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쟁이들이 가끔 하는 실수가 스피커의 케이블의 (+)와 (-)를 바꾸어 결선하는 것이다.
새로 들인 기기나 케이블에 흥분(?)이 되었거나 단자청소 등을 할 때에 닦는데만 집중하여 잠시 정신줄을 놓아 버리는 경우에 발생 한다. 물론 소리도 나고 기기에도 큰 해를 주는 것은 아니지만 스피커 유니트의 운동방향을 반대로 만들어 놓기 때문에 보통의 사용자도 좌우 스피커 간에 차이를 알아챌 수 있다. 비근한 예이지만 불어서 내는 소리와 빨아서 내는 소리가 서로 다른 '하모니카'를 생각하면 되겠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든 좌, 우 스피커 모두의 (+), (-)를 바꾸어 결선하는 경우 즉, 소위 '180도 완전 역상'인 경우에는 '황금 귀'가 아닌 이상 알아챌 수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어제 글을 올린대로 Tone의 정사장님이 방문해 케이블 세팅까지 해주고 가셨는데, 사진상으로 확인한 결과 통상의 결선과는 다르게 붉은 라인을 (-)에 연결하셨다. 물론 앰프 쪽도 같이 그런 경우에는 전혀 문제가 없지만 뒤편 앰프 단자사진을 보니 앰프 쪽은 붉은 라인이 (+)에 제대로 붙어 있다.
'아, 그 큰 비를 맞고 한 밤중에 차를 몰고 오시자마자 작업을 하시느라 경황이 없으셔서 실수를 하셨나 보다!' 했는데 사진에 나와 있지 않은 좌 측 스피커를 보니 역시 반대로 결선이 되어있다. → 다시 말해 '완전 역상' 상태를 만들어 놓으신 것!
사장님이 한두 번 케이블 작업을 하신 것도 아니실 테니 스피커 양 쪽 모두의 (+), (-)를 혼동하셨다고 보기에는 설득력이 낮다. 의도된 뭔가가 있다는 생각인데.
혹시 케이블 터미네이션 작업을 하면서 수축튜브의 색이 양쪽이 바뀌어 있어서 앰프 쪽과는 일부러 반대로 하신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초보가 알 수 없는 다른 이유가? 필시 뭔가 이유가 있는 것 같아 궁금해 죽겠는데 '초보들이나 저지르는 실수'라 대놓고 여쭈어 보기도 '거시기'하다. 역시 이번에도 '단도직입적'인 것이 답일까?
아무튼 '완전역상' 상태였다는 전제하에, 분간해 내지 못한 내 귀는 결론적으로 '무죄'이다.
※ 사족 - 아무래도 디지털 테스터기 하나를 장만해야겠다.
위의 미스터리 중 하나를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고 진공관의 바이어스 조정이나 집안의 자잘한 전기작업에서도 유용할 듯
[글 더하기]
오늘은 2024.6.14.
위 사건은 그냥 단순 케이블 체결 실수로 결론되었다.
뭔가 정신 나간 사람을 보고 가끔 "저거 완전 돌았네"할 때가 있다. 사실은 틀린 말이다. 완전히 돌면 제자리가 되니 오히려 '반쯤 돌았네'가 더 극단적인 표현일 텐데 '반쯤'이란 말이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어감이다 보니 저리 쓰고들 있다.
실제 전기판에서도 역상이란 표현을 쓰는지 모르겠지만 오디오에서도 완전 역상이 '완전 돌았네'와 비슷한 상황이다. 돌긴 했는데 제자리 비슷하게 돌아오다 보니 정작 뭐가 잘못되었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그런 지경이 된 것이다. 자동차 튜닝 세계에서도 진리처럼 나오는 말 역시 '튜닝의 끝은 순정'이란 말이 있다. 뭔가 계속 바꾸다 보니 어느 순간 제자리로 돌아와 있더라 하는 것이다.
가정에선 (+), (-)의 구별이 없는 교류 전기를 쓰다 보니 무심하기 마련인데 오디오쟁이들은 굳이 그것 조자 좌우의 방향을 따지기 시작했다. 또한 실제 스피커를 기준으로 좌우를 나누어 두벌의 케이블이 필요하고 스피커엔 또 (+), (-)를 나누어 결선하다 보니 결국 오디오의 시작은 좌파 우파 가르마를 타는 일로 시작한다. 따라서 엄밀한 '기준'에 따라 갖고 있는 모든 기기들이 좌우와 (+), (-)가 일사불란하게 정렬이 되어야 하는 거다.
미친 짓거리와 예술의 경계가 모호할 때도 있고 이 끝은 저 끝과 맞닿아 있어서 판단의 기준이 온전하지 않으면 적당한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 대마 합법화와 같이 같은 나라 안에서도 어느 주는 불법이고 어느 주는 합법인 그런 상황이니 한 나라에서 동일한 사람이 같은 행위를 해도 주경계를 사이에 두고 일반인과 범법자가 되는 코미디가 현재 진행형이다.
6월 중순밖에 안 되었는데 오늘도 서울 한낮의 온도는 33도를 예상하고 있다. 여름의 기준이 모호해진 지 오래다.
그러고 보면 기준이 중요함에도 그 기준을 고집할 수 없는 모순 덩어리 세상이다. 그냥 하루짜리 자기만의 기준으로 중심 잘 잡고 사는 수밖에 없다.
❤️ 수익을 위한 글을 쓰고 있지 않습니다. 공감하트/구독하시면 그저 조금 더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
'취미하다 가랑이 찢기 > 오디오 음악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9.7.22.] 필요 없지만 하나 구입해 보세요- 이소텍 Enhancer CD (18) | 2024.06.25 |
---|---|
[2009.7.22.] 우리 동네 오디오 이야기 (1) - 사기 사건 (19) | 2024.06.24 |
[2009.7.16.] 오늘의 음반 - 정경화, 멘델스존/브르흐 바이올린 협주곡 (14) | 2024.06.13 |
[2009.7.15.] 판테온(Pantheon)Mk3를 들이며 - 이제 앰프 교체는 없다 (17) | 2024.06.11 |
[2009.7.8.] 오늘의 음반- 편안한 첼로, 성지송의 Light of Mind (25) | 2024.06.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