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인터넷을 통해 음악을 듣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아쉬운 대로 MP3플레이어를 앰프에 연결해 본 적은 있었으나 인터넷을 통해 음악을 그것도 클래식을 듣는 것은 아예 상상도 안 했다. 인터넷이라는 '실체'가 없는 소스에 의존해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한 장 한 장 모아 온 CD에 대한 배신이다-어쩌면 '본전' 생각일 수도 있다-또한 인터넷을 이용한다는 것은 어차피 PC를 이용한다는 것인데 PC의 조악한 사운드카드를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거부되어야 할 행위이다.
하지만 시대를 거스를 용기는 없는 것인가? 아님 얼리어답터를 자처해 온 자만심이 이제껏의 생각을 바꿀 핑계거리를 허용하는 것인가? 갑자기 PC-Fi에 관심이 생긴다.
PC-Fi라 하면 PC를 기반으로 Hi-Fi를 즐긴다는 것인데 크게 보면 세 가지 종류가 있겠다.
하나는 PC의 CD/DVD-Rom를 이용하는 것으로 별다른 CD 플레이어가 없는 경우에 유용할 것이다.
두 번째는 PC의 저장 장치를 이용한 방법이다. 하드디스크나 외장장치에 저장된 막대한 음원 파일을 이용하는 것으로 따로 CD를 사모을 일이 없으니 경제성을 극도로 추구하는 방법이다. 일부 마니아의 경우 CD의 손상을 막기 위해 무손실 음원을 추출해서 PC로 듣는 경우도 있다.
마지막으로는 내가 관심있어하는 '인터넷 소스'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무수히 널려있는 인터넷 방송국의 스트리밍을 이용하거나 공중파 수신장치 등을 이용하는 방법이 되겠다. 게다가 최근 캠브리지오디오 등에서 제대로 된 PC-Fi용 외장 DAC(DAC를 설명하기엔 조금 귀찮다. 그냥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 음악 신호로 변환해 주는 장치 정도로 이해하거나 자세한 것은 다른 정보를 찾아보시길..^^)가 출시되고 있어서 PC내장 사운드카드의 조악함에 실망했던 마니아들을 하나 둘 모으고 있다.
다른 동으로 둘러싸인 단지 한 가운데의 아파트 1층인 우리 집은 결정적으로 FM수신이 안된다.ㅠ.ㅠ 주방 쪽에서는 겨우 잡히는데 시스템이 몰려있는 거실에서는 어렵다. 물론 희한한 안테나들을 총동원하면 안 될 것도 아니겠지만 예상되는 케이블 작업과 안테나 위치 잡기 작업들에 엄두가 안 난다.
그러던 중에 해결책으로 생각이 난 것이 PC-Fi이다. 요샌 공중파 FM들이 죄다 유행처럼 인터넷 송출을 하고 있다. KBS의 '콩'이나 MBC의 '미니'를 통하면 언제나 깨끗한 음질을 즐길 수 있는 시대이다. 이런 문명의 이기를 놔두고 먼 길을 갈 필요가 없겠다 싶어 거실에 놓고 사용 중인 HP 노트북에 시험 삼아 연결을 해봤다.
메인 앰프(럭스만 550A)가 아닌 소파 옆의 AV용 서브앰프인 소니 STR-DER597(정말 싸구려다^^) 리시버에 Y케이블을 이용해 임시로 연결해 봤다. 쇼파 옆이라야 다른 컴퓨터 작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선랜을 통해 '콩'을 가동해 본다. KBS 제 1FM, 빙고! 좋다. 음질은 그만두고 왜 진작에 안 해봤을까 싶을 정도로 만족스럽다. 싸구려 앰프가 이 정도이니 럭스만에 물리거나 외장 DAC를 한 번 더 거친다면 정말 만족스러운 FM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이젠 정말 튜너가 필요 없는 시대인가 보다. 잡음걱정이 없으니 이것만으로도 끝내준다
작년 초까지 사용했던 소니 바이오 노트북이 놀고 있다. 인터넷을 주로 사용할 PC-Fi용 노트북은 어차피 고사양일 필요는 없고 무선랜만 되면 오케이다. 기존에 깔려 있는 프로그램들을 모두 밀어내고 PC-Fi 전용으로 세팅해 볼 계획이다.
사족 - PC-Fi도 제대로 하려면 공부 좀 해야 한다. 현재 나의 생각처럼 단순히 인터넷 스트리밍을 들을 계획이 아니라 무손실 음원을 활용할 생각이라면 무손실 음원을 추출하거나 입수할 방법부터 고민거리가 시작된다. 또한 음원을 재생해 줄 PC와 Bobcat이나 Foobar2000 등 플레이어의 세팅, 디지털 신호를 변환해 줄 DAC의 선택과 청취 장소에 따른 앰프와 스피커의 결정에 까지 HiFi 못지않은 고민의 영역이 기다리고 있다. 비용은 말할 것도 없고. 오디오질은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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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4.3.13.
PC-Fi. 네트워크 플레이란 말이 등장하면서부터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말이 되었다.
CD나 LP 같은 정형화된 음원매체를 벗어나 디지털화된 소스를 가급적 무손실 상태로 재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네트워크 플레이와 동일하지만 아직 라이브러리와 플레이어 역할을 하는 PC가 중간 매체로 필요했던 시기였다. 연결방식 역시 유선 케이블링이 보통이었다.
그러던 것이 음원의 저장소 역할을 하는 라이브러리는 별도 외장하드나 NAS, 그것도 아니면 아예 TIDAL 같은 외부 스트리밍 사이트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세분화되었고 플레이어는 PC에서 모바일 앱으로 변화했다. 이를 중간에서 오디오 기기들과 연결해 주는 네트워크 장비가 탑재된 네트워크 플레이어나 DAC가 표준장비가 된 세상에 이르렀다. 당연히 DAC 직전까지의 경로는 이제 모두 무선이다.
특히 최근 삼성의 하만카돈에 인수된 ROON은 아예 네트워크 플레이를 ROON 전용 통신 프로토콜(RAAT)을 이용한 하나의 통합 플랫폼으로 만들어 서비스 중이다.
나 역시 ROON 전용 서버 머신인 뉴클리어스를 쓰고 있다. 이에 연결된 외장 하드디스크에 음원을 저장 중이고 TIDAL 소스를 더해 아이패드로 조작한다. 아날로그의 변환은 웨이버사 시스템즈의 W-DAC의 역할이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쪽의 발전은 어느 정도 한계에 봉착한 느낌이지만 적어도 오디오 쪽 진화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하긴 딱히 변할 게 없어도 케이블 하나만 바꿔도 어떻게 된다고 무궁무진한 마케팅을 펼치는 동네라 끝이란 게 있을 수가 없기도 하다.
나이가 들어도 배우고 따라잡아야 할게 많은 게 도전이 되기도 하고 적잖은 활력소이지만 자꾸 '음악 듣기'라는 본질보다는 장비의 현대화에만 힘을 빼고 있는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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