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이던가?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인기 코너인 '우리 결혼했어요'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패밀리가 떴다'이외는 별다른 예능 프로그램을 안 보는 편인데, 그날따라 정말 우연히 보게 되었다. 아마도 가을 개편을 앞두고 기존 출연자들을 정리해고(?)하는 차원에서 이별여행이라는 명목으로 마지막 데이트 장면을 방송한 내용으로 기억한다.
그나마 어울리는 커플이라고 생각했던 '앤디-솔비' 커플이 남산타워(서울 N타워)에 올라서 '사랑의 자물쇠'를 걸고 내려오는 꽤나 낭만적인 화면이었는데, 가족들 눈에는 보기 좋았나 보다. 한창 연예인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는 초딩 5학년 딸아이나 가을볕이 그리운 그 엄마나 오래간만에 한 번 남산 나들이에 마음이 통한 것 같다.
누구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건지 모르겠으나-아마도 열쇠장사겠만-남산 타워 주변의 전망펜스에 빼곡히 사랑을 약속하는 자물쇠를 걸어놓는 것이 이제는 어마어마한 벽을 이루는 명물이 되더니 한 편으로는 적잖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첫 번째 문제는 하나 둘 걸리던 자물쇠가 벽이 되다 보니 전망대의 시야를 가린다는 점이다. 하지만 내가 본 바로는 전체 벽면이 아닌 한쪽 벽면에 집중되어 있으므로 키가 아주 작은 사람이 아니라면 전망이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았다.
두 번째 문제는 펜스에 걸린 쇠덩어리 자물쇠들의 무게가 심각할 정도로 안전펜스에 부담을 주고 있단다. 특히 상단의 펜스의 경우 바깥쪽으로 벌려져 있는 형태인데 자물쇠들의 무게가 펜스를 지탱하는데 버거움을 주고 있는 것 같다. 실제로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강철 와이어가 여기저기 보조적으로 설치되어 있었다.
세 번째 문제는 '사랑의 자물쇠'를 걸어놓고는 다시는 풀지 못하게 한다는 구실로 열쇠를 남산 아래쪽으로 던져버리는 사람이 있나 보다. 그러다 보니 전망대 바로 아래에 설치되어 있는 방송용 혹은 통신용 안테나나 주차해 놓은 차량, 지나가는 행인에게 부딪혀서 못할 짓이 되고 있다. 심지어 사랑이 깨진 커플은 자물쇠를 절단한 후에 자물쇠를 통째로 집어던지는 만행을 하고 있어 경고판이 군데군데 서 있었다.
아무튼, 몇 주를 벼른 후에 지난 토요일(11일) 오후에 남산에 올랐다. 케이블 카 탑승위치를 찾지 못해 얼마를 헤매었고, 수많은 인파 때문에 역시 한 참을 줄을 서 겨우겨우 정산에 오른 셈이다.
뭐 꽤 가격이 나가는 식사를 하고, 타워 내 전망대를 둘러보고 한 이런 내용은 생략하자.
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우결의 '솔비-앤디'커플이 구입했던 것과 같은 모양의 자물쇠를 구입해서 빽빽한 자물쇠의 벽 사이에 겨우 하나를 채워 넣었다. 남들이 하니깐 우리도 하자는 이런 걸 별로 안 좋아하는데, 결국 내가 졌다.
그 후로 한 3일이 지났을까? 우리가 걸어놓은 자물쇠가 철거된다는 기사가 떴다.
그중에 하나
"지난 9월 21일 <프런티어타임스>에서 처음 보도 이후 '남산 자물쇠' 조망권 침해의 심각성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서울시가 14일부터 자물쇠를 본격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서울시 남산공원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오늘부터 철거에 들어갈 예정이며 높이 1.8m 철조망 중 1.2m를 남긴 0.6m 높이의 자물쇠를 철거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또한 이 관계자는 "자물쇠를 건 연인들의 반발도 있어 철거를 하되 옆 쪽으로 재설치할 계획이며 아래쪽에 버려진 열쇠들도 CJ 측에 요청해 수거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본지와 최초 인터뷰 당시 남산사무소 측은 N서울타워의 관리자를 CJ라고 했으나 문제가 불거지자 남산의 전체적인 관리를 하고 있는 서울시와 공동으로 시급하게 대책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N서울타워 옆 루프테라스 자물쇠들의 조망권 침해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될 전망이며 관리주체는 철조망이 낮아진 만큼 또 다른 대책을 강구, 무분별한 자물쇠 채우기가 지양되도록 하는 등의 대책이 요망되고 있다"
절묘한 타이밍이다. 이걸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하는 것인가? 걸자마자 철거라니.
그래도 완전 철거라기보다는 이전 설치에 가까운 내용이니 우리의 자물쇠가 어디로 옮겨졌는지 핑계 삼아 한 번 더 남산에 올라야 하나보다. 혹시 다시 풀어서 또 팔아먹진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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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4.2.26.
돈가스 먹으러 아내와는 최근에도 몇 번 갔고 사이클을 타다 보니 국립공원 길로 여러 번 자전거로 오르내리지만 딸아이와 오른 남산은 저 날이 마지막이었던 같다.
다시 읽어보니 사람키보다 높게 선 자물쇠 벽 중에서 1.6미터 이상에 걸어둔 자물쇠를 철저한다는 뉴스었으니 허리춤 높이에 매단 자물쇠라 어디 있을 텐데 몇 번 올라가서도 찾아볼 생각을 아예 못했다. 솔직히 어디쯤에 매달아 놨는지 기억도 희미하고.
사람은 때때로 다신 안 할 미래의 일을 도모하며 현재에 흔적을 남기는 일을 한다.
'졸업하면 몇 년 후 어디서 보자'는 둥, 날짜마저 희미하게 '몇 년 첫눈 오는 날 서울역 앞에서 만나자'와 같은 영화나 드라마의 단골소재가 되는 경우이다. 대개는 어느 한쪽이 그런 약속을 한 기억조차 없다.
남산에 자물쇠 매달기 역시 재미로 남들도 하는 것이니 하는 것이겠지만 결국 자물쇠 파는 사람만 노나는 장사다.
가끔 외국인이 찾는 남산의 장면을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는데 여전히 자물쇠가 가득하다.
자물쇠 장사는 올해까지 몇 채의 집을 올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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