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맡은 과정의 교육 진행이 대구에서 운영 중이라, 일주일간의 출장 끝에 금요일 저녁에야 집에 들어갔다. 이 글을 올리는 순간에도 다시 대구에 내려와 있으니 가족들에게는 정말 미안한 노릇이다.
집에 겨우 체류한 지난 토요일(7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세종 솔로이스츠의 내한 공연인 'Passion'을 관람했다. 정말 오래간만에 제 돈을 다 내고 예매한 고가(?)의 공연이었다. 왜 이런 공연은 초등학생 할인이 없을까? 아쉽다.
늘 그렇지만 한 발 늦은 예매라 R석임에도 불구하고 제일 앞자리의 가장자리만 좌석이 남아 있었다. 연주자를 코앞에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한가운데 좌석이 아니라면, 이 정도의 소편성 연주단의 경우 공연 내내 좌측 혹은 우측 끝 연주자의 엉덩이만 볼 가능성이 있는 위치이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오늘의 자리 역시 콘트라베이스 주자의 튼실한 엉덩이를 실컷 보는 위치다. 이 위치라면 첼리스트는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이번 공연을 선택한 이유 중 80%는 첼로를 공부하는 딸아이에게 첼리스트-모델 뺨치는 세종의 송영훈 같은 연주자는 아내도 광팬이다-의 실제 연주하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인데, 정말 곤란한 좌석을 선택한된 것이다.
악기 편성이 연주곡마다 조금씩 달라서 곡에 따라서는 겨우 첼리스트를 구경(?)할 수 있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지난 95년 쥴리어드음악원/예일대 교수인 강효 교수에 의해 설립된 세계최고 수준의 앙상블인 '세종 솔로이스츠'는 리처드 용재 오닐, 송영훈 등 한국인 혹은 한국계 젊은 연주자를 중심으로 강교수의 제자들과 함께 뉴욕에서 창단되었다.
창단 15주년을 맞아 발매한 'Passion' 앨범과 같은 제목의 공연을 통해 그간 100여 개국 350여 회의 공연을 통해 얻어진 명성이 허투루가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이번 연주의 메인곡인 피아졸라의 4계는 조금 오래전에 [오늘의 음반] 블로깅을 통해 소개한 적이 있는 곡이었다. 한마디로 쉽지 않은 탱고풍의 곡이다.
‘겨울'의 아름다운 멜로디 조금을 빼 놓고는 연주를 처음 듣는 사람이라면 톱으로 쇠파이프를 갉아내는 소리 비슷한 것을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니 기괴하다고 느끼기에 딱 적당한 곡이다-대부분 '겨울'에 다가가기 전에 음반을 들어낼 테니 그 아름다운 멜로디를 들은 사람도 별로 없다 하겠다.ㅋ
하지만 음악을 음반이 아닌 공연으로 실제 관람한다는 것이 주는 의미가 정말 큰 것이 그 어려운 피아졸라 곡이 너무 좋아진다. 예술의 전당 음반점에서 구입한 'Passion'을 집에 와서 들을 때에도 방금 전 공연장의 그 감동을, 연주자의 그 열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음반의 소중함을 깨닫기 위해서라도 자주는 어렵겠지만 합창단석이라도 구입해서 가끔은 연주장을 찾는 노력이 필요할 때다.
사족 - 인터미션 시간에 아내가 좋아하는 첼리스트인 '송영훈'을 눈 앞에서 볼 수 있었다. 공연장과 연결된 계단 앞이다. 헌칠한 키에 호리한 외모, 왁스로 멋스럽게 손질한 헤어스타일, 광택 있는 구두. 무엇하나 매력적이지 않은 구석이 없는 그이기에 사인이라도 한 장 청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마침 펜이 없었다. 제길~
예술의 전당외에 다른 지역의 공연이 추가로 예정되어 있고, 올 12월에는 길 샤함과 함께하는 세종문화회관 공연이 계획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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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4.3.28.
공연자를 복도에서-비록 스치듯이지만-목도할 수 있는 기회가 몇 번이나 될까? 그 우연한 기회가 인연이 되어 첼리스트 송영훈은 그가 지난 15년부터 폐지된 최근-3월 3일-까지 주말마다 진행한 KBS 클래식 FM의 '송영훈의 가정음악'으로 연결되어 애청자로 살았다. 음악 듣는 시간이 주로 주말 오전 밖에는 여유가 없음을 생각하면 그에게 할애한 지분이 상당했다.
중간에 일년 반 남짓 폐지된 적도 있고 내내 진행하는 솜씨가 그리 늘지 않은 듯했으나 은근히-때로는 노골적으로-첼리스트 진행임을 과시하듯 내가 좋아하는 첼로 곡들이 많이 선곡되었고 무엇보다도 '송영훈의 가정음악'의 시그널 뮤작만 들으면 29년 전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던 날, 신혼여행지였던 사이판 공항으로 매번 나를 이끌었다. 그래서 좋아했다.
바로 Claude Bolling의 플루트와 재즈 피아노를 위한 모음곡 중 〈Irlandaise〉
1995년 3월 25일. 인천 출발 대한항공이 사이판 공항에 도착했을 때 기내음악으로 흘러나왔던 곡이다.
누구에게나 과거를 회상하는 트리거가 될 음악이나 영화 같은 것들이 하나쯤 있겠지만 내게는 사랑하는 사람과 온전히 시작한 그날의 그 음악이 그것이다.
내 글을 읽는 사람 모두도 기분좋은 곡으로 하루 또 기억에 남기는 시간들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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