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갔던 '판테온 Mk3'가 딱 두 배 좋아져서 돌아왔다.
지난 추석전에 업그레이드를 받은 판테온에 소리 '외적'인 문제로 제조사에 다시 다녀왔던 것인데 바로 '화이트 노이즈'가 다소 발생했기 때문이다.
Tone 정사장님은 '화이트 노이즈'가 아니라 '험Hum'이라고 하셨으나 앰프 트랜스에서 발생하는 직접음을 흔히 '험Hum'으로 부르는 현실에서는 무신호시 스피커의 우퍼나 트위터의 노이즈 소리가 '웅~'이던 '쓰~'하는 치찰음이던 내겐 그저 '화이트 노이즈'일뿐이다.
이왕 한 시간을 달려 방문한 길에 저음도 조금 더 타이트하게 조일 수 있는 튜닝을 부탁드렸다. 지난 업그레이드 이후 대역대가 넓어진 탓인지 10인치 우퍼 두 발에서 쏟아지는 아틀란티스의 저음을 조금은 단속할 필요를 느꼈기 때문이다.
불량기가 있는 관 하나를 교체하고 회로 일부의 결선을 새로 하는 등 한참을 고생하셨는데도 완전히 노이즈를 죽이지는 못했는데 막판에 엉뚱한 데서 추가적인 문제점을 찾았다.
청음 테스트를 하던 중에 볼륨을 완전히 낮추었는데도 음이 새어 나오는 것을 찾아낸 것이다. 무슨 이유인지 '볼륨'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업그레이드 이후 대역대가 넓어진 민감한 신호들이 '불량 볼륨'을 타고 노이즈화 한 것으로 보인다.
볼륨을 교환하고 저항을 바꿔 저음을 통제하는 튜닝 끝에 이번 업그레이드의 완성을 봤다.
무신호시 스피커 노이즈를 완전히 걷어내진 못한 것이 못내 아쉽지만, 많이 나아졌다. - 이 부분은 시간을 갖고 고민해야겠다.
집에 돌아와 늘 듣던 CD들을 걸어 비교해 보면 토해내는 소리들이 하나하나가 무척이나 단정하고 깔끔해졌다. 그렇다고 메마른 소리가 아니라 윤기가 있으면서도 적당한 배음이 살아있는 데다가 정숙한 배경에 한 마디로 옥구슬이 구르는 소리 그 자체다. 아랫도리도 다시 단단해져서 음역 간 밸런스도 훨씬 좋아졌다. 저음역이 다시 돌아와서 인터케이블은 원래의 와이어월드 아틀란티스 5로 바꿨다.
작업 내용을 봐서는 튜닝보다는 A/S에 가까워졌지만 돈도 안 되는 이런 '친절한' 서비스를 시종 싫은 내색 하나 없이 성의껏 작업해 주신 Tone의 두 분 엔지니어께 정말 감사드린다.
만약 외국계 진공관 앰프였다면 과연 이런 경우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을까? 생각만 해도 모골이 송연해진다.
비밀 한 가지! Tone 시청실에는 아마 몇 년을 마셔도 남을 와인이 쌓여있다. 정사장님은 저걸 혼자만 드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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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4.10.8.
지금 생각해 보니 튜닝이 아니라 수리였다. 정형화된 기판이 없다 보니 회로 전체를 손으로 한 땀 한 땀 납땜으로 그려 넣어 만든 회로의 진공관 앰프였다. 말 그대로 조금만 조정하면 전혀 다른 앰프가 되는 자유도가 있는 반면 사소한 실수로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만나는 손맛(?) 가득한 앰프, 그게 진공관 앰프가 갖고 있는 불확실성의 매력 아닐지.
불확실성이 때로는 예술이 되는 법이다. 정해진 길과 결과가 없기에 늘 새로운 시도가 있고 적절한 실패와 함께 한걸음 더 나아간다. 때로는 실패와 실수를 모른 채 살아가기도 하지만 그것 역시 계획된 것은 아닐 테니 여전한 불확실성이다. 가끔은 그 불확실성에 대한 의존이 과해 로또 같은 우연에 기대어 살지만 분명한 것은 불확실성 역시 되돌려보면 엄연한 확률 안에 놓여있다. 다만 그 확률이 이번에 내게 적용될지가 불확실하는 것.
그러니 희박한 확률은 결국 내게 일어나지 않을 일이 된다. 불확실성이 확실로 변해지는 지점이다.
극도의 '불확실성'이 결국 '확실'이 되는 것. 결국 모든 것의 끝과 끝은 맞닿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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