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일요일. 동네 안경점 눈이넷에 들러서 안경을 바꿨다.
지난 5년여 동안 내 눈이 되어준 'Fendi' 안경테가 중간중간 갈라지고 랜즈에도 잔흠집이 많아 수명을 다 한 탓이다. 구입한 지 얼마 안 되어 발에 밟혀 랜즈를 한 번 바꿔준 것 외에는 속 썩이는 일 없이 꽤 오랜 시간을 벼텨주었다. 난생처음 소유한 소위 명품 브랜드의 안경테여서인지 몰라도 30여만 원이 넘었던 구입 가격만큼의 역할은 다하고 은퇴하게 된다.
'금테-은테-무테-반뿔테'라는 나의 안경 라이프가 이번엔 드디어 클래식한 느낌이 가득한 'Ray-Ban' 브라운 뿔테에 이르렀다. 작년 말 쯤 출시되어 연예인들도 꽤나 사용 중인 5152 모델이다.
내심 머리칼과 색을 맞출 수 있는 무난한 검은색에 마음이 있었는데 너무 강한 인상을 만든다는 아내의 조언에 따라 브라운 컬러(2465)로 고르게 되었다. 그 외에 호피 무늬 등이 있는데 나이 든 회사원이 쓰기엔 이제 무리다. 선글라스로 워낙 유명한 'Ray-Ban'이라 일반 안경테는 좀 생경스러웠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 이미 꽤나 많은 시장 점유율을 가져가고 있었다. 독특한 디자인으로 자기만의 아이덴티티를 확보한 경우가 되겠다.
랜즈는 '호야' 비구면 랜즈로 결정했다. 사실 이 부분은 안경점을 믿을 수밖에 없다. 안경테와는 달리 무슨 랜즈를 사용했는지 사용자는 도저히 알 길이 없으니 말이다. 안경테도 made in Japan이니 별로 맘에 안 들지만 덕분에 일제 완제품이 되어 버렸다. 제길슨;;
랜즈를 포함한 구입 가격은 20만 원 중반대. 그래봐야 'Fendi' 안경 시절 보다 저렴한 가격대에 구입한 것이지만 앞으로 한 5년을 책임져 주기에 아주 헐한 견적은 아니다. 시력 검사 결과 다행히 지난 5년간 시력에 큰 변화가 없다 한다. PC를 하루종일 붙들고 사는 형편임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일이다. (최근 눈에 좋다는 '블루베리'를 열심히 먹어댄 효과인지도 모르겠다^^)
안경이 바뀌니 나 스스로도 모든 것이 어색하고 낯설다. 하긴 안경잡이에게 안경이 바뀐다는 것은 성형수술한 것 이상으로 인상을 변화시키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안경이 이제는 패션 소품으로 자리했는지도 모르겠다.
혹시. 모르겠다. 바뀐 이미지에 따라 나에게 또다른 '인생의 전환'이 찾아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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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4.12.11.
그냥 하는 말 중에 '남자는 머리빨'이라는 표현이 있다. 대머리가 있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풍성한 머리숱과 헤어스타일이 남자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의미한다. 그중 안경을 사용한다면 헤어스타일 못지않게 그 사람의 인상을 좌우하는 것이 안경이라 생각한다. 다양한 안경테가 주는 학습에 의한 선입견은 물론이고 얼굴 형태에 따른 조합으로 그의 이미지를 조금 더 이지적으로 혹은 부드럽게 혹은 반대의 반향으로 교정하는 역할을 한다.
나이가 들면 늙음의 징후를 제일 뼈저리게 느끼는 것이 눈이다. 달리 부르는 말이 있으면 좋겠는데 전 국민이 다 '노안'으로 부르는 듣기 싫은 말을 경험하게 되며 인생의 반환점을 돌았음을 체험한다. 선글라스가 소품을 벗어나 생활필수품이 된 마당에 안경이야 말로 늘 함께 있어 '패션 공기'같은 존재가 되었다지만 이젠 더 다양한 기능의 안경의 필요가 생긴 나이가 된 것이다.
어쩌면 마지막으로 '패션'의 영역에 기대어 최근 안경을 바꿨다. 본문의 레이벤을 상당히 오래 사용했는데 오래되어 표면에 변형이 일어나고 급기야 브리지가 부러져 버렸다. 23년 5월의 생일에 같은 브랜드 레이벤 스틸테를 딸아이에게 선물 받았는데 이게 중국제여서인지 얼마 되지 않아 테의 도색코팅이 벗겨지는 등 상태가 좋지 못했다. 일 년을 겨우 사용하고 그다음 해 24년 생일에 다시 한번 딸에게 선물 받았는데 이번엔 내가 골랐다. 젠틀몬스터 루토 01.
(역시 중국생산이지만) 국산 브랜드치곤 유명 모델 기용과 파격적 디스플레이 마케팅을 통해 인지도가 높고 최근의 뿔테 유행을 주도한 브랜드이기도 하다.
덕분에 또 나의 이미지가 새롭게 바뀌었다. 그간 체형도 좀 바뀌었고 헤어스타일도 변했다. 심지어 출퇴근 복장도 자율화되면서 오래간만에 만나는 경우 못 알아보는 사람이 많았는데-어쩌면 못 본 척하기 위한 핑계일지도-더 심해지게 생겼다. 정작 나는 그대로인데 포장지가 내용물을 다르게 인식하게 하는 경우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고 이왕이면 다홍치마란 말이 허투루가 아니다. 좋은 게 좋은 거란 의미의 말이지만 겉으로 보이는 형식요건이 사실은 이런저런 후광효과와 함께 실제를 더 부각하거나 혹은 의도된 이미지로 변형이 가능하단 말도 가능해서 여전히 다른 사람의 시선과 함께 살아야 하는 사회인이라면 '만들어진 이미지'에 대한 고민을 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반대로 만들어진 이미지는 결국 포장지가 뜯기는 순간에 뽀록이 난다. 중요한 건 콘텐츠다. 물론 이것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의 포장지를 누구나 다 뜯어볼 수 있게 만드는 것은 아니니 진열대에 놓은 그 긴 시간 동안엔 포장과 디스플레이가 중요한 법이다.
오늘은 어떤 포장지를 두르고 이쁘게 들 앉아계신가? 누가가 열어보기 전에 내용물을 얼른 더 좋은 것으로 바꾸어 놓을 계획들도 다 있겠지?
하루가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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