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폐 트랜스 '네이처 3500Mk2'가 나간 자리를 채워줄 PS-Audio의 전원 장치 '험버스터 Humbuster 3'가 도착했다.
사실 전원 장치라 부르기엔 좀 거창한 것 같고 2구짜리 멀티탭이라 부르기엔 너무 이 녀석을 과소 평가하는 것 같은 느낌이지만 정말 추천하고 싶은 '전원 장치'임에 틀림없다. PS-Audio가 전통적으로 전원 장치에 강점이 있는 메이커이므로 이 제품에도 막연한 기대가 가득이었음은 두 말하면 잔소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기 트러블이 있다면 당연히, 그렇지 않더라도 보험용으로 정말 강력 추천하고 싶다. 많은 오디오파일들은 그 어느 케이블보다도 파워 케이블이 전체 음질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케이블이하고 한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유독 전원부 교체에 따른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는 '막귀'인 나도 느낄 수 있는 변화였으니 믿어도 좋다. 사실 줄곧 차폐 트랜스를 사용하곤 있었으나 음질을 위해서라기보다는 110V를 사용할 목적이 더 컸음을 고백한다.
동호회 공동 구매를 통해 구입한 제품의 포장은 한 장 짜리 매뉴얼과 함께 단출하긴 하지만 오디오그레이드의 이중 박스 안에 안전하게 패킹되어 있다. (전원 장치에 어울리지 않는 '막선'이 함께 있어서 그냥 본체만 주는 것이 '이미지 관리'상 좋을 번 했다.)
외양은 그냥 덩치 큰 멀티탭이니 설치고 뭐고는 필요 없고 필요한 대로 연결하면 끝이다.
이름 그대로 전자 제품의 '험'을 잡는 목적으로 세상에 나온 녀석이므로 그 용도에 맞게 쓰면 된다. - 함께 구입한 사람 중에는 냉장고의 '험'을 잡는 데 사용하겠다는 분도 있었다. 물론 비슷한 류의 전원 장치가 세상에 널렸지만 중요한 것은 험버스터의 경우 '험'을 잡으면서도 음질은 깎아먹지 않는다는 점이다.
반덴헐 메인스트림을 벽체와 험버스터 사이에 연결하고 '판테온 Mk3'과 '마크레빈슨 CDP'를 물렸다. 기기들과는 우선 급한 대로 뻥이사표 '뻥카' 케이블을 사용했다. 뻥카의 경우 디지털 소스에 제 격인 케이블이라 판테온 진공관 앰프에는 앞으로 좀 더 제대로 된 케이블을 물려볼 생각이다.
구입 목적의 90%에 해당하는 기대를 갖고 있었던 것은 판테온의 '험'을 완벽히 잡아내는 것이다. 판테온의 마지막 튜닝 이후로 스피커 우퍼를 통해 나오는 '웅~'하는 소리나 트위터 쪽의 '츠으~'하는 노이즈가 획기적으로 줄었으나 진공관 앰프의 태생적 한계인지 아님 이 정도의 노이즈는 어느 앰프에게나 당연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작게나마 남아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 이 부분은 차폐 트랜스 '네이처'로도 해결이 안 되던 부분이었다.
이제 '험버스터 3'을 연결하고 앰프 전원을 올려보자.
와우! 숫자로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신뢰가 되는 말인지 모르겠으나, 기존에 스피커를 통해 나오던 노이즈를 100이라고 한다면 험버스터를 연결한 이후 30 이하로 줄었다. 완벽히 없어졌다는 말은 아니지만 그간 별 짓을 다해도 줄지 않았던 노이즈가 이제는 무시해도 좋을 만큼의 크기로 줄어들었다. 덕택에 배경은 더 정숙해지니 속이 다 후련해졌다.
음질? 음을 깎아먹지는 않는다는 소개를 받았지만 깎아먹지 않는 수준이 아니라 개인적인 느낌으론 오히려 '개선'의 효과가 크다. 앰프가 충분히 예열될 때까지는 TV의 음성신호를 받아서 드라마를 보는 경우가 많은데 '임채무'의 묵직한 중저음의 대사가 또렷하고도 탄탄하게 들린다. TV에서 고역의 신호가 나올 일이 별로 없음으로 적어도 중저음에서는 대단히 쫄깃한 소리결을 만들어 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CDP를 돌려보자. 정숙해진 배경 탓인지 모르겠지만 저렴한(?) 표현으로 소리 하나하나가 '고급스러워'진다. 평소보다 높은 볼륨에서도 정경화 선생의 바이올린의 보잉은 예리하고 냉정하게 살아있지만 신경질적으로 깨지지 않고 고음이 단정할 뿐 아니라 저음역의 탄력 역시 맛스럽다.
충분한 에이징이 이루어졌을 때의 변화를 기대한다면 앞으로 당분간 앰프에 전원을 넣을 때마다 설레는 마음을 갖게 될 것 같다. 멀티탭(?) 하나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에 오래간만에 만족스러운 지름질이었다. - 내가 회로를 좀 볼 줄 아는 공대생이라면 한번 배를 따서 안을 들여다보고 싶을 정도이다.
앰프나 소스기기를 바꾼 것 이상의 효과가 확실하다. 다시 한번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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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7.
귀찮아서 확인은 안 해 봤는데 지금도 출시되고 있는 제품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PS-Audio가 워낙 이런 차폐류에 특장점이 있는 메이커라 틀림없이 보다 개선된 제품 정도는 있을 것이다. 여러 개를 사용해도 좋지만 노이즈나 험이 예상되는 기기의 앞에 붙일 경우 그 효과가 직빵이다. 한번 들이면 평생 쓰는 제품이니 가성비로 보아도 손색이 없으니 추천할 만하다.
오디오 세팅의 절반은 사실 전기신호의 관리라 봐도 무방하니 이런 쪽엔 배터리를 이용한 정전압 장치 등을 심각하게 고민해 봐도 좋을 영역인데 일반 가정용 환경에선 아답타나 케이블만 중급이상으로 관리해 주면 충분하다.
뭔가 새로운 기기를 들이기엔 지갑에 여유가 없을 때 험버스터 같은 전원장치를 우선 고민해 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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