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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하다 가랑이 찢기/오디오 음악감상

[2009.7.15.] 판테온(Pantheon)Mk3를 들이며 - 이제 앰프 교체는 없다

by 오늘의 알라딘 2024. 6. 11.

얼마나 위험한 말인지 알고 있다.

Audiopile이 바꿈질을 멈춘다 선언하는 것은 '처녀가 시집을 안 가겠다'는 말이나 '밑지고 판다'는 장사꾼의 말과 같은 맥락이라 이는 곧 '뻥이요~'의 이음동의어다.

그럼에도 이번에  <판테온 Pantheon Mk3>를 들이면서 이런 선언을 하는 것은 소너스 파베르를 들이면서 나의 '로망'을 이루어냈다고 한 것과 마찬가지로 적어도 앞으로 5년-너무 멀리 잡았나?-이내에는 '판테온 Pantheon Mk3'보다 매력적인 앰프를 손에 넣긴 어려울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35kg에 이르는 '판테온 Pantheon Mk3'의 덩치가 제법하기 때문에 포개어 놓기가 어려워 마란츠 11s1 SACDP는 임시지만 앞으로 나와야만했다.

Tone Korea(비즈니스코리아)이외의는 진공관 앰프의 경험이 전혀 없는 일천한 경력. 게다가 바로 아래 등급의 <Ti-200> 역시 한 달도 사용해보지 않고 바로 Pantheon으로 가 버렸으니 너무 빨리 와버렸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1. 20W급의 Ti-200으로 소너스 파베르를 구동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음압 90db 수준의 크레모나가 앰프밥을 많이 먹는 스피커라고 할 수 없고 진공관 앰프에서 채널당 20W의 출력 역시 작다고만 할 수 없으나 유닛을 장악하길 기대하기 위해선 KT-88 pp정도의 구동력이 불가피했다. 진공관의 정수라고 하는 300B를 경험해 보기 위해 Pantheon의 300B 싱글엔디드 버전인  '클라라 Clara'도 잠시 고민했으나 같은 이유로 불가ㅠ.ㅠ

2. Ti-200의 소리결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지금도 내치고 나서 유일하게 후회하고 있는 기종이 있는데 바로 럭스만의 A급앰프인 L-550a이다.  바로 이 녀석과 유사한 따뜻하면서도 질감이 '쫀득'한 그리고 독특한 자기만의 색으로 악기를 표현해 내는 몇 번의 바꿈질 사이에 오래간만에 맛보는 오디오적 쾌감이라 그것의 상위 기종으로의 이전에 전혀 망설임이 없었다.

하필 올 들어 서울에 제일 비가 많이 온 날 Tone의 정진수 사장님이 늦은 밤 앰프를 들고 찾아 오셨다. 바꿈질을 위한 뜨내기 재야 고수들의 방문은 심심치 않은 편이지만 진정한 의미의 '프로'의 방문은 처음이다. 

나무 상자에 붉은색 융으로 잘 포장된 Pantheon을 보는 순간 적어도 뽀대 만으로는 나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함께 가져오신 Tone제작의 인터케이블과 스피커케이블로 케이블을 교체하고 잠깐의 예열에 이은 출력관의 바이어스 조정을 해 주셨다. 특히 이제는 더 이상 쉽게 입수할 수 없는 미 군용 선재라는 백금 도금의 은선계열 스피커 케이블인 <실버스톰 Silver Storm>에 정사장님의 각별한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다-하지만 가격이 좀.. 따로 구입하려면 1m당 pair에 25만 원은 생각해야 한단다. 하지만 마감처리나 사용된 단자만 봐서는 본전생각나게 생겼다ㅋ-적어도 케이블에 대한 특별한 선호가 없는 내게 주는 이 고가의 인터케이블과 스피커 케이블에 대한 의미는 다음에 진지하게 다루기로 한다.  
 
Pantheon에 전기를 먹인 지 불과 1~2분도 안되어 CD를 구동했다. 평소보다 다소 적은 볼륨이긴 했으나 뭔가 막힌 느낌.  Ti-200이 약간은 거칠지만 시원하게 트였다는 느낌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이건 아닌데...ㅠ.ㅠ  공교롭게도 집어 든 앨범들이 다이내믹 레인지가 그리 크지 않은 곡들에다가 녹음 상태도 그저 그런 이유에다가 앰프 역시 예열이 충분하지 않았던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정사장님의 생각도 못했던 진단.  → "스피커의 우퍼가 아직 안 풀려 있다"
결국 스피커 에이징이 덜 되었다는 말이다. 그러니 스피커의 존재감이 여전하고 뒷 벽으로 밀려나는 무대감이 잘 살지 않는다는 말씀.

