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통합 리모컨'이라는 것이 세상에 나온 지도 여러 해가 지났다.
나 역시 지난 몇 년간 소니 통합 리모컨 'MR-AV3100'을 사용해 왔다. 터치 스크린 방식으로 키를 할당하고 기기마다의 기존 리모컨을 이용해 필요한 대로 '학습'시켜 사용할 수 있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제품이었다. 다만 '학습' 리모컨이다 보니 원래의 리모컨이 반드시 있어야만 하는 한계가 있었다.
이제 슬슬 노후화되어 조작 성능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소니 리모컨을 '로지텍(Logitech)'의 통합 리모컨 <하모니 550>으로 교체하게 된 내용을 소개한다.
로지텍은 국내에 마우스나 키보드 전문 기업으로 유명하지만 리모컨을 생산하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무슨 이유에선지 리모컨은 국내에 정식 수입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오늘 소개하는 '하모니 550' 역시 국내에 판매되고 있는 제품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고 'e-Bay' 등을 이용하면 좀 시간이 걸리겠지만 미국에서 바로 배송되는 제품을 구할 수도 있고 상태 좋은 중고도 구입할 수 있다. 정식 수입품이 아니다 보니 매뉴얼이나 뒤에 설명할 관리 프로그램 모두 100% 영어다...ㅠ 그러니 사용하려면 당근 '영어'가 좀 필요하다. 뭐 겁먹을 필요는 없지만 요즘 이게 안되면 세상 살기 힘들다. 정말.
하모니 리모컨의 절대적인 장점이자 특징은 이미 세상에 나와있는 수십만 종의 리모컨이 인터넷 데이터베이스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기존 리모컨을 분실하거나 고장이 났다 하더라도 별 어려움 없이 리모컨을 통합시킬 수 있다. 실제 집에서 사용 중인 SK브로드밴드 IPTV 셋톱박스나 C&M 케이블 TV의 셋톱 리모컨 같은 '마이너 기업'의 리모컨도 이미 데이터베이스화되어 있어서 별다른 학습 절차 없이 USB 접속으로 바로 다운로드하였다.
총 15개의 리모컨을 등록할 수 있으며 필요하면 DB 이외의 기능들을 추가로 학습시키고 버튼에 할당하는 '기본 기능' 역시 대단히 충실하다. (다만 학습 시 적외선 인식도가 썩 좋지 않아 시간을 좀 잡아먹는 단점이 있다)
또 하나의 큰 장점은 사용자가 PC상에서 리모컨을 관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별도 제공된다는 점이다. 조그만 리모컨을 붙들고 힘들게 조몰락거릴 필요 없이 PC상에서 리모컨의 전 기능이 통제될 뿐 아니라 개인별로 저장 관리되므로 설사 새로운 하모니 리모컨으로 변경되더라도 바로 기존 설정들을 넘겨받아 사용할 수도 있다.
소개한 550 모델 외에도 하모니 리모컨 라인에는 컬러 터치 스크린이 장착된 모델 등 다양한 기종이 있다. 터치 스크린 모델은 작은 스크린에다가 충전방식의 운영이 개인적인 선호에 벗어나 별로 매력적이지 않았지만 이런 소소한 것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함께 고려해 보셔도 좋겠다.
이제까지 소니 통합 리모컨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리모컨을 티테이블 위에 가득 펼쳐놓고 사용했었는데 이제야 '제대로' 하나로 통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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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4.12.18.
지금도 여전히 리모컨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나마 앱을 이용한 조작이 많아지면서 개수가 급격히 줄었다. IPTV용 리모컨이 TV와 셋톱박스를 동시에 지원하면서 더 줄었다. 그러니 이젠 본문의 통합리모컨이라는 것이 시장에 남아있기 쉽지 않을 것이다. 적외선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와이파이 망 등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어서 적외선 학습방식의 통합 자체가 아예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한 때 편리를 위해 태어나 이런저런 기능을 담당했지만 시대와 환경이 변하고 사용자가 변하니 그 쓸모 역시 없어지는 물건들이 있다. 라이프 사이클이란 아름다운 이름 가운데 '쇠퇴기'를 맞는 경우인데 이젠 누군가의 추억 속에만 남게 된다.
추억으로 남는 것. 어쩌면 누군가에게 제일 오래 남아있는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남을 수만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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