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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하다 가랑이 찢기/오디오 음악감상

[2009.10.13] 오늘의 음반-도이치 그라모폰(DG) 111주년 기념 박스세트

by 오늘의 알라딘 2024. 10. 10.

처음으로 박스 채 뽐뿌를 한다.

뭐라 해도 클래식 음반 레이블의 정수는 '도이치 그라모폰(이하 DG)'임을 부정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최근 취향이 '아르모니아 문디'나 러시아 '아르히브 Archiv' 쪽으로 많이 기울었지만 이제껏 컬렉션의 최우선이었으니, 물량면에선 적어도 '소니'나 '데카'에 댈 바가 아니다.

111년간 DG의 산증인이라 할 대표 앨범 55장이 한 상자에 담겨 예약 판매를 하더니 최근 시장에 풀렸다. 10년을 단위로 DG와 당시 소속 아티스트를 소개한 내용과 55장의 앨범 수록곡 리스트를 담은 북크릿과 함께 붉은 상자에 담겨있다.

 

해외 사이트를 이용하면 조금 더 저렴하게 구입 가능하다지만 배송까지는 한참을 기다려야 하니 성질 급한 나 같은 사람에겐 처음부터 적당한 구입 방법이 아니다. 교보문고의 10% 할인 쿠폰을 이용하는 방법이 이제껏 발견한 최선책이다. '쿠폰 신공'을 쓰고 나면 한 장당 3천 원이 조금 안 되는 가격에 그럴싸한 라이브러리가 나온다. 하지만 문제는 이미 구입한 앨범과 중복이 적지 않다는 점! DG를 중심으로 모아 온 내 경우 약 20장이 중복이다. 제길슨.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30여 장을 따로 구입하는 것보다는 훨씬 이익이니 너무 많이 고민하지 않고 '질러라'를 외쳤다. 누가 그랬다. 이틀이상 어른거리는 물건은 질러줘야 한다고. 중복이 많든 아니든 이 박스 지를만하다.

6장의 기념 앨범이 추가된 버전과 DVD 박스 세트가 별도로 판매 중이다. 관심 있는 분은 함께  구입해도 좋을 것이다. 

헐한 가격에 접하는 DG의 '빨간' 박스 세트가 반갑기는 하지만 CD시대의 마지막을 고하는 '금단의 사과' 같은 느낌이라 좀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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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4.10.10.

 

당시 글엔 교보문고의 할인쿠폰 링크가 있었는데 당연히 지금도 유효할리 없어 삭제했다. 그런 맥락에서 아직도 판매가 되는지 알 수 없는 박스 음반의 추천글이 유효할까 역시 의문이다. 

 

하지만 DG의 111년을 정리하며 저런 모음 앨범이 나왔듯 15년 전 내 관심사를 기록으로 남기는 의미에서 글을 그대로 옮겼다. 

 

CD와 플레이어가 있어도 이제는 굳이 트레이에 음반을 올려 음악을 듣는 일이 적다 보니 박스든 낱개이든 상관없이 이제 모두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그냥 음악 듣는 걸 좋아했던하는 사람이구나를 알게 하는 장식물 혹은 인식표 정도로 벽장을 채우고 있다. 

 

뭐든 끝까지 최선을 다해 버티다가도 결국 이렇게 자리를 비워줘야 할 일이 생긴다. 그게 지구 내의 질량을 일정하게 만드는 방법일 거고 자전속도를 같게 만드는 이유 아닐까? 아버지가 자녀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그만큼의 추억으로 치환되는 과정처럼 사라지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변하는 것이라 여겨 너무 아쉬워 말자.

 

그래도 빨간 '금단의 사과 박스'는 아직은 건재하다. 한번쯤 더 들을 기회가 있겠지. 그걸로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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