을 이제야 기억해 낸 것이다.
상설 전시관이 아니다보니 5월에 한 번 10월에 한 번씩만 무료 개방하는 그곳에 소설과 방송 덕에 지난 주말 많은 수의 인파가 몰렸다는 기사의 내용이다.
올 해는 이 번 일요일(10월 26일)까지만 개방한다는 소식이다. ☞ 관련 블로그 보기
이리 좋은 미술관을 집 근처 지척에 두고 이제야 알았다는 것도 한심스럽지만, 이번 주를 넘기면 다음 해를 기약해야 하는 아쉬움이 더 크다.
이 번 주말에 다른 일정이 계획되어 있다. 올 해는 틀린 것인가?
이 글을 읽는 분의 방문을 대신 추천드린다. 따뜻한 가을볕과 함께하는 혜원의 그림들과 성북동 주말 나들이! 생각만으로도 편안해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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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4.2.27.
원래 근처에 살면 더 안 가게 되는 법이다. 집근처엔 사실 찾아보면 낙산공원 같은 핫플이 바로 코 앞인데도 안 찾는다. 광장동에 살 땐 한강공원이 그랬고 아차산에 살 땐 어린이 대공원이 그랬다.
하지만 간송미술관은 해도 너무했다. 글을 쓴 후 15년이 흘렀지만-여전히 그 동네에 산다-아직도 미방문 상태다.
본문엔 혜원의 그림만을 언급했지만 사실 이곳은 국보 훈민정음혜례본이 오리지널로 소장된 곳으로 더 유명하다. 일 년에 며칠만을 개방하는 데다 친절히 누가 언제까지 개방한다 알려주는 이도 없다 보니 늘 한 박자 혹은 그 이상 후에 아차 한다.
날 좋은 봄에 다시금 개방을 하려나?
오늘 들어가 본 간송의 홈페이지는 여전히 '전시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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