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바꿈질에 있어서 하면 안 되는 일이 기기를 한꺼번에 바꾸는 것이다. 극적인 변화는 가져오겠지만 과연 이 변화의 시작이 어느 것의 교체에서 온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늘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내가 하게 된다.
봄만 되면 나타나는 계절적(?) 바꿈질병 때문에 이번에도 한꺼번에 여러 가지가 바뀌었다. 마크레빈슨 CDP 교체 이후론 메인 시스템보다는 '액세서리' 쪽 교체라 전체 음향에 미친 영향이 크지 않은 점은 유일한 다행이다.
우선 스피커케이블이 만듦새 좋은 네오복스의 '오이스트라흐'로 바뀌었고 전원장치가 네이처에서 PS-Audio의 '험버스터 3'으로, 벽체 전원케이블이 역시 PS-Audio의 'AC-3'로, 스타일오디오의 USB-DAC 페리도트는 방출되고 DDC인 'T2'가 들어왔으며 네오텍 은도금 동축케이블(NEVD-4001)이 T2와 DAC를 연결 중이다. 그 외에도 기타 AV기기용 멀티탭과 케이블들이 정비되었지만 이건 하이파이와는 무관하니 pass~
이렇듯 한꺼번에 발생한 일련의 변화가 긍정적 시너지를 내겠지만 도대체 무엇의 교체로 인한 변화인지 알 길이 모호하다.ㅠ
그중 마지막으로 들어온 DDC인 'T2'에서 생겼을 것이라 추정되는(?) 변화가 예사롭지 않다. 처음 들였을 때는 단독 USB-DAC인 페리도트를 쓸 때보다 훨씬 못한 뻑뻑한 소리로 속을 섞였다. 이상스럽게 볼륨도 줄고, 소리의 위아래도 다 잘린 데다가 배음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껄끄러운 '거친' 소리였기 때문이다. T2의 실망도 실망이거니와 새로 DAC 역할을 부여받은 마크레빈슨 39L에 대한 기대가 무너졌다는 점에서 요 며칠 무척이나 속이 상했다.
스타일오디오의 T2 매뉴얼에도 50시간의 최소 에이징이 필요하다는 문구를 보긴 했으나 디지털장비에 에이징이라는 것이 아무래도 내 눈에는 '미신'으로 보였다. 케이블이나 스피커 유닛 혹은 DAC 같이 물리적인 구석이 있거나 아날로그를 염두에 둔 것이라면 모르겠는데 단순히 디지털 신호를 역시 디지털 신호로 변환해 주는 DDC에도 에이징이 필요하다는 말을 받아들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스타일오디오의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관련 설명을 듣고 이해할 수 있었다. DDC가 디지털 장비이긴 하나 전원부나 기판상의 모듈칩 등 지원 시스템이 아날로그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구닥다리 노트북에 부하를 줄 것이 뻔함에도 불구하고 여러 날 계속-잠을 자는 동안에도-전기를 넣었다. 속는 셈 치고 50시간 정도의 아량을 베푼 것이다.
결과? 인터넷스트리밍 서비스를 즐기는 수준의 초보적 PC-Fi라 심각한 음질을 논하기 어렵고 음원의 샘플링 역시 일정치 않아 페리도트 시절과 공정한 비교는 어렵지만 적어도 처음 들였던 일 주전보다는 완전히 다른 소리로 보답하고 있다. 허전하기만 했던 저역도 제법 풍성하면서도 탄력 있는 소리로 나와주고 있으며 고역대의 거친 숨결도 이제는 찾기 어렵다. 밸런스는 이제 찾은 것 같고 음악적 '열기'만 조금 더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기대만 남아 있다. 아마도 보다 충분한 시간과 막선을 벗어난 수준의 USB 케이블 정도로 대우해 주면 충분한 보상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극적인 변화는 아마도 전원부 에이징에 기인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만 해 본다. T2가 전작들과는 달리 별도 전원 아답터가 아닌 노트북 자체 전원만으로도 충분히 운영 가능하도록-원래 DDC가 많은 전원을 요구하는 기기는 아니다- 만들어진 제품이라 자체 전원부의 역할이 중요할 텐데 이 부분의 초기 에이징이 주요하지 않았을까?
어쩌면 오디오파일이라는 것이 적절한 수준에서 '미신'과의 타협이 필요한 취미인지 모른다. 그렇지 않다면 케이블들의 교체도 인정되지 않을 것이고, 수백 수천만 원의 CDT와 싸구려 DVD 플레이어와의 차이도 일순간 돈지랄이 될 것이니 말이다.
그래서 디지털의 세계도 '나이'를 먹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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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24.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다. 생각해 보면 산타클로스만큼 대중적 '미신'과 허구가 없는데 온 세상이 그걸 다 믿어주는 날이다. 아예 한술 더 떠서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본부에서는 이맘때쯤이면 산타의 실시간 위치 추적 정보를 9개국 언어로 제공하고 있다. 물론 한글도 포함이다. 무려 1956년부터 시작된 일이라 하니 이쯤 되면 전 세계가 아이들 속이기에 혈안이 된 듯하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잊어질 이름들이라 옮겨 적는다.
'명도사 명태균, 건진법사, 천공, 아기보살(노상원)......'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 그리고 비상계엄에 이르기까지 그의 정신세계를 내어 맡긴 미신 무속인들이다.
오디오쟁이들 역시 이런저런 '미신'에 따라 엄청난 돈을 부적을 사듯 투자하는데 현실세계 대통령의 행적에 비하면 애교 수준이다. 굳이 찝찝한 일을 하고 싶지 않은 DNA에 각인된 본능적 샤머니즘이야 모두에게 있을 것이지만 크리스마스를 앞둔 이 시각에 터지는 '무당들과 아이들'의 뉴스를 보고 있자면 지금이 과연 24년의 서울인지가 믿어지질 않는다.
대놓고 손바닥에 왕짜를 쓰고 나왔는데도 그런 그를 몰라본 사람들은 이쯤에선 반성 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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