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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하다 가랑이 찢기/오디오 음악감상

[2009.4.28] 오디오파일 변론 - 왜 바꿈질을 할 까?

by 오늘의 알라딘 2024. 4. 16.

결론적으로 새것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다.

늘 같은 물건에 대해 싫증을 느끼는 정도가 사람에 따라 사뭇 다르겠지만 뭔가 색다른 것에 대한 호기심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결국 선악과의 호기심을 이기지 못해 시작된 아담과 하와의 원죄로까지 바꿈질의 역사는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을 것이고 결국 바꿈질은 인간의 '본능'에 해당하는 영역이다.


하긴 예전 것에 늘 만족하고 안주하는 삶이라면 새로운 발명도 새로운 창작도 요원한 말이다.

망가지기 전까지는 그대로 사용한다는 '자린고비'들만 있다면 도리어 우리의 생활은 10년 전 20년 전으로 고정된 궁핍한 삶을 살 것이다. 때문에 배우자를 수시로 바꾸는 등의 법이나 사회통념상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병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적당히 장려(?) 해야 한다. 그래야 적절한 소비도, 물류도 발생하는 것이니 경제학적 접근으로 봐도 바꿈질은 '절대 善'이다.


바꿈질을 변호하기 위해 말이 좀 돌았다.


이 세상의 재화 가운데 가장 손바꿈이 많은 물건은 이제껏 '카메라'라고 생각했다.

역시 만만치 않은 동호인과 동호회, 다양한 제조업체와 복잡 다단한 라인업과 악세서리. 그렇다고 자동차처럼 도저히 엄두가 안 날 정도는 아니면서 적당히 바꿈질이 욕구를 자극하는 고가의 제품들. 바꿈질에는 카메라가 제 격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오디오라는 신세계를 몰랐을 때의 일이다.


카메라 메이커라 봐야 니콘, 캐논 등의 메이저 두 개사와 라이카나 콘탁스 같은 하이엔드 레벨 몇 개, 거의 시장이 죽어있는 중형 카메라를 포함시켜 봐야 나름 바꿈질 영역에 서 있는 업체 수는 한 사람의 손가락이면 거의 꼽을 수 있다.

게다가 카메라는 바디와 랜즈 하나면 기본 조합이 끝나는데다 (그 외는 다 옵션인 셈이다) 랜즈群이라고 한들 바디에서 허용하는 호환 랜즈를 벗어날 수 없으니 한 번 메이커를 결정하고 나서는 바꿀 수 있는 랜즈군 역시 그것으로 끝이다.

결국 할 수 있는 것은 메이커 내에서 상위 바디로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하는 것과 호환 랜즈군의 구색을 갖추는 일 뿐이다.  이게 싫다면 극단적인 바꿈질이지만 모든 장비를 포기하고 새로운 메이커로 투신하거나 별도로 새로운 메이커의 장비를 갖추는 경우가 있겠다.


자 이제 드디어 오디오로 넘어오자.


카메라와 비교되는 부분으로 오디오의 바꿈질을 이끌어 내는 動因은 바로 뭐니 뭐니 해도 거의 무제한적인 '호환성'이다. A라는 업체의 스피커가 있다 치자. 이 스피커에 연결할 수 있는 앰프의 제한이 있는가? 현실적으로 없다. 선호하는 소리의 호불호와 구동력이라는 또 다른 한계는 있겠으나 이 세상이 만들어 낸 앰프라는 앰프는 모두 '연결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

사실 앰프라는 것도 납땜질 좀 했다 하는 '공돌이'라면 회로도 한 장과 부품 몇 개로도 조악한 놈 하나는 양산할 수 있는 물건이다. 이런 물건까지 공공연히 장터로 올라오는 시장이 오디오 시장이다. 카메라에서 자작 랜즈를 만들었다는 소리를 들었는가? 오디오에서 자작 앰프는 이제 지겨운 수준이다. 


