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봄이 언제 올까 싶지만 오디오쟁이 맘에는 벌써 봄이다. 잠시 잠잠했던 바꿈질도 동하기 시작했고 때맞춰 여기저기에서 공동 구매니 공동 제작이니 하는 유혹도 제법 많아진 걸 보니 확실한 오디오용(?) 봄은 왔다.
CDP를 마크레빈슨으로 바꾼 이야기는 이미 했고, 그간 사용하던 전원장치(차폐트랜스) '네이처 3500 Mk2'를 내보냈다. 음질을 약간은 깎아먹을 수 있으나 진공관 특유의 험을 잡거나 일본에서 사 온 닌텐도와 같은 110V 기기들 때문에 할 수 없이 사용한 '계륵'과 같은 존재였는데 이제는 더 이상 안고 있을 필요가 없어졌다. 새로 지어진 아파트라 전원 상태가 그럭저럭 양호한 편이고 안방마님 '판테온 Mk3'도 최종 업그레이드 이후에는 험이 확연히 줄었다. 딸아이 역시 중학교에 입학한 이후로는 닌텐도에 대한 관심 역시 함께 졸업하고 '아이팟'으로 옮겨간 지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대신 공동 구매를 통해 PS-Audio의 '험버스터 3'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중인데, 네이처의 빈자리를 충분히 채우고 남는 역할을 해 주리라 기대하고 있다.
그 와중에 오디오 랙과 기기들 뒷 편의 지저분한 케이블 정리도 한꺼번에 진행했다. 의도된 바는 아니었으나 '아고라어쿠스틱스'의 오디오 랙 선반을 하나 더 구하게 되어 그동안 2단으로 운용했던 랙을 3단으로 만들었다. 2단으로 운용하기에는 선반 사이의 빈 공간이 너무 커서 뒷 편의 케이블 등이 노출되는 등 시각적으로 문제가 있었는데 3단으로 구성하니 그런 문제들이 싹 없어졌고 다행히 선반의 공간들도 기기 크기와 잘 맞는다.
선반 제일 위에 올려졌던 마크레빈슨 CDP를 랙 사이로 넣었다. 상판에 별도의 통풍구가 없는 CDP이고 전면 트레이 방식이므로 랙 사이에 들어간다 한들 문제 될 것이 없다. '판테온'과의 거리도 가까워져서 블랙과 알루미늄 화이트, 그리고 붉은색 LED라는 두 기기의 디자인 콘셉트도 훨씬 조화로워 보인다. 덕분에 여유로워진 선반 맨 위로 그동안 엉뚱한 자리에 뿔뿔이 흩어져 있었던 PC-FI용 노트북이며 무선랜 AP장치며 USB-DAC 등을 한 곳에 모았다.
'험버스터 3'이 도착하기 전까지 앰프는 벽체에 직결하고 전원을 필요로 하는 나머지 기기들은 모두 오디오그레이드의 알루미늄 6구 멀티탭에 연결했다. 매네키스-슐터 단자가 사용된 미국 AIW(12 게이지) 선재로 연결된 멀티탭에 이것저것의 기기들을 물리면서 어지러운 배선을 최대한 정리하는 작업을 함께했다. 음질적 고려가 불필요한 기기들이라 대부분 둘둘 말아놓는 수준의 정리여서 Hi-Fi적이진 않지만 적어도 정신 사나웠던 이전에 비하면 꽤나 양반이 되었다.
여기에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사용하던 케이블을 예전 것으로 돌려놓았다. Tone(비즈니스코리아)의 '실버스톰' 스피커케이블 대신 예전에 한동안 사용하던 '코드컴퍼니 실버 플러스'로 바꾸어 연결해 놓았다. 개인적으로는 스피커 케이블의 교체 효용을 제일 낮게 보기 때문에 좀 외관이 그럴싸한 은선 계열의 케이블 하나만 정해지면 그것으로 정착을 할 생각이다.
인터 케이블 역시 Tone의 것에서 오래된 '몬스터' 케이블로 연결해 보았는데 오디오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사용했던 익숙한 케이블이어서 그런지 질감이나 이런 부분이 오히려 낫다.
어찌 되었건 일찍부터 분주했던 오디오쟁이의 주말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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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4.12.12.
누군가는 세상을 자신의 입맛대로 엎으려 했던 12.12 군사반란이 생각나는 날이다.
쿠데타까지는 아니어도 봄가을이 되면 대청소로 싹 뒤집어 정리하고 싶고 뭐 그런 법이라 2010년의 3월 주말 아침이었던 본문의 오늘에도 부지런을 떨며 오디오 주변을 정비했다. 지금 보니 스피커와 오디오랙을 제외하곤 사용하는 기기가 그사이 모두 여러 번 바뀌었다.
그때의 소리를 기억해 지금과 비교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결국 오디오는 스피커 놀음이다. 이것의 변화가 없이는 주변을 아무리 바꿔봐야 스피커의 음색과 발성한계 안에서 움직일 뿐이다.
결국 제일 중요한 것을 정해 그것을 움직이지 않는 한 어떠한 변화도 없는 막판 끝판왕 보스가 어디나 있다.
지금 대한민국도 치워야 할 막판 쓰레기 하나 때문에 온 나라가 골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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