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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하다 가랑이 찢기/오디오 음악감상

[2009.7.24.] 진공관 앰프만 할 수 있는 재미난 작업 - 바이어스 조정

by 오늘의 알라딘 2024. 6. 27.

바꿈질이 끝나면 오디오쟁이들은 큰 만족을 얻을 것 같지만 사실은 정 반대인 경우가 많다.

시스템이 정리되었으니 이제는 차분히 음악만 들으면 될 것 같지만, 그들에게 정작 행복한 때는 바꿀 것을 찾아다니고, 흥정하고, 기다리고, 시험해 보고, 실망하기도 하는 그 고통의 순간들이니 말이다. 그래서 부자들은 오디오를 하지 않나 보다. 이런 '고통'의 순간을 느낄 겨를도 없이 너무 빠른 지름길로만 내몰리니 말이다.

그래서 시스템이 대강 정리된 지금. 보통 때 같으면 오히려 허전한 마음이 있었을 시기이다. 그런데 진공관 앰프를 들인 이후 한 가지 소일거리가 생겼다. 그냥 트랜지스터 앰프 같았으면 어디 고장나기 전까지는 전혀 손을 댈 일이 없어서 보는 것으로 족할 텐데, 진공관 앰프는 가끔 '바이어스'조정을 해 줘야 하는데 이게 나름 '손맛'이 있다.

제작사의 지침대로 충분한 예열 후의 최종 전압이 0.4V가 되도록 몇 자례 조정해 주는 작업이다.

'바이어스 조정'이란 작업이 뭐 대단할 것도 없는 것이 그저 진공관으로 흐르는 직류 전압을 각 출력관 마다 적정한 값으로 일치되도록 조정해 주는 작업이다. 전기 사정이란게 늘 일정하지도 않을 뿐더러 진공관이 에이징 되면서 물성의 변화에 따라 값이 틀어지게 되기 때문에 관을 교체하거나 하는 경우엔 바로 해 줘야 하는 작업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6개월에 한 번쯤은 주로 음악을 듣는 시간대에 점검해 줘야 한다. 

검은색 검침봉은 앰프 스피커 단자의 (-,common)에 붉은 색 검침봉은 진공관 쪽의 검침 단자에 연결해 값을 측정하면 된다.

어렵지 않은 일이라 테스터기라고 부르는 미터기와 작은 드라이버 하나면 되는 작업이다. 혹시 '고정 바이어스' 방식의 진공관 앰프를 사용 중이면서도 미터기가 없다면 당장 하나 장만하시기 바란다. 집에 하나쯤 두면 두고두고 유용한 물건이니.
 
직류/교류 구별도 어려운 문과생에겐 낯선 물건인 '디지털 미터'를 이용하는 것이나, 승압 트랜스 때문에 고압의 전기가 흐르는 곳에 검침봉을 꽂는 일이 부담이 될 수는 있지만 꼬맹이 사탕 뺏어 먹는 일보다 쉬운, '일'축에도 안 드는 단순 작업이다. 자주 할 필요도 없는 작업이지만 내 앰프를 내 손으로 조정해 간다는 '손맛'이 이제껏 몰랐던 진공관 앰프의 또 다른 매력이다.

0.388V가 나온다. 미세하게 올려서 0.4가 평균치로 나오도록 조정하면 끝! (판테온의 경우 El-34는 0.3V, KT-88은 0.4V를 권고하고 있다)

바이어스 조정외에 트랜지스터 앰프였다면 꿈도 꾸지 못할 작업이 있는데 바로 진공관 교체. 호환관은 물론이고 같은 진공관이라더라도 제조 업체별로, 출시 연도 별도 제각기 다른 음색을 갖고 있어서, 진공관의 교체만을 통해서 마치 앰프 회로 전체를 바꾸는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이 역시 무시 못할 진공관 앰프의 매력이다. 가을쯤. 보다 따뜻한 음색이 생각날 때 KT-88을 EL-34로 교체해 보는 행복한 기다림을 하고 있다.

어때, 간단한 진공관 앰프하나 들이지 않으시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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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4.6.27.

확실히 진공관 앰프가 요즘말로 하면 현자타임 없이 계속 유지보수 해 줘야하는 손맛이 있다. 본인 재정범위의 한계에까지 취미생활이 이르면 자연스럽게 바꿈질이 멈추면서 해당 취미가 시들해지는 법인데 적어도 오디오에선 가끔씩이나마 이렇게 만지작 거릴 이유들이 생겨서 지루함 없이 이어나갈 수 있다.
 
바이어스 조정은 물론 관도 가끔씩 빼서 닦아주고 접점도 손봐줘야 하는 데다 현재 사용 중인 웨이버사의 W-Vamp의 경우 3~4년을 사용하면 릴레이가 수명을 다 해 교체해 줘야 한다. 벌써 두 번 제작업체를 방문해 서비스를 받았다.
 
그러니 구입 후 랙에 들어가면 고장 나기 전까지 다시 손댈 일이 없는 다른 녀석들과는 달리 손때 묻는 나만의 제품이 된다. 돌아보니 그런 제품들이 결국 오랫동안 나와 함께하고 있다.
 
사람 사이도 그런가 보다. 친하고 오래 알고 지냈지만 한동안 만날 일이 없으면 공연히 왠지 먼저 연락하기도 어디 잔치에 초대하기도 뻘춤해 지는 그런 사이가 된다.

오래 보다는 깊게 가 진리이긴 한데 나이 들수록 버리고 놓아주는 것에도 익숙해야 하는 마당이라 밸런스 조절이 늘 외줄을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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