앰프만 봐도 그렇다. 지조있는 파워 앰프라면 제 짝의 프리 앰프만 쓸 수 있도록 해야 할 텐데 전혀 다른 업체의 프리 앰프와의 불륜(?)에서 더욱 좋은 소리를 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기에다 소리의 음원을 제공하는 소스 역시 LP, CP(SACD), DVD는 기본이요 최근 득세하고 있는 PC-Fi나 인터넷 스트리밍 음원들까지 포함할 경우 소스-앰프-스피커로 대변되는 오디오 조합의 수가 거의 무한에 이른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음반 매체를 감안할 경우 무수한 장르의 무수한 레이블을 통해 무수한 연주가에게서 생산되는 음반과의 매칭을 감안하면, 하나의 시스템 조합으로 주야장천 음악을 들었다 하는 사람이 과연 음악 자체에 관심이 있을까 싶다. 그저 BGM의 용도가 아니었을까? 


게다가 케이블이라는 오디오만의 독특한 악세서리 시장을 더해 보자.  보통 사람에게는 그저 그렇거나 조금 평가를 해줘서  '두꺼운 전깃줄'에  불과한 케이블의 종류만도 파워 케이블, 인터 케이블, 스피커 케이블로  나누어질 뿐 아니라 각 각의 소재와 메이커에 따라 오만가지 종류가 춘추정국시대를 방불케 하고 있다.

이런 다양한 상황의 다양한 상태의 '음악'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바꿈질을 뭐라 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음악은 공산품이 아니다.


흔히들 '오디오'를 하지말고 '음악'을 하라고 점잖은 충고를 한다. 하지만 이는 맘에 드는 오디오가 아니고서는 맘에 드는 소리가 나올 수가 없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없이 살 때는 싸구려 리시버에서 나오는 잡음 섞인 FM으로도 그리들 행복하지 않았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다. 당연하다. 그땐 그 리시버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고 다른 대안을 생각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으므로 그것으로 족했다.


또한 오늘날에도 몇 십 년이 훨씬 지난 빈티지에 흠뻑 빠져 사는 사람도 허다하다. 그럼 그 사람은 바꿈질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천만에 콩떡이다. 빈티지 역시 빈티지 나름의 바꿈질 계보가 있는 법이고 어이없는 가격표가 붙어 있는 빈티지 역시 무수하다.   


여기서 오늘 쓴 글의 처음에 결론으로 미리 제시한 내용을 다시 한 번 보자.


오디오의 바꿈질은 '새 것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다. 그렇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데  '새것'이 New One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Different One'의 의미라는 것이다.


따라서 오디오의 바꿈질은 이제껏 자신이 경험에 보지 못한 소리에 대한 '도전정신'의 발로이며 자신이 진정 추구하고 목말라하는 음악의 정수를 발견하고자 하는 '창조성'의 표현이다. 또 수많은 매칭 실패를 딛고 일어서야 하는 '불굴의 의지'의 표상이다.


바꿈질은 병이 아니다.

예술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예술'하고 있다^^


* 사족 -
당연한 말이지만 바꿈질을 할 경우에는 반드시 한가지씩 진행해야 한다. 그래야 바뀐 기기의 영향을 확실히 알아차릴 수 있다. 하지만 이 번 경우엔 인티에서 분리형 앰프로 가는 경우였기 때문에 할 수없이 프리/파워가 새로 생겨난 경우다. 소리가 맘에 들 때는 상관없지만 반대의 경우엔 이게 프리 때문인지, 파워 때문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게 된다.


[글 더하기]

오늘은 2024.4.16.

 

블로그에 올리기엔 꽤 긴 글을 썼었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 많았었겠지?

15년 전 생각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으니그래서 더하는 글은 짧게 줄인다.

변한 건 오디오 말고도 이젠 더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아졌단 사실뿐.

그저 바꿈질의 대상이 바꿈질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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