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사내방송의 내용은 하나도 머릿속에 남은 것이 없는데 김민정 아나운서의 마지막 멘트는 머리가 아니라 가슴에 남는다. 중국 대나무 이야기다.
한국의 그것과 생김이 어떻게 다른지는 알 길이 없지만, 중국의 대나무는 싹을 심어 놓은지 5년 동안은 전혀 반응이 없단다. 그 긴 시간 동안 매일 물을 주고 거름을 주어도 도무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데 반응이 없다 해서 물 주고 거름 주는 일을 멈춘다면 대나무는 그대로 땅속에서 죽고 만다.
그러다 그 5년의 공을 들인 어느날부터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다. 불과 6주 만에 20여 미터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얼른 계산해 보니 하루에 50cm씩 자라는 셈이다. 그중에는 하루에 90cm를 자라서 키가 30미터에 달하는 것도 있다 한다.
몇 년간 아무 반응이 없던 대나무가 불과 몇 주만에 무시무시한 성장을 하는 것이 신기하지만 우리가 알아야 하는 것은 그 대나무가 자란 시간은 6주가 아니라 5년 동안이라는 것이다.
사람이 어떠한 학습을 시작해서 괄목할 성과를 내기 시작하는데 필요한 임계점의 시간은 15개월이라고 한다. 우리는 늘 많은 시도와 연습을 하지만 그 15개월을 지속해 본 것이 몇 가지나 되던가? 5년 후를 내다보며 묵묵히 물과 거름을 대는 중국 농부의 마음으로 무엇인가에 몰두하는 오늘이 되어야겠다.
내가 존경하는 박순백 박사는 그의 로망이었던 '포르셰' 박스터를 사기 위해 표지에 '포르셰'라고 쓴 통장에 20년간 1억의 돈을 모았다. 누구나 20년을 모으면 쉽게 1억 정도는 모을 것 같지만 매달 42만 원을 꼬박꼬박 모아야 하는 일이다. 42만 원이 우습다고? 그럼 20년도 우스운가? - 그의 그 징그러운 '집념'이 내가 존경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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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4.7.24.
본문의 말미의 박순백 박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개인 홈페이지 중 하나인 <박순백 칼럼-닥터 스파크>를 거의 30년째 운영 중이다. 어쩌면 나의 홈페이지와 블로그도 이 분의 영향으로 시작해 오늘에 이르렀으니 그의 절반 정도의 세월을 따라 살고 있는 셈이다.
닥터스파크 - 박순백칼럼
스키,인라인,바이크,골프 등 레저 전문 커뮤니티로 관련 정보, 강좌, 중고 장터 등이 활성화 되어 있습니다.
www.drspark.net
박순백 박사와는 한때 나와 근무지가 잠실 월드타워에 같이 있었던 적이 있어 인라인스케이트 게시판 댓글로나마 한번 인사를 드린 게 전부인 인연이다.
그는 한글과 컴퓨터, 드림위즈 같은 본디 IT전문가이고 한글 애호가이자 수필가이며 만능 스포츠 맨이다. 특히 스키와 인라인 스케이트에선 이바지한 바가 매우 크다. 사이클과 오디오 동호인이며 본문에 소개한 바와 같이 포르셰 광이고 커피와 남자들-특히 내가-이 좋아할 만한 온갖 취미 역시 두루 프로의 반열에 올랐을 뿐 아니라 그걸 대중에게 전파하는 메신저로서의 행보가 괄목했다.
직장인으로서는 은퇴 이후 자신의 주둔지인 홈페이지를 통해 그의 생활을 적극적으로 나누며 긍정적 영향력을 끼치는 삶을 살고 있다. 부러울 뿐 아니라 나의 지향점이 되는 분으로 여전하다.
5년을 버티며 무언가를 하기 어려운 시절에 나이와 상관없이 한결같은 행보가 그러하다. 그래서 오늘도 꾸역꾸역 몇 장의 글을 따라 쓰고 있는지 모르겠다. 혹시 나도 누군가의 지향점이 되는 사람이길 소망하는 것. 그것으로 초심을 지킬 명분이 되는 것으로 하루를 버틸 작은 기둥을 세운다.
박순백 박사는 영화 <승리호>의 주연 아역 배우 꽃님이 '박예린'의 친할아버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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