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 남자의 오늘

[2009.3.23] 맘에 꼭든 정통 아메리칸 - Brooks Brothers

by 오늘의 알라딘 2024. 3. 29.

처음 듣는 이름은 아니었지만 국내에 매장을 설치한 지 얼마 안 되는 관계로 Brooks Brothers란 브랜드는 낯설다. 뉴욕에서 1818년에 첫 오픈한 것이 사실이야 어떻든 이역만리에 있는 우리에겐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니 말이다. 

아무튼 보통 기업의 수명이 30년을 넘기기 어렵다는 통계 앞에서 근 200년을 버터온 점 하나만으로도 '전통'있는 명품임을 인정해야겠다. Polo셔츠로 유명한 랄프로렌 역시 이곳에서 처음 일자리를 시작했다는 것 역시 아는 사람만 아는 그들의 역사 중 한 토막이다.

2차 대전을 배경으로 군복 납품 등으로 급성장한 점-아쉽지만 세계 유수의 기업들에게 볼 수 있는 공통점이기도 하다-을 제외하고도 미국 역대 대통령들이 즐겨 입었으며  링컨 대통령이 저격을 당했을 당시 입었던 코트 역시 Brooks Brothers였다는 등의 이야기에서 그들의 제품이 제법 뼈대 있는 집안의 것이라 봐줄 만하다.

너무 클래식하지 않고 트렌디하면서도 슬림한 디자인, 그렇다고 여성미를 강조한 매니시한 디자인이라기보다는 심플하며 솔리드 한 것이 내 취향이다. 좀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Brooks Brothers가 그 취향에 잘 맞아떨어진다.

셔츠하나에 15만 원대가 명품(?) 치고는 비싸다고만 하긴 어렵지만 섣불리 구입하기 쉽지도 않은 가격대다. 다행히 부서의 후배가 마루타가 되어 미리 품질 검증을 완료했으니 믿고 구입해도 되겠다.


지난 주말 여주 프리미엄아웃렛에 들러 8만 원이 조금 못 되는 가격의 셔츠 두 벌을 구입했다. 롯데백화점의 딱 절반 가격이다.
미국 사이즈가 그대로 들어오는 탓에 몸에 Fit 한 셔츠를 선호하는 내게는 도저히 맞는 것이 없어서 캐주얼라인에서 XS(엑스트라 스몰)이라는 비정상적(?)인 사이즈로 겨우 구한 녀석이다. 


미국 홈페이지에는 XS사이즈는 아이예 표시도 없는 것으로 보아 아시아 시장을 겨냥에 별도로 제작한 것이라 추정된다.

 

구입 소감은 일단 너무 맘에 든다. 
- 단순한 폴로셔츠 디자인이지만 적당히 높이감이 있어 재킷 위로 멋스럽게 보이는 옷깃.
- 맞춤복이상으로 몸에 잘 밀착되는 슬림한 디자인.
- 면 100%이면서도 하루 종일 입어도 거의 주름이 생기지 않는 다림질이 필요 없는(이거 죽인다!) 특수한 직조.  
- 적당한 소매길이와 충분한 허리단-이게 짧으면 바지 밖으로 셔츠가 딸려 나와 우스운 모양새가 된다.

Brooks Brothers의 열혈팬 한 명이 더해지는 순간이다.


[글 더하기]

오늘은 2024.3.29.

 

총선이 채 2주가 안 남았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뭘 기준으로 보수와 진보를 나누는지 당최 모르겠다. 보수가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도 모르겠고 진보가 달리 나아간 방향도 없으니 말이다. 그냥 편 가르기 좋게 헷갈리지 말라고 사용된 말 이상이하의 의미도 아닌 듯 보인다.

 

내겐 정치 쪽에선 늘 파란 깃발을 들고 있지만 이를 떠나 성향이란 측면에서 보면 두 가지 측면을 다 갖고 있고 굳이 나누면 보수에 가깝다.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배우는 것에 두려워하거나 주저하진 않지만 그리 즐기지 않고 기왕이면 익숙한 것에 오래 머무르려 하며 한 번 마음에 든 것은 쉽게 바꾸려 하지 않는 그런 성향이다. 식당도 맘에 든 몇 곳을 자주 방문하고 식상하긴 해도 익숙한 장소를 다시 들르고 하는 뭐 그런 식이다.

 

본문의 브룩스브라더스 역시 그런 취향의 사람들이 모여 여기까지 왔으리라. 저 글 이후로 15년간 내 셔츠는 변함없이 줄곧 브룩스브라더스 만을 입었다. 셔츠에서 니트로 점퍼로 확대되더니 몇 해전엔 아내의 트렌치코트까지-크진 않지만 Lady라인도 있긴 하다-선호의 폭을 넓히고 있다. 무엇 하나 눈에 띄는 디자인 없이 투박하기까지 하지만 오히려 질리지 않고 안정된 품질과 그들 나름의 헤리티지가 늘 실망시키지 않는다.

 

최근엔 홈쇼핑에까지 자주 등장해 레어템(?)으로는 다소 식상해졌지만 미국식 된장 뚝배기 느낌이라 이젠 끊기 어렵게 됐다.

 

치명적 매력. 이런 걸 두고 하는 말 아닐까?

과한 분칠로 현혹하지 않아도 본질에 충실한 그것으로 인정받으며 대체 불가능한 영역. 그게 필요하다. 요즘.


❤️ 수익을 위한 글을 쓰고 있지 않습니다. 공감하트/구독하시면 그저 조금 더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