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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딸, 하나님의 은혜에게

[2009.2.25] 키보드에 옷 입히기

by 오늘의 알라딘 2024. 3. 26.

얼마 전 서재의 데스크톱 PC를 교체했다. 

아빠가 쓰다가 나중에 네게 물려주겠다는 빛좋은 소리로  "앞으로 이 PC는 '네 것'"이라고 딸아이에게 말한 것이 화근이 되었다.

문구를 몇 가지 구입하면서 키보드용 스티커를 골라서는 너무도 당당히 "내 컴퓨터에 붙일 거"라고 말하는데 뭐라고 말릴 수가 없었다.


자기 딴에는 겨울방학 기간 동안 학교에서 하는 '타자교실'을 다니면서 자판을 외웠기 때문에 자판의 표시가 별로 필요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검은색 키보드에 알록달록 붙인 스티커는 아무래도 안 어울린다. 게다가 몇몇 키보드애는 붙이다 망친 것인지, 아님 원래부터 스티커가 없었던 것인지 검은색의 것 그대로여서 한눈에 보기에도 별로다.

 

그래도 붙인 성의가 있으니 며칠 놔두다가 제거를 종용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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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4.3.26.

 

인류가 개발한 제도/시스템 중에 자연의 그것과 가장 유사한 것이 '상속'이다.

 

DNA를 후손에게 물려주듯 유한한 생을 그다음세대에게 연장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부의 대물림을 가끔 손가락질하지만 그게 재산이든 지식이든 후대에 이어지도록 한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순 없다. 서양 역시 그들의 직업을 대대로 성(姓)으로 사용했고 그 노하우가 쌓여 몇 대째 하는 장인이나 음식점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러니 '네 컴퓨터가 될 거야' 하는 말도 결국 허투가 아니다. 부모의 것이 어느 시간이 흘러 자녀의 것이 되는 것. 그게 자연스러운 것이다.

 

며칠 전 딸아이의 결혼 예물반지를 맞췄다. 우리 부부의 결혼반지를 '상속'키로 한 것이다.

마침 어제가 29주년 결혼기념일이었으니 그 시간 동안 잘 보관(?) 해 오다 이제는 새 가정을 꾸릴 아이들에게 넘겨주기로 한 것인데 새로운 디자인으로 갈아입겠지만 나의 손때 몇 스푼은 함께 넘겨지겠지. 잘 한 생각이다.

 

내 키보드 위에 덕지덕지 스티커 붙이던 애가 이제 부모의 반지를 끼고 새 시대를 맞는다. 

 

이미 부모의 DNA를 물려받아 세상에 나온 아이가 조금씩 추가 상속을 통해 멀어진다. 3단 추진로켓의 역할은 위성을 궤도에 올려놓는 데까지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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