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등교하는 토요일인 오늘 같은 날엔 오전시간이 모처럼 자유롭다.
새로 들인 소너스 파베르의 크레모나에게 기존의 식구들(앰프, CDP, 케이블)과 사이좋게 지낼 수 있도록 말러 교향곡을 1번부터 9번까지 순서대로 내리 조지(?)면서 에이징을 '징'하게 하는 동안 CD장을 정리하기로 했다.
나름 원칙을 갖고 CD를 배열해온 탓에 뭐 새롭게 할 일은 없지만 1,200장 정도를 보관할 수 있는 CD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최근 영입한 CD들이 산발적으로 꽂혀 있는 것을 손을 봐야 했다.
이쯤에서 나의 CD 정리원칙
0. 쟝르별로 배치한다.
95%가 클래식이니 클래식 - 뉴에이지 - 팝송 - 재즈 - 가곡 - 국악 - 가요 - CCM순이다.
호불호보다는 역시 보유 CD량이 기준이다.
1. 같은 쟝르내에선 영문 철자법에 따른 작곡가 순으로 정리한다.
현재 알비노니(Albinoni)가 제일 앞이고 마지막은 독일의 작곡가 볼프(Wolf, '울프'가 아니다^^)가 자리하고 있다. 작곡자가 뒤섞여있는 모음집의 경우엔 볼프 다음부터 자리를 잡는다.
2. 교향곡에선 협주곡, 실내악, 소나타, 독주, 성악 순으로 사용된 악기의 양을 기준으로 정리한다.
같은 작곡가 내에서는 교향곡 작품번호 순서 대로, 그 다음은 협주곡 순서대로 정리하고 있다.
3. 사용된 악기는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기타현악기, 관악기, 오르간 순으로 정리한다.
같은 협주곡이나 독주곡이라해도 피아노 협주곡이 바이올린 협주곡 앞에 위치하도록 배치하고 있다. 바이올린과 첼로가 함께 사용된 경우엔 당근 바이올린과 첼로 사이에 정리한다. 그리고 가급적 연주자가 같은 CD는 나란히 정리한다.
4. 성악의 경우 합창곡, 솔리스트 순으로 정리한다.
미사곡 같은 합창곡 다음에 파바로티 등이 나오고 사라 브라이트만 같은 팝페라 가수는 맨 뒤다.
뭐 이정도 나름의 사전적 기준을 가지고 있으니 찾기도 다시 복귀시키기도 수월하다.
문제는 부족한 CD 보관장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냐?다. 아직 듣고 싶고 갖고 듣고 싶은 CD가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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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4.3.12.
동일한 수준의 반복된 의사결정이 필요할 때 미리 규칙을 정해놓고 그에 따르는 것을 구조적 의사결정이라 부른다.
굳이 CD를 분류해 정리하기 보다는 그때그때 자주 듣는 것을 몇 개씩 모아 손 닿는데 두고 플레이리스트로 사용하는 사람들이거나 높게 탑을 쌓는 걸 즐기는 사람에게는 필요 없는 말이지만 어떤 앨범을 구입하더라도 직관적으로 여기쯤 넣어두면 되겠다 하고 정리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은 나름의 규칙이 미리 필요하다.
세상사는 일이 어차피 다 선택의 연속이다. 그때마다 어떻하지를 고민하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큰 틀에서 구조적인 틀을 만들어 놓으면 적어도 취향에 맞는 일관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그래서 회사에선 각 기업의 정서에 맞는 핵심가치(Core Value)를 정해놓고 행동양식을 규제하고 있으며, 각종 종교에선 그들만의 도그마나 교리가 이교도나 이단을 결정하는 그런 역할을 맡고 있다. 그것이 분절되어 개인에게는 가치관이 된다.
하지만 복잡다단한 세상이다.
과거에 정해놓은 이런 규정/규칙/가치가 쉽게 꼰대가 되는 지름길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새로운 발전과 변화의 발목을 잡는 장애물이 된다.
결국 적당한 균형과 그걸 무너뜨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유연성. 이 둘이 필요한데 참 어렵다.
휘어지기 보단 부러지는 쪽을 택하겠단 못난 자존심이 세상의 변화를 놓쳐버린 구조적 의사결정에 매몰되는 것은 아닌지?
결국.
음반을 소장하기 보다는 고음질 스트리밍으로 판이 바뀐 오늘엔 칼 같은 규칙으로 정리된 CD들 역시 부질없는 레거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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