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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의 오늘

[2010.4.4.] 이제 DAC에서 DDC로 넘어가야하나?

by 오늘의 알라딘 2024. 12. 20.

PC-Fi의 대중화에는 역시 DAC(Digital  Analog Converter)의 공이 컸다. PC(주로 노트북)에 내장된 열악한 사운드 카드를 벗어나 본격적인 하이파이를 즐길 수 있도록 해 준 일종의 외장 사운드카드가 바로 DAC가 되겠다. 

잘 아는 대로 우리가 사용하는 CDP는 원래 디지털 신호 픽업부에 해당하는 'CDT'와 이를 아날로그로 변환해 프리앰프로 전송하도록 해주는 'DAC'가 합쳐진 물건이다. 그중 DAC에 CDT 신호대신 PC 소스를 접목한 경우가 PC-Fi의 시작이다. 결국 인터넷 기반의 디지털 음원이라는 막강한 매체가 CDT의 필요성을 밀어낸 결과다. 

보통의 USB-DAC는 PC의 USB 통해 디지털 신호를 전송받은 후 이를 앰프에 연결할 수 있도록 아날로그 출력으로 변환하는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바로 이 부분! 디지털을 아날로그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본격적인 음질과 음색이 결정되게 되는데 오늘의 PC-Fi 부흥은 최근 출시된 USB-DAC들이 그 역할을 훌륭이 수행한 덕이다. 

CDP 메이커들의 하이엔드 DAC를 제외하고 PC용으로는 국산 '스타일오디오'가 제법 시장을 지키고 있다. 사용된 부품의 질이나 디자인, 납득할만한 수준의 음질에다 적절한 가격까지 PC 오디오파일이 요구하는 대부분의 니즈를 잘 충족시킨 업체이다. 그동안 이 업체의 '페리도트 Peridot' USB-DAC를 사용해 왔다.

헌데 오늘의 새로운 고민은 '마크레빈슨 39L CDP'가 들어온 후부터이다. 문제의 이 CDP는 '37L CDT'와 '36L DAC'를 한 몸에 결합시킨 제품으로 외부의 디지털 신호(광/동축)를 받아 앰프로 송출이 가능해서 별개의 DAC로도 활용 가능하다. 

결국 마크레빈슨 같은 최고의 DAC가 있는 상황에서는 손바닥만 한 USB-DAC를 더 이상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스타일오디오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비교할 상대가 아니다.ㅠ 이제 문제는 노트북의 USB 신호를 마크레빈슨 CDP가 받을 수 있도록 광이나 동축으로 변환해 주는 장치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이런 장치는 흔히 DDC(Digital to Digital Converter)라 부른다.

DDC가 어차피 동일한 디지털 신호 간의 변환이므로 상대적으로 음질 열화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단순한' 기기일 수 있지만 하이파이 유저를 염두에 둔 '개념' 있는 제품이 필요하다. '노트북-USB케이블-DDC-광/동축케이블-DAC(마크레빈슨 CDP)-인터케이블-인티앰프'로 이어지는 복잡한 신호 흐름이 생길 것이다. 시중엔 이미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서너 종의 PC-Fi용 DDC가 시장을 두드리고 있는데 앞서 말한 스타일오디오의 'T2'가 잘 만들어진 만듦새로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얼마 전 출시되어 관심권에 있다.    

결국은 마크래빈슨의 음색 조율하에 놓이겠지만 또 다른 차원의 PC 음원들에 대한 기대가 크다.



※ 사족(2010.4.6) : 본문 맨 뒤에 소개한 '스타일오디오 T2 DDC'를 들여 뉴트릭 동축케이블을 이용해 마크에 물렸다. T2의 초기 에이징에 최소 50시간이 필요하다고 메이커가 밝히고 있어서인지 몰라도, 아직은 소리가 거칠다.(마음에 안 든다는 얘기^^) 기존 '페리도트' DAC에 비해 전체적으로 볼륨이 줄고 배음이 없는 메마른 소리이다. T2의 영향인지, 마크 레빈슨의 영향인지, 함께 교체한 스피커케이블 때문인지 좀 시간을 주고 나서 생각해 보기로 한다.



※ 추가(2010.4.9) : 에이징 초기의 불만인 사람이 나 말고도 꽤 있는 것 같고, 디지털 변환장비에 왠 '에이징'이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스타일오디오 측의 공식 언급이 있어 옮긴다. 에이징 때문에 강박에까지 이를 필요는 없지만 필요 하긴 하다는 것이 요지^^

"...... T2 사용자분들 중에서도, DAC보다 에이징 후 변화가 크다고 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전에 어떤 이야기를 읽으셨는지 몰라도, 요 며칠,,, T2 구입 전 상담 전화 주신 분들께서 자주 주시는 질문이, 아날로그 음향단인 DAC가 있는 것도 아니고, 디지털 기기인 DDC가 에이징이 필요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DDC도 에이징 기간을 갖는데요, 주된 이유를 간단히 말씀드리면, DDC가 디지털기기라 할지라도, 디지털 디바이스가 작동하도록 서포터 하는 부품들이 아날로그이기 때문이라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대표적으로 전원 공급단들...... T2 만의 구성 중에서 구체적 예를 하나 더 들자면 아이솔레이팅 및 정제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의 경우, 생긴 것은 원칩화시킨 IC모양이나, 그 구조나 기능은 아날로그의 전형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입문인들에게 자주 말씀드리지만, 에이징 시킨다고 거기에 대해 강박증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음악을 즐기다 보면 자연스레 이루어지는 것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


[글 더하기]

오늘은 2024.12.20.

 

이미 당시의 글 밑에 사족과 추가를 통해 글 더하기가 두 번이나 된 상태라 15년이 지난 오늘에 와서 뭔가 글을 덧붙인다는 게 너무 누더기 같긴 하다. 하지만 글말미에 '에이징'에 관련한 글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

 

아무리 디지털 세상이 된들 결국 아날로그의 결과물을 향유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속성이 남아있는 한 시간을 들이고 서로 익숙해져 가는 과정인 '에이징'이 여전하다. 그걸 단순히 나이를 먹는다든지 늙는다는 말로 대신하기엔 너무 과정을 생략한 말이다. 에이징의 순기능을 무시한 채 '안티' 에이징이 절대 선인 것처럼 말하는 것도 '익어가는 것'에 대한 모욕일 수 있다.

 

이제 다음 주면 성탄절이고 며칠 감았다 뜨면 무감각하게 또 새로운 해를 맞게 된다. 달력이 바뀐 것뿐인데 지구상의 모두에게 한 살씩 에이징을 시켜버리는 분기점이 코 앞이다. 호불호가 있는 연례행사이다. 그래도 다행인 건 누구에게나 공평하다는 점.

 

순순히 에이징을 받아들이고 즐기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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