내 <크레모나>는 시리얼 1800번대로 내 추측으로는 생산된 지 거의 10년이 다 되어 갈 것으로 보이는데 아직도 에이징이 안되어 있다니? 또 그것도 모르고 좋다고 사용한 나는 뭐고?? - 역시 '막귀' 맞다..ㅋ 

긴급! 아니이게모야? 어제 정사장님이 연결한 그대로를 찍은 사진인데 블로깅 하기위해 사진을 확대해 보니 붉은 선이(-)에 박혀있다! 헐~ 얼른 집에가서 바꿔놔야지...ㅠ.ㅠ&nbsp; 위에 언급한 막힌 느낌은 이것 때문이었나?


사장님이 가시고 나서도 새벽 1시까지 계속 전기를 먹였다. 드디어 예열이 충분한 상태에서의 Pantheon은 앞서 들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세상이 펼쳐 보여준다. 음반 상태가 좋고 내 마음에 드는 앨범을 따로 고른 이유가 크겠지만 따뜻하면서도 정갈하고 편안한 악기의 질감이 살아있는 기대한 음질 그대로다. 사장님도 이걸 듣고 가셨어야 하는데! 바렌보임이 연주하는 '브라질리언 랩소디'도 명품이요, 로시니의 '눈물'도 좋다. 하지메 미조구치의 첼로도 쓸만하다. - 물론 아직 뒷 배경이 성큼 물러가 있는 그런 경지에는 멀었다.
 
하지만, 정사장님이 지적하신 '몸이 안 풀린 스피커'에 대한 생각이 내내 마음에 쓰인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앰프와 노트북에 전원을 올려 PC-Fi 페리도트를 통해 FM 93.1을 울리기 했다.  평소보다 높은 볼륨으로 계속 틀어두라고 아내에게 신신당부하고 출근을 했다. 저녁에는 TV 음성신호까지 연결해서 하루 온종일 Full Time으로 앰프를 구동해 볼 생각이다. 

새로 들인 앰프와 케이블이 자리 잡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고 오래간만에 스피커도 '가혹조건'에 놓이도록 해서 하루아침에 될 일은 아니겠지만 이를 통한  '에이징'에 다소나마의 기대가 있다. 
 
이제는 기기보다는 기기들을 세팅할 랙을 장만하고 넘쳐나기 시작하는 CD 랙을 정비하는 게 우선순위이다.

<사족>
1. 한 번 바이어스 조정을 하면 추가 조정이 필요 없도록 한 업그레이드 Kit을 9월 중 완료해서,
    기존 사용자에게도 반영해 준다는 따끈한 소식!  Tone의 A/S는 마치 '삼성'스럽다. 
2. Tone에서 공통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리모컨은 정말 아님. 어떻게든 디자인 적으로 손을 봐야 한다고 생각함.
    판테온과는 디자인 개념이 전혀 다른 녀석을 공급하고 있는데 감성품질을 마지막에 다 까먹는 경우이다.
    나는 다른 학습리모컨에 입력한 후 누가 볼까 숨겨놓을 예정ㅠ.ㅠ
    (얼마 후 업그레이드를 하면서 검은색으로 디자인이 통일된 신형으로 교체받았다. * 24.6.11. 글쓴이 추가)
3. 볼륨이 왼쪽, 소스 실렉터가 오른쪽에 있는데 반대가 되어야 인체공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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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4.6.11.
 
당시의 선언대로 명품 진공관 앰프 <판테온>을 7년 남짓 '오래' 사용했다. 솔직히 진공관 앰프가 개발된 20세기 초 이후로 더 이상의 기술적 발전은 한계가 이른 상황에서 선택에 디자인이 한 몫하는데 톤에서 출시한 기기 중 유일무이하게 독특하고 미려한 디자인이었다. 지금 다시 봐도 전혀 이질감이 없을 정도로 세련되었으며 검은색과 은색 새시의 어울림과 톤을 상징하는 T의 레더링이 압권이었다.

당시 알려진 바로는 페라리 디자인에도 참여했던 김대식 씨가 작업에 관여했다고 들었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그것으로 끝이었나 보다.
 
이후로 판테온의 상위기종인 분리형 진공관 앰프를 출시했는데 혀를 차며 칭찬했던 판테온의 디자인 감각은 온 데 간 데 없어졌다. 모노블록 파워인 <팬텀>과 프리 <오페라>가 그것인데 투박한 알루미늄 절삭통에 흘려 쓴 로고의 파란 글자가 보이는 것 그게 다다.

아마도 매킨토시를 오마주한 느낌이지만 이도저도 아닌게 되었다.

진공관으로의 여행을 채 마치지 않았지만 지금도 과거 판테온 시절이 가끔 생각난다. 가끔 방문해 업그레이드를 받았던 톤코리아의 송파동 지하 공간의 꿈꿈한 냄새도 애착이불의 그것처럼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돌아보니 모든 것이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나마 젊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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