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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하다 가랑이 찢기/오디오 음악감상

[2009.10.19.] 오늘의 음반] 이번엔 재즈다- John Coltrane & Johnny Hartman

by 오늘의 알라딘 2024. 10. 15.

사람이 참 간사해서 아침 기온이 조금 더 떨어졌을 뿐인데 맘은 벌써 늦가을 한 복판을 벗어나 겨울의 초입을 걷고 있다. 몇 계절 전에 입었을 겨울 양복을 다시 꺼내 입고도 전혀 낯설지가 않다. 새벽녘 제법 많은 비가 내린 후라 하늘은 맑고 공기는 선선하고 딱 내 맘에 드는 계절이다. 이런 계절엔 클래식도 좋지만 '재즈'가 제격이다.

진공관 앰프를 통해 공간 가득히 메워진 색소폰의 끈적한 울림과 쓰다 싶게 진한 커피 한 잔-이게 와인 한 잔으로 바뀌어도 상관없다-그리고 책 한 권이면 내게는 더 이상 부러울 게 없는 저녁의 인상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난 '재즈'에 대해 잘 모른다. 불과 몇 명의 뮤지션을 거명하기도 버거워서 따로 '공부'라도 해 보려고 박스 세트를 구입하는 노력도 해 봤지만 역시 내 취향이 아니다. 이제껏 들었던 그리고 보유하고 있는 재즈 음반도 재즈라기보다는 크로스오버나 뉴에이지에 더 가까운 '재즈風'의 음악일 뿐이었다.

그래도 한 장의 앨범을 '오늘의 추천 음반'으로 추천하고 싶다. 늘 주제 넘은 일인 줄 알지만 그래도 가을이니깐.

겨우 내가 이해하고 있는 한, 나의 관점에서 가장 '재즈'스러운 앨범이다. 전체가 6곡뿐-시간으로는 35분 정도?-인 짧은 앨범이라는 것이 아쉽지만 늘 머릿속으로 재즈 하면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재즈의 그 느낌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앨범이라 추천한다.

John Coltrane의 테너 색소폰 소리야 말로 이쁘기만한 Kenny G의 그것과는 가는 길이 한참이나 다르다. 또한 앨범의 또 다른 주인공인 Johnny Hartman의 저음 가득한 보컬 역시 이 가을에 빼놓을 수 없다.

SACD 음반이 따로 있지만 일반 CD 역시 음질이 극상이니 마땅히 지를 음반이 없다면 매체 형태에 상관없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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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4.10.15

 

그때나 지금이나 재즈에 문외한인 것에선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다. 아내를 통해 알게 된 트럼펫주자 크리스 보티 (Chris Botti) 정도가 새로운 라인업에 들어와 있을 뿐이다. 그래도 가끔은 누구의 곡인지도 무슨 곡인지도 모를 재즈 음악을 틀어 놓는데 어울리는 저녁이 있다. 아마도 요즘처럼 급하게 가을이라는 계절로 방향을 틀려할 때가 대표적이다.

 

라면엔 김밥 처럼 묘하게 커플링이 되어 궁합을 이루는 것들 중에 음악도 그렇게 적당한 TPO가 존재하는 법이다. 아무런 음악이 없는 게 당연시되는 하루종일의 사무실이 그래서 더 버티기 힘든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가끔씩 헤드셋을 끼고 있어야 할 업무를 본다는 점이다. 업무 사이사이 짬짬이 Tidal에 연결해 고음질을 즐긴다. 이렇게 하루를 살 수 있는 직장인이 과연 몇이나 될까?

 

여러모로 감사한 계절이다. 가을이 오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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