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면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물론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에 한해서이다.
예전에 공부할 때는 워크맨을 귀에 꽂거나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를 들으면서도 할거 다 하고 살았다. 집중도는 조금 낮았을지 모르지만 긴 시간 지루하지 않게 공부하는 데는 이만한 게 없었고.
회사에서는 음악을 들으며 일을 할 수 없을까?
혹 자영업을 하거나 음악 관련한 일을 하거나 프로그래머 개발자처럼 아웃풋만 낸다면 개인이 뭔 짓을 하건 상관없는 직업에 종사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나처럼 백여 명이 바글바글 한 층의 열린 공간 속에 살아야 하는 대기업 직원들은 해결하기 어려운 숙원 사업이다.
그러니 별도의 스피커를 올려놓는 일 따윈 애당초 글러먹은 일이다. 결국 쓸만한 이어폰 하나 구해서 짬짬이 상사 눈치 보면서 컴퓨터 음원이나 CD를 몰래몰래 듣는 수밖에 없다. 헬스클럽용으로 아내에게 사줬던 이어폰을 며칠 전에 들고 나와서 'KBS콩'으로 1FM을 듣고 있다.
작은 문제가 있다면 소니 EX Monitor시리즈 이어폰에 있다.
MDR-EX85LP 모델인 이 이어폰은 중후한 중저음의 음질은 썩 마음에 드는데 완전 밀폐형이라 사용 중에는 주변 소음이 전혀 들리지 않아 세상에 뭔 일이 났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전화벨 소리도 잘 안들리는 것은 물론이고 윗 분들이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해 옆 자리 후배가 책상을 두드려 알려준 적도 몇 번 있다. '이러다 짤릴라!' 싶기도 하지만, 일하면서 즐기는-그것도 몰래 즐기는-음악에 나름의 쾌감이 있다.
CD나 MP3의 재생은 'AIMP2 플레이어'를 사용한다.
러시아에서 제작하여 무료로 배포 중인 프로그램으로 가볍게 동작이 이루어지면서도 어지간한 음악재생용 플레이어를 압도하는 음질을 제공한다. 리뷰나 사용법등은 많은 다른 사이트에서 다루고 있으므로 참고하기 바란다.
와싸다를 통해 구한 '매킨토시' 스킨의 AIMP2로 듣는 요요마의 첼로가 유독 달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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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4.4.25.
데이터가 귀하던 시절이라 막 생기기 시작한 인터넷 기반의 음악방송이나 스트리밍을 사무실에서 들으려면 회사 PC에 미니 DAC를 연결해 헤드폰으로 듣던 시대였다. 그나마 요즘 같은 보안시스템이 없을 때라 가능했던 일이다.
지금은 회사PC에 외부 프로그램을 설치하거나 USB 같은 외장매체의 접근 자체가 아예 불가능하고 회사의 네트워크는 차단되어 있어서 본문처럼 회사의 정보자산을 기웃거릴 일은 없어졌다. 그사이 세상도 바뀌어서 이젠 무제한 데이터의 시대가 되었고 스마트폰 하나로도 별도의 DAC 없이도 양질의 소스를 즐길 수 있다-스마트폰 쪽이 유선이어폰을 버리고 블투로 태세를 전환한 것은 많이 불만이다..ㅠ
물론 여전히 사무실에 스피커를 올려놓고 듣거나 할 수 없지만 하고 있는 일도 하루종일 헤드폰을 끼고 씨름하는 업무를 하다 보니 맘만 먹으면 하루종일 아무 생각 없이 음악만 듣다 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현실은 늘 팍팍하게 돌아가다 보니 맘 편히 BGM으로 나마도 제대로 듣질 못하고 하루가 진다.
뭔가 바라고 꿈꾸던 것이 현실로 다가오면 생각과 기대보다 시큰둥해지는 이율배반적인 느낌. 이젠 더 갖고 누리는 것으로는 별로 그 효용이 오래가지 않는 자본주의의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을 요즘 여기저기에서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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